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픔을 억누르지 않고 마주할 때, 상실은 자비와 평화로 바뀝니다”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500만 명에 육박하는 시대, 반려동물은 단순한 동물을 넘어 삶의 동반자이자 가족의 일원이 되었다. 그러나 깊은 사랑 뒤에는 필연적으로 ‘이별’이 따르기 마련이다. 가족과 다름없는 반려동물을 잃은 상실감, 즉 ‘펫로스(Pet Loss) 증후군’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동물일 뿐”이라는 시선 속에 그 아픔이 외면받기도 한다.
대한불교조계종 남산 충정사 주지이자 생명존중 운동을 펼치고 있는 덕운 스님이 펫로스의 아픔을 겪는 반려인들을 위한 치유 에세이 <마지막 산책>(담앤북스)을 출간했다.
불교의 ‘연기(緣起)’와 ‘자비(慈悲)’로 읽는 이별
이 책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불교의 핵심 사상인 연기, 무아(無我), 자비를 통해 이별의 고통을 근원적으로 성찰하게 돕는다. 저자는 반려견과의 만남을 단순한 우연이 아닌 깊은 인연으로 바라보며, 이별 후 찾아오는 공허함, 분노, 죄책감 등의 감정을 불교적 관점에서 섬세하게 해석한다.
덕운 스님은 “슬픔을 외면하거나 서둘러 지우려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대신 독자가 감정을 안전하게 마주하고, 그 슬픔을 치유와 성장의 과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은 반려견과 함께했던 모든 순간이 수행의 과정이었음을 일깨우며, 떠난 생명이 남긴 사랑의 가치를 삶의 자산으로 삼도록 이끈다.
일상에서 실천하는 ‘선명상’과 ‘4주 회복 루틴’
<마지막 산책>의 가장 큰 미덕은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처방에 있다. 복잡한 교리 대신, 반려인이 일상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선명상’ 수행법을 제시한다.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는 ‘우선멈춤 선명상’,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셸패스(Shell-Pass) 선명상’, 일상 속에서 수시로 행하는 ‘무시로 선명상’등은 이별의 충격으로 흔들리는 마음을 단단하게 잡아준다.
또한, 책의 4장에서는 ‘애도와 회복의 4주 루틴’을 제안한다. 이별 직후의 충격부터 점진적인 회복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구성된 명상과 애도 의식은 독자가 상실의 터널을 무사히 건너 평온을 되찾도록 돕는 친절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생명 존중을 실천하는 수행자, 덕운 스님
저자인 덕운 스님은 통도사, 해인사 등을 거쳐 현재 조계종 남산 충정사 주지를 맡고 있다. 그는 ‘생명존중 미앤펫 캠페인’을 이끌며 현대인의 외로움과 불안을 보듬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불교신문에 ‘반려견과 불교’ 칼럼을 연재하는 등 불교와 현대 사회를 잇는 소통에 앞장서고 있다.
이번 신간은 스님이 반려견과의 삶과 이별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집필되었다. 그렇기에 책 곳곳에는 생명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이별의 아픔을 먼저 겪은 수행자의 진심 어린 위로가 배어 있다.
사랑하는 존재를 떠나보내고 마음의 길을 잃은 이들에게, <마지막 산책>은 슬픔을 자비와 평화로 바꾸는 지혜로운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