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안영운 온누리국제법인 대표가 말하는 이민의 본질과 전망
[인터뷰②] 안영운 온누리국제법인 대표가 말하는 이민의 본질과 전망
  • 김희연 기자
  • 승인 2026.01.23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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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지켜온 책임, ‘민족에서 세계로’의 현재적 의미
언어·직업·시민권…이민을 준비하는 한국인에게 필요한 것들
/사진=김희연 기자
안영운 온누리국제법인 대표./사진=김희연 기자

[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온누리국제법인이 긴 시간 같은 자리를 지켜온 배경에는, 이민을 단기 상담 상품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으로 다뤄온 태도가 있다.

지금은 다수의 이민 업체가 존재하지만, 안영운 대표가 이 사업을 시작하던 시절만 해도 상황은 전혀 달랐다. 당시 이민 사업은 허가제로 운영됐고, 사실상 공기업 성격의 ‘이주공사’ 몇 곳이 시장을 맡고 있었다. 정부 산하 기업과 유사한 구조였고, 민간이 직접 운영하는 이민 회사는 거의 없었다.

안 대표는 이 시기에 민간인으로 허가를 받아 직접 경영에 나선 초기 사례 중 하나다. 이후 2002년, 이민 사업이 전면 자율화되며 등록제로 전환되자 시장은 급격히 팽창했다. 한때 등록 업체 수가 천 곳에 이를 정도로 난립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상당수는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현재 실제로 활발하게 운영되는 곳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민업체가 난립했던 안 대표는 가장 오랫동안 살아남았던 비결로 ‘책임’을 꼽았다.

“저희 회사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고객이 가진 꿈을 실현하는 데 끝까지 책임지는 것입니다. 특히 투자 이민의 경우, 고객이 맡긴 자금이 손실돼서는 안 된다는 기준을 가장 앞에 두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는 지난 30년간 투자 이민을 진행하며 고객의 투자금이 손실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한다. 영주권 취득이나 자녀 교육이라는 목표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고객의 자산이 훼손되지 않는 것이 더 근본적인 신뢰의 기준이라는 것이다.

“많은 회사들이 ‘투자 이민을 많이 했다’는 숫자를 성과처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건 회사의 수익을 강조하는 방식일 뿐입니다. 정말 중요한 건, 그 투자자가 손실 없이 본인의 목표를 이뤘는가입니다.”

안 대표는 이 기준이 지켜지지 않는 순간, 이민 사업은 단기적 중개업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반대로 이 원칙을 지켜온 회사만이 긴 시간 시장에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또 하나 중요하게 여기는 덕목은 비밀 보장이다. 이민을 결심하는 사람은 대부분 출국 직전까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기를 원한다. 특히 사업가나 전문직 종사자의 경우, 이민 사실이 알려지면 직원이나 거래처에 불필요한 혼란을 줄 수 있다.

“에이전트가 고객의 계획과 사생활을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객 사례를 전면에 내세운 홍보도 하지 않습니다. 일부 업체들은 홈페이지나 홍보 자료에 이민 이후의 삶을 공개적으로 보여주기도 하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그런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설령 사실이라고 해도, 고객이 원하지 않는 정보 노출은 결국 개인의 선택과 프라이버시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셈이죠.”

업계의 전문성 역시 지난 30년 사이 크게 달라졌다. 초창기에는 대부분의 이민 업무를 현지 변호사에게 의존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이민 컨설팅사의 역량도 빠르게 축적됐다. 온누리국제법인 역시 사내 미국 변호사를 두고, 각국의 협력 변호사 네트워크를 구축해 초기 상담부터 영주권 취득, 현지 정착까지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지금은 출국 전에 학교, 주거, 의료보험, 사회보장번호까지 대부분 준비가 끝납니다. 현지 공항에 도착하면 정착 지원 인력이 나와 생활 전반을 돕고요. 그래서 예전처럼 막막한 상태로 던져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민족에서 세계로’ 정신 잇는다

독립운동가 안재홍 선생의 친손자인 안영운 대표는 조부의 정신을 이어받아 금융 전문가의 길 대신 이민 현장에 소신 있게 30년을 머물 수 있었다고 전한다. 

