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심 충전소 전무해 차고지 눈치싸움… 주말 광화문 집회로 노선 마비 상시화
- 노랑풍선 "남산 노선 독점 타파해야" vs 타이거 "노선 개편은 행정 신뢰 훼손“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서울 도심 대기질 개선을 위한 '노디젤(No Diesel)' 정책이 시티투어버스 업계의 벼랑 끝 생존권과 강하게 충돌하고 있다. 인허가 관청인 서울시가 무공해 전기차 전면 전환을 강제하고 있으나, 정작 필수적인 친환경 보조금 지급과 충전 인프라 확충에는 심각한 행정적 방관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주말 도심 집회로 인한 노선 마비와 기존 업체 간의 노선 독점 분쟁까지 겹치면서, 서울 시티투어 생태계 전반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는 도심 핵심 관광 노선을 양분하고 있는 '서울시티투어버스 주식회사(이하 타이거 버스)'와 '노랑풍선시티버스' 양측 경영진의 공식 서면 답변을 바탕으로, 시티투어 업계가 공통으로 겪고 있는 행정적 모순과 두 업체 간의 첨예한 노선 갈등 실태를 집중 진단했다.
시티투어, 내국인·워킹족 의존도 높아 주말 집회 '치명타'
현재 서울 도심의 시티투어버스는 11대의 차량(경유 9대, 전기 2대)을 굴리며 광화문을 거점으로 하는 타이거 버스와, 동대문(DDP)을 거점으로 6대의 차량을 운영하는 노랑풍선시티버스 체제로 양분되어 있다.

이들 양사의 운행 규모는 다르지만, 탑승객 실태와 시장 구조는 매우 흡사하다. 두 회사 모두 연간 탑승객의 약 70%가 외국인이 아닌 내국인으로 채워져 있다. 촘촘한 대중교통망에 익숙하지 않은 지방 상경객이나 중장년층, 그리고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주말 매출의 절대다수를 책임지는 '주말 쏠림' 구조다.
특히 타이거 버스 측은 시티투어 이용객의 30~50% 내외가 사전 예약이 아닌 현장 발권을 하는 '워킹족'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이용객 특성상 주말마다 광화문 일대를 마비시키는 대규모 정치 집회는 양사 모두에게 치명적인 매출 타격을 입히고 있다.
타이거 버스 측은 도로 통제와 집회 소음은 물론, 시위대가 티켓 부스 앞 통행로까지 침범하여 말 없는 다수의 시민들이 엄청난 불편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의 정기적 집회 허가는 최소한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11억 원짜리 버스에 2억 지원… 형평성 잃은 보조금 행정
시티투어버스 양사가 입을 모아 성토하는 가장 큰 고충은 서울시의 불공정한 보조금 이중잣대다. 현재 시티투어에 투입되는 2층 오픈탑 전기버스는 특수 개조를 거쳐 대당 11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본이 소요된다. 그러나 서울시는 일반 대중교통용 시내버스에 약 6억 원을 지원하는 것과 달리, 시티투어버스에는 그 3분의 1 수준인 약 2억 원의 전기차 보조금만 지급하고 있다.


타이거 버스 측은 "시티투어버스 역시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령에 따라 노선면허를 받은 노선버스 운송사업자이며 명백히 시내버스 운송사업의 범주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법적으로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에 따른 저상버스 보조금 지원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이를 배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타이거 버스는 향후 서울시에 저상버스 보조금을 정당하게 지원받을 수 있도록 강력히 건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랑풍선시티버스 역시 기성 차량 개조가 불가능해 해외 제작을 거쳐야 하는 특수 목적 차량임에도 일반 차량보다 적은 보조금을 지급받는 현실을 꼬집었다. 특히 시티버스용 보조금이 별도로 배정되지 않고 시내버스 전체 예산에 묶여 있어 예산 소진이 빠른 탓에 실질적인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구조적 맹점을 지적했다.
