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체부, 경주·해운대 글로벌 관광특구 지정 및 60억 원 투입
- 관광거점도시 5785억 투입에도 경제 파급효과 0.04% 그쳐
- 수도권 제외 10만 방문객 요건, 결국 기존 거점도시 재탕 우려
- 전문가 "낡은 특구 명칭 탈피하고 현장에 예산 주도권 넘겨야“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5월 18일 '서울 말고 여기! 지역거점을 글로벌 관광특구로 키운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수도권과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관광특구를 대상으로 글로벌 관광특구 육성 사업 참여 지방정부를 공모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심사를 거쳐 지난달 31일 경주 관광특구와 해운대 관광특구를 최종 선정하고 2년간 각각 30억 원을 지원하기로 확정했다. 이는 지난 2019년 10월 15일 발표되었던 '세계적 관광거점도시 광역시 1곳, 기초지자체 4곳 육성' 보도자료 이후 추진되는 지역 거점 사업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글로벌 관광특구와 관광거점도시... 목표는 일치, 대상과 예산은 현격한 차이
글로벌 관광특구와 관광거점도시의 사업을 문체부가 발표한 보도자료로 비교하면 추진 배경과 핵심 목표에서 강한 연속성이 확인된다.
문체부가 제시한 두 사업의 본질적인 명분은 '외국인 관광객의 서울 및 수도권 쏠림 현상 완화'와 '지역 특화 브랜드를 통한 지방 확산'이다. 2019년 당시 외래객의 서울 방문 비율이 79.4%에 달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2025년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서도 서울 방문율이 81.7%를 기록하는 등 수도권 집중 현상이 여전하다는 점이 정책 추진의 주된 명분으로 작동했다.

사업 내용 측면에서도 중복되는 요소가 다수 관찰된다. 외국인 관광객이 쉽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다국어 지원 스마트 안내 체계 및 결제 편의를 개선하고, 공항과 철도 등 교통 거점과 지역 관광지를 연결하는 2차 교통 수단을 확충하는 정책은 두 사업 모두의 핵심 전략사업으로 포함되어 있다.
아울러 단발성 인프라 구축에 그치지 않고 지역관광추진조직(DMO)이나 민·관·학 협의체 등 지역의 자생적 거버넌스 역량을 강화해 지원 종료 후에도 자율적 운영을 유도한다는 기조 역시 공통적인 지향점이다.
반면 사업의 대상 범위와 지원 규모, 공모 방식에서는 현격한 차이가 존재한다.


2019년 관광거점도시 사업은 전국 광역시와 기초 지방정부 전체를 대상으로 삼아 '국제관광도시' 1곳(부산)과 '지역관광거점도시' 4곳(강릉, 전주, 목포, 안동) 등 총 5개 도시를 선정하고 5년간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는 장기 광역 프로젝트였다.
반면 2026년 글로벌 관광특구 사업은 이미 『관광진흥법』에 의해 1994년부터 지정된 전국 관광특구(14개 시도, 36개 특구, 도표 참고) 중 수도권과 제주를 제외한 지역으로 대상을 대폭 한정했으며, 선정 규모도 2곳에 그친다. 지원 기간 또한 2년으로 단축되었고 개소당 국비 지원액은 30억 원(연간 15억 원, 지방비 50% 매칭) 수준으로 조정되었다.
관광거점도시 육성사업 보고서, 재정 압박과 지역 경제 파급효과 '0%대'
이처럼 메가 프로젝트에서 핀포인트 집중 지원으로 예산 규모가 슬림화된 배경에는 과거 정책의 참담한 실패가 자리 잡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출범한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은 전국 39개 지방정부를 10개 권역으로 묶어 5년간 1000억 원가량의 혈세를 투입했으나, 지방정부 간 뚜렷한 기능적 연계 없이 단순히 행정 구역을 선으로 묶는 데 그치며 사업이 종식되었다.