일제강점기 시절, 여러 차례 투옥되며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안재홍 선생은 생전에 “민족에서 세계로”를 제창했다. 한국이라는 작은 울타리에 머무르기보다, 세계로 나아가야 민족의 지경이 넓어진다는 생각이었다. 조부의 호(號)인 ‘민세(民世)’ 역시 같은 뜻을 담고 있다. 

안 대표는 이 말을 오늘날의 언어로 ‘열린 민족주의’라고 해석한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지키되, 그 활동 무대는 세계 전체로 확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성경에서도 ‘지경을 넓힌다’는 표현이 반복해서 등장하듯, 열린 민족주의가 개인과 민족 모두에게 필요한 태도”라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여전히 한국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이민은 나라를 떠나는 선택’이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가 수많은 가정을 해외로 보냈지만, 그분들이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얻었다고 해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버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해외에 나가서도 한국을 더 또렷하게 의식하며 살아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캐나다 시민권을 가진 아이들조차 한국과 캐나다가 스포츠 경기에서 맞붙으면 자연스럽게 한국을 응원하죠.”

국적과 정체성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으며, 한국인은 어디에 살든 한국인이라는 인식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안 대표는 시민권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본다. 글로벌 사회에서 한 나라의 구성원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시민권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판단이다.

“그 사회의 중심에 서려면 시민권자가 아니고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투표권도 없고, 공적인 역할을 맡는 데도 제약이 따르죠. 진정으로 세계로 나아가겠다고 생각한다면, 시민권 취득을 배타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민의 시작은 언어와 마음가짐

수많은 이민 사례를 지켜본 안영운 대표가 이민 준비자들에게 공통적으로 하는 조언이 있다.

먼저 언어 준비다. 이민 절차가 길어지는 동안 언어를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지만, 안 대표는 언어를 현지에서 살아가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본다. 언어가 준비되지 않으면 현지 사회가 제공하는 교육·복지·기회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제한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민 과정에서 체감되는 차별의 상당 부분 역시 실제 배제라기보다 소통 부족에서 비롯된 고립감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완벽한 언어 실력보다는 일상과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최소한의 소통 능력이 중요하며, 이 기준만 충족해도 정착의 문턱은 크게 낮아진다는 것이다.

“언어 준비 없이 떠나는 이민은 반쪽짜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반쪽을 채우는 시간은, 떠나기 전 지금부터 시작되죠.”

두 번째는 직업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한국에서의 직함이나 회사 이름은 현지에서 그대로 통용되지 않는다. 새로운 시장에서는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쌓아온 경력과 지위는 내려놓고, 새 출발을 각오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과도한 불안은 내려놓아도 된다고 말한다. 안 대표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타지에서 스스로를 위축시킬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K-콘텐츠 이후 한국인의 위상은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어디를 가든 위축될 이유가 없습니다. 유럽이나 북미에서 한국인이라고 하면 먼저 드라마나 음악 이야기가 나옵니다. 젊은 세대일수록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실제로 한국어 표현을 알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어디서 배웠느냐’고 물으면 드라마나 음악을 통해 자연스럽게 익혔다는 답이 돌아오죠. 부모보다 아이들이 먼저 현지 언어로 소통하며 상황을 풀어주는 장면도 자주 보곤 합니다.” 

앞으로도 계속되는 이민

일본이 급격한 선진화 이후 해외 이민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처럼, 한국도 해외 이민이 줄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안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안 대표는 한국인의 적응력을 높게 평가한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인이 없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한국인들은 낯선 환경에 빠르게 적응해 왔다. 근면함과 학습 능력 역시 강점으로 꼽는다. 이런 성향을 고려하면, 이민은 목적에 따라 형태를 달리할 뿐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향후 몇 년간 이민 수요는 크게 늘지도, 줄지도 않은 채 일정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먹고 살기 위해 떠났던 시대에서, 교육을 위한 이동을 거쳐, 이제는 글로벌 자산과 삶의 구조를 설계하는 단계로 접어들었을 뿐 시대마다 이민은 항상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 왔습니다. 이민은 개인의 삶이, 그리고 한국인의 활동 반경이 세계로 넓어지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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