차량 공급의 독점 구조와 투자 한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현대자동차가 2층 전기버스 생산을 독점하며 전국 연간 생산량이 50여 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타이거 버스 측은 수도권 교통난 해소를 위해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물량을 선점하는 바람에 민간 중소업체는 구매 자체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했다. 준공공재 성격의 서울시 시책 사업인 만큼, 제조사가 구매를 원하는 운수업체 누구에게나 신차를 공급할 수 있는 안정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랑풍선 측은 기성 차량(현대버스 등)의 개조를 고려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차량 개조에 따른 제반 유지보수 리스크 발생 우려와 큰 개조 비용 탓이며, 당사가 원하는 관광 목적의 버스 구조로의 개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시티투어용 2층 버스는 승객 운송 목적이 아닌 시내 관광을 목적으로 설계된 2층 전체 개방형 차량이라 국내에 공급업체가 없어 해외 제작을 진행해야 하며, 친환경차 도입 또한 동일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노랑풍선 측은 "현재 친환경 차량 도입 투자가 지연되는 가장 큰 사유는 탑승 인원과 요금 체계에 따른 수익 구조의 한계로 대규모 투자 자금 확보가 용이하지 않은 점"이라며 "친환경 차량의 경우 차량 구매뿐만 아니라 충전 설비 같은 병행 투자 요소가 수반되어 재무적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고, 현 운영 차고지의 충전 설비 인프라 구축 가능 여부의 불확실성 또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특수 목적 제작 차량에 대한 투자비가 높은 상황에서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일반 차량보다 적은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황이 친환경 차량 도입 지연의 본질적 사유로 꼽혔다.
전용 충전소 부재에 주말 집회 마비까지… 인프라 방치된 운행 환경
대용량 배터리를 소모하는 전기버스의 생명줄인 충전 인프라 역시 서울시의 행정 방치 속에 표류하고 있다. 노랑풍선 측은 매표소가 위치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임시 긴급 충전 설비가 필요하며, 궁극적으로는 공영 차고지 내에 시티투어 전용 충전 시설이 의무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타이거 버스의 경우도 공영 차고지 내 충전 시설의 사용 우선순위가 시내버스에 밀려 출발지에 충전 설비를 별도로 설치했으나, 역시 소수의 차량 충전 대응만 가능한 상황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은평공영차고지를 이용하는 타이거 버스 측은 차고지 유휴 부지에 자체적인 충전 시설 설치를 희망했으나, 타 운수사들의 충전 시설 부족 및 운수사 간 비협조로 인해 설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가 공영 차고지 충전 인프라 증설을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차량 박차 대비 차고지 면적의 부족으로 애로가 많으며, 타이거 버스는 지속적으로 입주 운수사 및 기관 간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주말마다 광화문 일대를 마비시키는 대규모 정치 집회는 양사 모두에게 치명적인 영업 손실을 안기고 있다. 노랑풍선 측은 마라톤이나 국가 행사 등은 사전 통제 자료가 공유되어 우회 안내 등의 정보 노출이 가능하나, 정치 집회에 대한 정보는 사전 공유되지 않아 현장 직원이 관련 사이트에서 직접 확인 후 우회 정보를 작성 및 노출시켜야 하는 열악한 상황을 성토했다.
이는 보통 집회 하루 전에야 확인되는 탓에 미처 공지 사항을 확인하지 못한 고객들의 민원이 극심한 상황이며, 이에 따라 보다 신속한 집회 및 행사 정보의 사전 공유와 우회 도로 확보 지원 등이 강화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영업 손실 규모를 산정하기는 어려우나 도로 통제 범위, 노선과의 중첩 정도, 통제 시간 등 상황 변수에 따라 운행에 매우 큰 영향을 받고 있으며, 정상 운행 불가로 주요 관광지(광화문광장, 청와대 등)를 운행하지 못한다고 안내했을 때 상당 부분 취소가 발생하고 있다. 뉴스 보도 등을 통해 집회 상황을 인지한 후 탑승 시도 자체를 포기한 고객까지 포함한다면 매우 큰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는 입장이다.
타이거 버스 측 역시 매 주말과 각종 국가기념일마다 개최되는 광화문 집회가 여행객들에게 큰 불편을 주고 시티투어 재정난에 많은 타격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서울시 도시교통실은 각종 집회나 행사 시 우회로를 지정해 주고 마라톤, 축제, 공사 등에 의한 시내버스의 임시 우회 시 주최 측이 비용을 부담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있으나, 차량 정체에 따른 민원은 고스란히 운수업체의 몫으로 남는 현실이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산 독점 개방' 노랑풍선 vs '행정 신뢰 보호' 타이거 버스
외부적 규제 앞에서는 한목소리를 낸 양사지만, 서울 도심 노선 운영과 관련해서는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엇갈리며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특히 최근 한류(K-콘텐츠) 열풍으로 외국인 수요가 급증한 '남산 노선'이 갈등의 뇌관이다.
