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벗어나면 고립"… 본인 인증·대중교통·숙박 등 지방 관광 3대 장벽 여전
- 지인 초청(VFR) 핵심은 미식과 숨은 명소… 앰버서더 활용한 핀셋 마케팅 절실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같은 한국에 살아도 국적에 따라 여행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릅니다. 이들의 불만을 해결하고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이 곧 인바운드 관광 3천만 시대를 여는 열쇠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발간한 ‘주한 외국인 관광시장 실태조사’ 보고서 후반부는 국내 거주 외국인 및 해외 현지 관계자 대상의 심층 정성조사(FGI) 결과와 인터뷰 등을 토대로 한 마케팅 전략을 담고 있다. 통계 수치 너머에 있는 외국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는 한국 관광의 뼈아픈 현실과 새로운 도약의 힌트를 동시에 던져준다.
"같은 한국, 다른 여행"… 국적별 정보 탐색 및 결제 패러다임
정성 조사 결과, 주한 외국인들은 국적에 따라 여행을 탐색하고 소비하는 패턴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일본 여행객들은 텍스트 리뷰를 꼼꼼히 정독하며 '신뢰 기반'의 정보 탐색을 선호한다. 과도한 광고나 협찬 콘텐츠에는 강한 불신을 보이며, 숙박의 청결도를 매우 중시한다. 반면 중국인들은 '샤오홍슈(小红书)'와 '위챗' 등 자국 플랫폼 의존도가 절대적이며, 현지 지인의 교차 검증을 필수로 거친다. 특히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등 자국 간편결제 지원 여부가 여행지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만 여행객들은 인스타그램, 유튜브, 네이버, 국내외 블로그 등 다중 플랫폼을 가장 꼼꼼하게 교차 검증하는 특징을 보였다. 미주 및 유럽권은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를 넘어 챗GPT 등 AI를 적극 활용해 숨겨진 명소를 찾고, 구글맵 대신 네이버·카카오맵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양상을 띠었다. 동남아시아권은 K-드라마 촬영지 중심의 탐색이 돋보였으나, 렌터카 이용 제약 등으로 인해 패키지 투어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지방 관광 가로막는 3대 장벽: 인증·교통·숙박
서울을 벗어나 지방으로 향하는 주한 외국인들은 심각한 인프라 장벽에 직면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를 크게 인증, 교통, 숙박의 3대 장벽으로 꼽았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본인 인증 및 결제 시스템'이다. 이름 불일치, 알뜰폰, 해외 카드 미지원 등으로 인해 카카오T, 캐치테이블 등 필수 여행 앱 가입 단계에서 좌절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한 대만인 응답자는 "인증 장벽 때문에 우버로 전환하거나 아예 여행 일정을 포기한다"며 강한 불편을 토로했다.
교통 접근성 역시 치명적이다. 서울을 조금만 벗어나도 배차 간격이 1시간에 달하고, 시외버스의 정확한 도착 정보를 얻기 힘들다. 국제면허증 정책에 대한 오인지와 렌터카 대여 제약도 지방 방문을 가로막는다. 숙박의 경우, 저가 숙박시설이 이른바 '러브호텔(모텔)'의 이미지를 벗지 못해 가족이나 여성 단독 여행객들에게 심리적 거부감을 주며, 지자체 홈페이지나 지도 앱의 정보가 실제 영업시간(폐업 등)과 달라 고립되는 사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미식 원정과 VFR(지인 초청)… 글로벌 앰버서더 마케팅
이러한 장벽에도 불구하고 주한 외국인들은 지방의 매력을 발굴하며 활발한 VFR(지인 초청)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을 움직이는 핵심 원동력 중 하나는 '미식'이다. '서울에서 못 먹는 것'을 찾아 속초(해산물), 제주(흑돼지, 고기국수), 전주(수십 가지 반찬이 무한 리필되는 한정식)로 원정을 떠난다. VFR은 ‘Visiting Friends and Relatives’의 약자로, 관광 용어로 '친척 및 친구 방문 여행' 또는 ‘지인 초청 관광’을 의미하는 말이다.



장기 체류 외국인들은 본국의 지인이 방문했을 때 여행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처음 방문하는 지인에게는 경복궁, 명동, 제주 등 '필수 코스'를 안내하지만, 여러 번 한국을 찾은 지인에게는 하동, 진주, 양수리, 원주 뮤지엄 산 등 자신만이 아는 '비유명 숨은 명소'를 추천하며 K-관광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보고서는 결론 및 제언을 통해 "주한 외국인은 이미 다 가봤다는 전제하에 깊이 있는 로컬 문화를 탐색하는 집단"이라며, "이들을 단순한 체류자가 아닌 '글로벌 앰버서더'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외국인 친화적 앱 환경(인증/결제) 개선 가이드라인 마련 ▲장기 체류 외국인 대상 팸투어 및 인센티브 제공 ▲지역 고유의 특산물과 연계한 미식·체험 콘텐츠 고도화 ▲정확한 다국어 관광 정보 인프라 정비가 시급한 정책 과제로 제시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