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리뷰=최용운 편집국장] 콩을 심었는데 팥이 나왔다면, 씨앗이 잘못됐거나 밭이 문제였거나 둘 중 하나다. 최근 쿠팡의 미국 로비를 둘러싼 논란이 딱 이 모양새다.
쿠팡은 자신들이 심은 씨앗이 ‘콩’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밭에서 자라난 결과물은 누가 봐도 ‘팥’이다. 씨앗이 잘못됐는가, 밭이 잘못됐는가. 당사자인 쿠팡이 밝혀야 할 핵심 포인트다.
먼저 짚어야 할 부분은 쿠팡이 지난 16일 발표한 반박자료의 앞부분은 충분히 합리적이라는 점이다.
미국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로비는 미국 헌법이 보장하는 합법적 활동이며, 오픈시크릿(OpenSecrets)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만 5768개 기관이 미국 정부·백악관·상하원과 소통했다. 여기에는 다수의 한국 대기업도 포함된다.
로비 지출 규모도 미국 메이저 자동차기업(1138만 달러)이나 다른 테크기업(708만 달러)의 최대 10분의 1 수준이며, 국내 주요 대기업 그룹사보다도 작다는 설명이다. “쿠팡만 유일하게 로비를 하는 것처럼 묘사되는 것은 유감”이라는 항변도 일리가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쿠팡은 반박자료를 통해 로비의 주제를 명확히 공개했다. 미국 중소기업·농업 생산자를 위한 물류 서비스 확대,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 수출 진흥과 무역·투자 흐름 증진, 한국·대만·일본 등 동맹국과의 경제 관계 강화, 한국과의 파트너십 법안(H.R. 4687)을 포함한 기업 이민 정책 관련 사안 등을 명시했다. 또, 한국에 6조 원 이상 투자해 30개 지역에 100여 개 물류센터를 짓고 국내 9만 명 이상을 고용했다는 성과도 함께 강조했다.
그런데 정작 미국 의회와 백악관이 반응은 쿠팡 측의 설명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올해 상반기 중 미국 정부·백악관·상하원은 수차례에 걸쳐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인 쿠팡을 차별하고 있다”는 질타성 발언을 이어왔다. 지난해 터진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이 과정에서 한미 외교 이슈로까지 비화했다.
쿠팡이 밝힌 로비 주제에는 이런 ‘차별 논란’과 직접 관련된 항목이 보이지 않는다. 콩을 심었다고 말하는 자리에서 팥이 자라난 이유에 대한 설명은 쏙 빠져 있는 셈이다.
이 지점에서 의문이 생긴다. 쿠팡의 로비와 무관한 미국 정부의 ‘자발적 오해’인가 아니면 실제 로비와 다른 ‘의도된 (반박)메시지’인가다.
지난주 쿠팡이 밝힌 대로 순순하게 투자·고용·수출 진흥을 (로비를 통해) 전달했을 뿐인데, 미국 의회와 백악관이 자체적으로 ‘한국이 미국기업을 핍박한다’는 프레임을 만들어 낸 것일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쿠팡Inc가 실제로는 한국 정부를 향한 압박 메시지를 미국 정가에 전달했는데 이번 반박자료에서는 이를 ‘투자·고용·글로벌 사업’이라는 무난한 언어로 순화해 발표했을 수도 있다.
두 가지 시나리오의 해명 방향은 완전 반대다. 전자라면 왜 미국 정가가 근거도 없이 자국 기업을 위해 한국 정부를 겨냥한 발언을 자발적으로 쏟아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후자라면 쿠팡은 공개된 로비 주제와 실제로 로비 활동 사이의 괴리를 해명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지금처럼 “우리는 합법적으로, 적은 돈으로, 좋은 목적을 위해 로비했다”는 총론적 해명만으로는 의문은 해소되지 않는다.
쿠팡은 반박자료에서 “다른 사안에 대한 오해나 암시는 허위이며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못 박았다. 강력한 어조다. 그렇다면 더더욱 명확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자사가 공개한 로비 주제와 실제 미국 정가에서 형성된 ‘한국의 쿠팡 차별’ 프레임 사이의 인과관계를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로비 자체는 합법이다. 규모가 작다는 것도 사실일 수 있다. 하지만 콩을 심었다는 주장과 팥이 자라난 결과 사이의 괴리는 로비의 적법성이나 규모의 크기와는 별개의 문제다. 이 괴리를 해명할 책임은 결국 씨앗을 심은 당사자인 쿠팡에 있다. 쿠팡이 일상이 된 ‘충성고객’ 대한민국 국민은 ‘총론’이 아니라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인 ‘각론’을 듣고 싶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