후발 주자인 노랑풍선 측은 타이거 버스가 남산 정상부는 물론 순환 도로까지 독점하며 타사의 진입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사는 본 사업을 2013년 2월에 시작해 약 13년간 고정된 노선을 관광 트렌드 변화에 발맞추어 변경하고자 했으나, 현재 경직된 노선 변경 가이드라인(면허 조건) 등의 한계에 막혀 새로운 변화 시도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랑풍선 측은 "최근 외국인들에게 남산의 인기가 매우 높아지고 있으나 현재 남산은 타이거 버스가 독점하며 타사의 진입을 막고 있다"며 "노선 변경을 위해서는 타 사업자와의 협의 및 동의를 얻어야 하는 구조라 남산 순환 도로로 노선 변경 신청을 해도 타이거 버스의 반대를 사유로 서울시가 승인을 해주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초기 독점 사업자가 주요 랜드마크를 선점해 노선 변경 시 중복이 불가피한 구조임에도 사업자의 이해관계가 우선되어 시티투어 사업 활성화라는 목적이 고려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해외 경쟁 도시에 비해 십수 년간 정체된 서울 시티투어 탑승객 수는 계속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타이거 버스 측은 이러한 노선 개편 주장에 대해 철저히 선을 그으며 공식적으로 반박했다. 타이거 버스는 "현재 서울시의 시티투어버스 노선은 자사의 도심고궁코스 등 3개 코스와 타사의 전통문화 코스 등 2개 코스로 총 5개의 노선을 운영 중"이라며, 양 사가 각자의 영역에서 서울 관광의 핵심적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타이거 버스 측은 "노선 개편은 각 노선 영업권 보장과 노선 중복에 따른 업체 간 분쟁, 행정의 신뢰 보호 측면에서 신중하게 처리되어야 한다"며, "서울시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여 시티투어 노선 사업자 입찰 공고 시 사업의 범위와 노선을 정하여 사업자 선정 및 인·허가를 하였으며 사업자는 인·허가 범위 내에서 운행할 법적 의무를 진다"고 밝혔다. 즉, 노선 변경 거부는 서울시의 과도한 규제가 아니라 법적 인허가 범위를 준수하는 정당한 행정이라는 것이다.
또한, "한정면허의 법적 성격은 특정인에게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는 수익적 행정행위로 법적으로 보장된 영업권으로서의 경제적 가치를 지니며, 허가받은 노선이 타사의 노선과 중복되어 변경하고자 할 시 이해관계자(상대방)의 동의는 필수적인 것이며 면허조건에도 명시되어 있다"라며 "시내버스나 공항버스 등 서울시의 면허를 받은 모든 노선버스도 타 사 노선을 침범하여 사업계획변경하고자 할 경우 반드시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절차없이 임의 노선 변경 운행은 업체간 분쟁은 물론 불법운행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타이거 버스는 "현재 도심권 시티투어 노선은 개편의 필요성이 전혀 없으며, 만약 서울시 전체의 관광 발전을 위한 추가적인 노선 필요시 도심권 외에 동남권, 서남권 등 노선 개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업계의 생존권과 직결된 양사의 투명한 입장 표명으로 시티투어버스를 둘러싼 파행적 생태계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인허가 관청인 서울시는 '노디젤'이라는 명분 아래 민간 기업에 수십억 원의 친환경 투자 의무만 전가할 뿐, 보조금 역차별과 충전 인프라 확보라는 본질적인 책무는 방기하고 있다. 나아가 업체 간의 소모적인 노선 독점 분쟁과 주말 도로 통제 피해까지 시장 논리로만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서울시가 행정적 침묵을 깨고 답해야 할 차례다. 3,000만 외래 관광객 시대를 열겠다는 원대한 포부가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으려면, 우선 업계가 직면한 현실적 고충부터 면밀히 청취해야 한다.
또한 낡은 규제에 묶인 시티투어 노선을 현재의 시장 환경에 맞게 합리적으로 수정하고 보완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나아가 보조금 역차별과 충전 인프라 방치 문제를 해결할 실질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 무너져가는 시티투어 생태계를 살려낼 무거운 과제를 서둘러 완수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