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외국인들까지 찾는 집…진심이 끌어올린 ‘팥의 맛’ 그 속에 담긴 철학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우보천리(牛步千里), 소의 걸음으로 천 리를 간다는 뜻이다. 비록 소의 발걸음은 느리고 둔해 보여도 쉬지 않고 꾸준히 이어진 끝에 결국 천 리를 넘어간다.
‘팥’ 하나를 중심에 두고 소걸음으로 20년이라는 시간을 묵묵히 걸어온 팥죽집이 있다. 바로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팥 전문점 ‘콩지팥찌’다. 최근 MBN의 프로그램 ‘전현무계획’에도 출연하며 더욱 유명세를 탄 덕분에 동지 시즌이 되면 줄 서서 먹기조차 힘들 정도로 구름같이 사람들이 몰려든다.
100% 국산 팥을 고집하며 세월이 지나도 똑같은 맛을 그릇에 담아내 온 콩지팥찌는 2022년부터는 디저트까지 범위를 확장하며 ‘올팥’으로 다양한 이들의 혀를 사로잡고 있다. 오로지 ‘팥’ 하나로 전통과 현대를 달콤하게 풀어내며 팥의 매력을 전파하고 있는 김희수·이명화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람들의 혀는 속일 수 없어요. 저희는 100% 국내산 팥만 사용하는데, 쌀가루로 농도를 조절하지 않고 팥물 초벌한 것으로만 조절해요. 완전히 옛날방식으로 팥죽을 쑤기 때문에 맛은 구수하고 질감은 크림 같으면서 선명한 초콜릿 색을 자랑합니다.”
금방 잘되려고 하기보다는 진심을 담아서 국산 팥을 고집해오고 최대한 품을 들여서 좋은 재료를 쓰고, 그렇게 자부심을 갖고 꾸준히 하다 보니 손님들이 제일 먼저 알아봐주시더군요. 이 집은 시간이 지나도 맛이 똑같다면서 계속 찾아주세요.”
경기도 의왕시 청계산 자락 인근에 있는 ‘콩지팥찌’는 팥죽을 좀 먹어봤다 하는 사람들이라면 아는 유명 맛집이다.
동지팥죽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팥죽은 겨울, 그중에서도 ‘동지’ 때가 대목이다. 동지 당일 콩지팥찌의 매출은 무려 5000만원에 달하고 2~3km에 걸쳐 차들이 몰려드는 통에 경찰까지 출동한다고 한다.
원래도 유명했지만 최근 MBN의 프로그램 ‘전현무계획’을 통해 방송을 타면서 젊은 사람들은 물론 외국인까지도 팥의 매력을 맛보기 위해 찾아오고 있다.
‘콩지팥찌’가 팥죽으로 전통의 맛을 알렸다면 길 맞은편에 위치한 ‘올팥’에서는 팥으로 구현할 수 있는 현대적인 맛들을 디저트로 만나볼 수 있다. 지금은 동지 때가 아닌 평소에도 많은 이들이 콩지팥찌·올팥 두 곳에 쉼 없이 발걸음하고 있다.

팥죽과 팥빙수, 흔하게 볼 수 있는 메뉴지만 콩지팥찌와 올팥의 메뉴에서는 디테일에서 차별점이 돋보인다.
“저희는 100% 국내산 팥을 사용해요. 농협과 연간계약을 맺어서 1년에 약 20톤 정도 쓰는데 끓이는 방식이 차별화돼있어요. 많은 팥죽집이 걸쭉하게 농도를 맞추려고 쌀가루를 넣는데 그러다보면 팥 특유의 맛과 쌀가루가 텁텁한 맛을 내거든요. 저희는 팥물 초벌한 것으로 농도를 조절하는 옛날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구수한 맛을 냅니다. 맛도 맛이지만 질감은 크림 같으면서 선명한 초콜릿 색을 자랑하죠.”
직장생활을 하던 김희수 대표가 요식업에 뛰어든 것은 분당에서의 단체급식 사업이 첫 시작이었다. 정부에서 도시락 대신 학교급식을 적극 도입하면서 단체급식 시장이 커졌고 김 대표도 그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7년 간의 경험을 쌓았다. 그때의 경험들이 요식업 도전에 있어 든든한 초석이 됐다는 설명이다.
국내와 해외에서 개인전 등을 진행하며 화가의 길을 걷던 이명화 대표도 남편에게 힘을 보탰다. 큰 틀에서의 시스템 구축은 김희수 대표가 맡았지만, 독자적인 디테일과 감성을 더한 것은 오롯이 이명화 대표의 몫이었다.
“많은 손님들이 저희 음식 나온거 보고 마치 수채화 같다는 이야기를 하세요. 색의 조화라든가, 손님 상에 나가기 전까지 팥죽 한 그릇이라도 어떻게 담아낼지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데 사람들이 그걸 알아봐주세요.”

