[경북북부 로컬트레킹] 10년 만에 다시 오른 나각산... 회룡포는 여전히 한 폭의 산수화였다
[경북북부 로컬트레킹] 10년 만에 다시 오른 나각산... 회룡포는 여전히 한 폭의 산수화였다
  • 조용식 기자
  • 승인 2025.12.05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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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무신 신고도 올랐던 산"... 10년 전 이장님이 들려준 상주 나각산의 추억
- 임원종 대표, "기차와 로컬 차량 연계한 소규모 트레킹 상품 개발"
- KTX 문경역 개통으로 서울서 1시간 반, '오지'에서 '핫플'로
낙동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경북 상주 나각산 정상의 모습. /사진=조용식 기자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어릴 적 나각산은 민둥산이었죠. 산에 오를 때면 정상에서도 낙동강이 훤히 내려다보였던 기억이 나요. 그 당시는 고무신을 신고도 정상까지 잘 올라갔어요. 직접 걸어보시면 그 이유를 아실 겁니다.“

시간을 거슬러 2016년 가을, 경북 상주 낙동파출소 앞에서 만났던 김광희 이장(당시 63세)의 목소리가 귓가에 생생하다. 당시 그는 마을 '앞산'임에도 낙동강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나각산의 매력을 자랑했었다. 그로부터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다시 찾은 경북 북부의 시간은 그때와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상주 나각산] 강바닥이 산으로... 산책하듯 오르는 편안한 산
마고할멈굴과 소원바위의 전설

KTX 문경역에서 로컬 여행사의 차를 타고 이동해 도착한 곳은 상주 나각산. 이곳은 여전히 '산책하듯' 오를 수 있는 편안한 산이다. 주차장에서 정상까지는 고작 1km 남짓, 20~30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그 짧은 길에는 지루할 틈 없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예전에는 마을사람들이 고무신을 신고 오를 정도로 편안했다는 상주 나각산의 탐방로. /사진=조용식 기자
낙동강 생태 문화 탐방로 이정표를 따라 걸어가면 마고할멈굿터와 소원바위 등을 만날 수 있다. /사진=조용식 기자
마고할멈굿터와 나각산 전망대를 가리키는 이정표. /사진=조용식 기자

등산로 초입, 황톳길을 밟으며 들어서면 빽빽한 리기다소나무 숲이 반긴다. 70년대 산림녹화사업 당시 심어진 나무들이 40년 세월을 머금고 숲을 이뤘다.

발밑을 자세히 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흙길과 바위 곳곳에 동그란 자갈들이 박혀 있는 것이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자갈의 크기는 더 커진다. 이는 먼 옛날 이곳이 강바닥이었으나 지각 변동으로 융기하여 산이 되었음을 증명하는 지질학적 증거다. 강에서나 볼 수 있는 몽돌이 산 정상 바위에 콕콕 박혀 있는 모습은 나각산만의 독특한 볼거리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목,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운 '숨은 그림'들이 있다. 바로 '마고할멈굴'과 '소원바위'다. 나각산 표시석에는 "이 산에 세 번 오르면 뜻을 이루고, 마귀할멈굴에서 소원을 빌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이 적혀 있다. 그 옆으로 '소원바위'가 보인다. 바위 틈새에 돌을 던져 얹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곳이다. 

나각산 팔각정 정상에서 출렁다리를 따라 걸으면 낙동강 생태 문화탐방로로 이어진다. /사진=조용식 기자
바위와 바위 틈새에 돌을 던져 얹히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소원바위 이정표. /사진=조용식 기자
상주 나각산을 중심으로 낙동강 생태 문화 탐방로가 조성되어 있다. /사진=조용식 기자

소소한 이야기에 빠져 걷다 보면 어느새 정상이다. 소라 모양의 나각 암반과 그 사이를 잇는 길이 30m의 출렁다리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다리 위에서 느끼는 짜릿함도 잠시, 끝자락에 위치한 정자 낙강정(洛江亭)에 오르면 시야가 확 트인다.

발아래로 시원하게 굽이치는 낙동강의 물돌이와 드넓은 평야는, 왜 이곳이 '낙동강 최고의 조망대'로 불리는지 단번에 증명해 보인다. 강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는 풍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산수화다. 

해발 240.2m. 높이로만 산을 평가하는 사람들은 콧방귀를 뀔지 모르지만, 막상 그 정상에 서면 누구나 침묵하게 된다. 산책하듯 오른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은 360도 어느 곳 하나 놓칠 수 없는 파노라마였고, 굽이치는 낙동강을 품은 나각산은 깊고 넓은 어머니의 품을 꼭 닮아 있었다.

[예천 회룡포] 육지 속의 섬, 350도 물돌이의 미학
'뿅뿅' 소리 따라 강을 건너다... 추억의 뿅뿅다리

나각산에서 눈을 씻었다면, 이번엔 예천으로 이동해 회룡포를 걸을 차례다.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350도 휘돌아 나가며 만들어낸 '육지 속의 섬' 회룡포는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지형을 대표하는 비경이다.

용이 휘감은 신비로운 마을, 예천 회룡표. /사진=조용식 기자
예천 회룡대로 올라가는 길에 빽빽히 조성된 소나무 사이로 트레킹 코스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조용식 기자
가파른 길을 오르고 나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나무 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사진=조용식 기자
회룡대 트레킹 코스를 안내하는 이정표. /사진=조용식 기자

대부분의 관광객은 전망대만 보고 돌아가지만, 이곳의 진면목을 보려면 산등성이를 타고 강을 건너 마을로 들어가는 '순환 트레킹'이 제격이다.

