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리뷰=박상민 기자] 서울 성수동 오후. 유튜브 격투 콘텐츠에서 출발해 4년 만에 국내 유일 흑자 MMA 단체를 만든 대표를 만났다. '검정' 박평화(블랙컴뱃) 대표는 미국 유학 시절 홈스테이 창고에서 격투 리그를 직접 열었고, 전역 후 창업해 55회 이상의 대회를 치렀다. 지금은 세계 최초로 MMA 단체 자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 내내 거침이 없었다. "최고는 깨지지만, 최초는 깨지지 않는다." 콘텐츠를 먼저 기획하고 매치를 짜는 제작 방식도, UFC를 10년 안에 넘겠다는 선언도 모두 그 한마디에서 나왔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유료 관객을 모으고 있는, 가장 핫한 단체 블랙컴뱃의 대표 갓파더 블랙 검정입니다."
자기소개부터 자신감이 묻어났다. '검정'이라는 이름에는 모든 색을 합친 포용과, 어떤 색 위에도 덧입혀지는 임팩트가 동시에 담겨 있다. 법인명 '이데아파라곤'도 그의 슬로건 '이상을 현실로, 현실을 이상으로'를 압축한 것이다.
홈스테이 창고에서 시작된 격투기 인생
격투기에 빠진 건 미국 유학 시절이었다. "술 담배를 안 하고, 유흥 문화를 즐기는 성격도 아니"었던 고등학생에게 UFC는 충격이었다. "그냥 싸움이 아니라 각 사람의 인생이 부딪히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는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홈스테이 집 창고를 개조해 실제로 격투 리그를 열었다. 직접 뛰면서 운영까지 했다. "진짜 파이트클럽처럼." 웃으며 회상했지만, 그때 쌓인 경험과 노하우가 지금 블랙컴뱃 운영의 씨앗이 됐다고 했다. 군대 가기 3개월 전에는 아마추어 데뷔전까지 치렀다. "붕 뜨는 시간"을 격투기에 썼다.
55회 대회, 멈추지 않는 엔진
2022년 정식 출범 후 4년이 채 안 되는 시간에 넘버링 대회 16회, 통산 55회 이상의 대회를 열었다. 이 속도의 비결을 묻자 "마인드"라고 답했다.
"격투기에서 쉬는 시간은 그냥 널브러지는 휴식이 아니거든요. 다음 라운드를 이기기 위한 휴식이에요. 저는 쉬어도 그런 개념으로 쉽니다."
시스템이나 노하우 같은 현실적 이유도 물론 있다. 하지만 그 현실을 가능케 한 것도 결국 이상, 즉 마인드가 먼저였다고 강조했다. 이데아파라곤이라는 이름 그대로, 이상이 선행하고 현실이 뒤따른다는 원칙이 대회 운영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었다.
매치메이킹의 비밀, 콘텐츠
블랙컴뱃의 경기 제작 방식은 기존 단체와 확연히 다르다. 보통 단체는 매치메이킹을 먼저 한다. 블랙컴뱃은 프로모션 콘텐츠 기획이 먼저다.
"프로모션 콘텐츠를 먼저 기획하고, 거기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을 데려다가 여론까지 체크해서 매치메이킹을 합니다."
여기에 국내 유일의 랭킹제가 더해진다. 다른 국내 단체는 랭킹 시스템이 없다. 블랙컴뱃은 각 체급별 랭킹을 운영하며, 이를 스토리텔링의 명분으로 활용한다. 매치가 성사되면 선수에게 오퍼가 가고, 수락하면 훈련 과정까지 촬영한다. 거절하면 2순위, 3순위로 내려간다. 이 전 과정의 "굵직굵직한 기획"은 모두 박평화 대표가 직접 설계한다.
상장, "세계 최초일 수도 있다“
2024년, 블랙컴뱃은 국내 격투 단체 중 유일하게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투자금 없이 자체 수익만으로 성장한 단체로서는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빠른 성장세다. 수익의 심장은 유튜브 멤버십이다. "넷플릭스 구독하듯이 매달 들어오는 수익"이 단체를 굴리는 가장 안정적인 동력이고, 여기에 스폰서십과 대형 대회 티켓 수입이 더해진다.