문재인 정부의 '관광거점도시 육성사업'은 5개 도시에 총 5천785억 원이 책정된 매머드급 사업이었으나 지방정부의 재정을 심각하게 압박했다. KDI 공공투자관리센터가 관광거점도시 육성사업 보고서에서 밝힌바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강릉시와 목포시는 해당 사업에 투입해야 하는 지방비 비중이 전체 문화·관광 예산 지출액의 각각 15.56%, 16.98%에 달해 고유 사업이 마비될 위기를 겪었다.
또한,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 결과에서 나타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지수는 강릉시, 목포시, 부산광역시, 안동시, 전주시는 각각 0.0348%, 0.0436%, 0.0226%, 0.0284%, 0.0445%로 나타났으며, 해당 결과는 2008~2015년 건축 사업 예비타당성조사 평균값 0.1133%와 전체 사업의 평균값인 0.3210%보다 낮은 수 준으로 분석되었다.(관광거점도시 육성사업 보고서 – KDI 공공투자관리센터, 2022년)
높은 진입 장벽에 갇힌 관광특구 공모, 기존 거점도시 '회전문' 우려
그렇다면, 문체부가 이번에 지정한 글로벌 관광특구는 경주와 부산 해운대로 끝나는 것일까? 관광전문가들은 현재의 관광특구 중에서 이전의 관광거점도시의 관광특구를 글로벌 관광특구로 확대시켜 나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 이유는 문체부가 이번 공모 대상을 수도권과 자체 관광기금 지원체계를 보유한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관광특구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원 유형을 두 가지로 나누어, '미래융합형 관광특구'는 최근 1년간 외국인 관광객 20만 명 이상 방문 및 스마트 기술·문화 인프라 융합을 요구했으며, '지역자생형 관광특구'는 외국인 관광객 10만 명 이상 방문과 고유한 역사·문화 경관 자원 보유를 필수 조건으로 내걸었다.
관광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체부의 공모 가이드라인이 사실상 과거 정책 대상의 재활용을 염두에 둔 설계라고 꼬집는다. 한 관광 전문가는 "수도권 이외의 지방에서 연간 10만 명 이상의 외국인 방문객 수치와 최신 스마트 관광 인프라 요건을 맞출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춘 특구는 사실상 전무"하다며 "결국 과거 정부에서 막대한 혈세를 쏟아부어 인프라를 깔아놓은 기존 관광거점도시들만이 문체부가 제시한 글로벌 특구의 진입 장벽을 넘을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는 글로벌 관광특구 사업이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관광 거점 발굴이라기보다는, 과거 실패한 거점도시 육성 사업의 대상지들에게 또다시 국비를 쪼개어 연명하게 해주는 '회전문 정책'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현장·학계 전문가 진단…"무늬만 특구 탈피, 자율성 이양 시급"
현장과 학계 전문가들은 중앙집권적인 정책 관행을 비판하며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총괄 PM을 역임한 전고필 영암문화관광재단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량 관광을 겨냥한 대형 거점도시 육성과 소외된 지방을 살리는 정책은 철저히 투 트랙(Two-track) 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수용 태세나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 도시들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하는 세밀한 정책이 필수적"이라며, 특히 "대형 플랫폼(OTA)에만 수수료가 빠져나가는 마케팅 관행을 멈추고 현장의 워킹 그룹과 지역관광추진조직(DMO)에 예산을 직접 지원할 수 있도록 집행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계의 비판은 더욱 매섭다. 김창수 경기대 관광문화대학 학장은 현재의 '글로벌 관광특구' 정책이 낡은 제도의 재탕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학장은 "과거부터 지정되어 온 관광특구 제도는 특별한 지원이나 체계적인 시스템 없이 명칭만 부여해둔 것에 불과"하다며 "이번 글로벌 특구 지정 역시 본질적인 제도 개편이나 예산의 파격적 확대 없이, 단순히 기존에 존재하는 특구들의 이름을 바꿔 달고 예산을 쪼개 배분한 전형적인 전시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현재 전국에는 무려 36개의 관광특구가 있으며, 이번에 선정된 해운대와 경주 역시 1994년에 지정된 낡은 특구들이다. 김창수 학장은 "이런 구조에서 2년간 30억 원이라는 미미한 예산으로 세계적 거점을 만들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중앙 부처의 획일적인 예산 통제를 멈추고, 소규모 개별 여행객(FIT)의 다양한 취향을 저격할 수 있도록 상품 개발과 예산의 주도권을 지방 현장으로 완전히 넘겨주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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