이번 여정은 회룡포 주차장에서 시작해 장안사~회룡대~봉수대~용포대~사림재~용포마을을 거쳐, 제2·제1 뿅뿅다리를 건너 원점 회귀하는 알짜배기 코스다.

트레킹의 시작점은 비룡산 중턱에 자리한 천년고찰 장안사(長安寺)다. 통일신라시대 의상대사의 제자가 창건했다는 이 절은 고즈넉한 산사의 정취로 트레커의 숨을 고르게 한다. 장안사를 지나 가파른 산길을 10여 분 오르면 드디어 '회룡대' 전망대에 닿는다.

장안사 쉼터에서 만난 아미타 부처. /사진=조용식 기자
223개의 행운의 계단을 따라 오르면 회룡대를 만날 수 있다. /사진=조용식 기자
회룡대에서 마을을 휘감은 회룡포를 바라보고 있다. 
회룡대에서 바라본 회룡포의 전경. /사진=조용식 기자
회룡대에서 바라본 회룡포의 전경. /사진=조용식 기자

발아래 펼쳐지는 풍경은 경이롭다. 맑은 내성천이 산을 휘감아 돌며 만든 육지 속의 섬, 그리고 그 안에 그림처럼 안겨 있는 마을과 하얀 백사장. 마치 용이 몸을 비틀어 승천하는 듯한 기운이 서려 있다. 가을이면 황금빛 들판이, 여름이면 푸른 강물이 어우러져 계절마다 색다른 옷을 입는다.

회룡대에서 눈 호강을 마쳤다면 본격적인 능선 트레킹이 시작된다. 솔향기 그윽한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삼국시대부터 외적의 침입을 알렸던 봉수대 터가 나타난다. 원산성(일명 용주성)이라 불리는 이곳은 견훤과 왕건이 치열하게 다투었던 격전지이기도 하다.

이어지는 용포대는 회룡대와는 또 다른 각도에서 내성천의 물굽이를 조망할 수 있는 숨은 명소다. 능선을 타고 사림재로 내려오는 길은 가파르지만, 숲이 내어주는 그늘 덕분에 발걸음이 가볍다.

제2뿅뿅다리 안내문. /사진=조용식 기자
회룡포를 이어주고 있는 뿅뿅다리의 모습. /사진=조용식 기자
회룡포 마을의 안내 지도. 두 개의 뿅뿅다리가 이 마을을 이어주고 있다. /사진=조용식 기자

이번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뿅뿅다리'다. 용포마을에서 회룡포 마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내성천을 가로지르는 제2 뿅뿅다리를 건너야 한다. 공사장에서 쓰이는 구멍 뚫린 철발판(아르방)을 이어 만든 이 다리는, 발을 디딜 때마다 물이 구멍으로 퐁퐁 솟아오르고 발판이 뿅뿅 소리를 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은 안전을 위해 철발판을 단단히 고정시킨 덕분에 소리는 나지 않는다.

출렁이는 다리 위에서 발아래 흐르는 맑은 강물을 내려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리를 건너면 고운 모래사장과 낡은 기와집, 정겨운 돌담이 어우러진 회룡포 마을이 여행자를 반긴다.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본 뒤, 다시 제1 뿅뿅다리를 건너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 산 위에서 내려다보던 '그림' 속을 직접 걸어 나왔다는 뿌듯함이 밀려온다.

"이제는 뚜벅이도 간다"... KTX가 바꾼 여행의 지도

과거 이곳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떠나야 하는 '멀고 불편한 지역'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문경에 중부내륙선 문경역이 신설되고, 안동의 중앙선 전 구간이 개통되면서 수도권에서의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서울에서 1시간 반이면 닿는 이곳은 이제 대중교통 여행자들에게 가장 주목받는 '신상 여행지'가 됐다.

경북북부 로컬 트레킹으로 개발된 나각산과 회룡포는 새롭게 개통된 중부내륙선 덕분에 수도권에서 1~2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여행지가 됐다. /사진=조용식 기자

이러한 교통의 변화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장거리 이동은 KTX로 빠르고 편하게, 지역 내에서는 로컬 투어 차량으로 구석구석 기동성 있게 움직이는 방식이다.

이번 '경북북부 로컬트레킹 루트'를 직접 기획한 임원종 우리는 농부 대표는 "중부내륙선과 중앙선 KTX의 개통으로 경북 북부권이 수도권에서 1~2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여행지'가 되었다는 점에 주목해 '프라이빗 트레킹 여행 상품'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상주의 경우 문경역에 도착하면 바로 대기 중인 전용 차량(사전 예약 필수)을 이용할 수 있으며, 특히 4인 이상의 소규모 그룹이라도 언제든 가볍고 편안하게 떠날 수 있다"고 밝혔다.

마고할멈의 전설과 강물이 빚어낸 비경이 있는 상주 나각산과 예천 회룡포는 이제 KTX를 타고 훌쩍 떠날 수 있는 모두의 여행지가 되었다. 팍팍한 일상에 지쳤다면, 기차표 한 장 예매해 경북 북부로 떠나보자. 그곳에 여전히 변치 않은 강물과 산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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