흑자를 넘어 상장도 추진 중이다. 2024년 폐회사에서 '아시아 최초, 세계에서 두 번째로 MMA 대회사를 상장시키겠다'고 선언했는데, 인터뷰에서 그 표현을 스스로 정정했다.
"체크해 보니까 UFC는 모기업인 TKO 그룹이 상장된 거지, UFC 자체가 상장된 게 아니거든요. 저희가 자체적으로 상장이 되면 그냥 세계 최초일 수도 있어요."
변수가 생겨 지연됐지만 2026년 5~6월쯤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진짜 상장되기 전까지는 조용히 있자"는 것이 현재의 마인드다. 최고보다 최초를 추구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최고는 깨질 수 있는데, 최초는 깨지지 않거든요."

결과에서 자유해지는 법
포토카드 도입, 챔피언스리그 운영, 블랙컵 개최. 블랙컴뱃은 기존 MMA 단체가 시도하지 않은 것들을 연달아 해왔다. 실패가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두려움은 너무 과한 단어인 것 같고요. 설레는 게 더 큰 것 같아요."
그렇다고 무모하게 뛰어드는 건 아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테스트, 데이터 체크, 시뮬레이션을 거친다. 팀원들의 의견도 듣는다. "이건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을 때 비로소 움직인다. 걱정은 이미 테스트 단계에서 덜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꺼낸 한마디가 인터뷰에서 가장 무게 있는 문장이었다.
"결과에서 자유해지려면, 시도 자체가 가치 있는 걸 하면 됩니다."
독립운동에 비유했다. "독립이 안 되면 어떡하지"가 아니라, 독립운동이 옳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주저함이 없다. "가치가 확실해지면 리스크가 아무리 커도 용기 있게 추진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UFC 보내줄 선수와 붙잡을 선수
"UFC를 넘는 단체가 되겠다"고 공언한 그에게, 소속 선수의 UFC 진출은 복잡한 문제다. 답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긍정적인 케이스는 유수영 선수다. 블랙컴뱃에서 경쟁력을 완전히 입증하고, 더 이상 적수가 없을 정도가 된 선수. 그런 선수를 단체만을 위해 붙잡아두는 건 "이기적"이라고 했다. 유수영의 Road to UFC 결승까지 직접 따라가 응원하고, 그 과정을 영상으로 남겼다.
반대 케이스는 증명이 안 된 선수가 "로또 복권 긁듯이" UFC에 도전하는 경우다. 블랙컴뱃 내에서 이겨야 할 사람이 아직 많은데 회피하듯 떠나는 건 "유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UFC는 경험을 쌓으러 가는 곳이 아닙니다. 내가 가장 강할 때, 세계 최고인지 확인하러 가는 곳이에요. 'UFC 출신'이라는 명함 하나 팔려고 갔다가는, 요즘 팬들은 레벨이 올라가서 그런 건 인정해 주지 않습니다."
블랙컴뱃의 경쟁 우위는 '영상'
국내 다른 단체들과의 경쟁 우위를 묻자, "국내 단체는 신경을 안 쓴다"고 잘라 말했다. 이미 시선은 글로벌을 향해 있다. 그래도 하나만 꼽으라면?
"영상 제작 능력입니다."
블랙컴뱃의 팬 대부분은 영상 콘텐츠를 통해 유입됐다. 스토리텔링과 프로모션 영상의 퀄리티는 국내 격투기 업계에서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모든 기획의 처음부터 끝까지 박평화 대표가 직접 관여하지만, 최근에는 편집 인력을 자체적으로 키우며 조직화에 나서고 있다.
ZFN(전 UFC 선수 정찬성이 매치메이커로 참여하는 단체)이 UFC 직행 티켓을 내세우는 것에 대해서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단체에서 스타가 되면 UFC로 떠나는 구조는 "아이돌 기획사에서 BTS급을 키웠는데, 월드스타가 되면 다른 기획사로 넘어가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비즈니스적으로 자충수에 가깝다. 절대 경쟁력을 다 갖출 수 없는 구조로 가버렸다"는 판단이다.
마지막으로 10년 후 블랙컴뱃의 모습을 묻자, 짧고 단호하게 답했다.
"그때는 UFC를 잡았겠죠. 세계 정상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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