‘콩지팥찌’라는 이름도 두 사람이 함께 머리를 짜내 나온 결과물이다. 팥을 주제로 하는 음식점인 만큼 친근하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을 쓰고 싶었는데 콩쥐팥쥐라는 전래동화에서 영감을 얻어 지금의 이름을 만들어냈다.
이름처럼 콩지팥찌는 팥을 메인으로 하는 ▲팥칼국수 ▲팥옹심이 ▲팥쌀죽 ▲팥쌀옹심이 ▲팥국물 등을 팔지만, 여름철에는 100% 국내산 콩을 삶아 멧돌기계로 갈아서 죽처럼 걸쭉한 국물을 담아낸 ‘서리태 콩국수’를 계절메뉴로 판매한다. 얼음을 넣지 않고 진하게 갈아낸 국물 맛은 일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팥죽 사업을 시작하면서 손님의 출신 지역에 따라 선호하는 팥죽의 형태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이를 메뉴에 적극 반영한 점도 눈길을 끈다.
“경기도와 경상도에서 오신 손님은 쌀을 넣은 팥죽을 찾으시고, 전라도에서 오신 분은 새알심을 넣은 새알팥죽이나 팥칼국수를 찾으시더라고요. 전국에서 오시는 분들의 입맛을 다 맞추기 위해서는 다양한 팥죽을 한 곳에 모아서 입맛에 맞게 종류별로 맛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새알심이나 쌀이 아예 들어가지 않은 팥 국물을 많이 찾으시는 편이에요.”
콩지팥찌는 팥죽에 들어가는 새알심도 따로 특허를 냈다. 옛날에는 아줌마들이 손으로 새알심을 빚었는데 사람마다 손의 압력이 틀리고 크기가 제각각이라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새알심을 자동화 기계로 생산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찹쌀과 멥쌀의 최적비율도 찾아내서 다음 날에도 딱딱해지지 않는 새알심을 개발해냈다.
“다른 집에서 팥죽을 사면 식고 나서 새알이 씹기 어려울 정도로 딱딱해지는데, 저희 새알심은 식어서도 쫄깃쫄깃해요. 처음보단 당연히 식감이 덜하지만 거부감이 들 정도로 딱딱해지지는 않게끔 적정비율과 기술을 특허로 냈습니다.”
특허 외에도 김 대표는 ‘밀키트 사업’ 역시 연구 중에 있다. 이 대표는 “옛날에 시흥 쪽에 콩지팥찌 분점을 냈었지만 2년 정도 운영하다 결국 문을 닫았다”며 “몸이 안 좋아진 것도 원인이었지만 한 다리 건너서 전수하다 보니 본점과 맛이 달랐고, 처음 석달 정도는 괜찮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맛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토로했다.
초심을 지키면서 좋은 재료를 가지고 전통 방식으로 꾸준히 팥죽을 만들어야 하는데 실제로 해본 결과 잘 되지는 않았고, 그 때문에 손님들이 의왕까지 오지 않아도 콩지팥찌의 맛을 느낄 수 있게끔 하려면 결국 ‘밀키트’가 해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와 이 대표는 이러한 이야기를 하면서 요식업에 도전하는 이들을 향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어떤 것을 하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고 초심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기가 아무리 어렵다 하더라도 사람이 하루에 세 끼는 먹잖아요. 안되는 집들이 많다 보니 전체적으로는 요식업계가 불황처럼 비쳐지지만 잘되는 집은 잘됩니다. 초심대로 전통 방식을 고수하면서도 업그레이드도 게을리 해선 안됩니다. 원재료나 서비스에 있어 주인의식을 갖고 진심으로 하다 보면 결국에는 손님들이 먼저 알아주시더군요. 금방 사업이 잘 되서 부흥하기 보다는 진심을 담아 자부심을 갖고 하다 보면 사람들이 ‘이 집은 시간이 지나도 맛이 똑같다’면서 계속 찾아주시거든요.”

콩지팥찌는 2005년 7월부터 시작해 올해 21년째 사업을 이어오고 있고, 길 건너에 있는 디저트 카페 올팥은 2022년부터 시작해 약 4년 정도가 됐다. 콩지팥찌가 ‘팥의 전통’을 판다면 올팥에서는 ‘팥의 미래’를 파는 셈이다.
올팥의 메인 메뉴는 팥빙수를 필두로 한 다양한 디저트들이다. 모든 팥 디저트에는 직접 가공한 국산 통팥이 들어가기 때문에 통조림 팥을 사용하는 시중의 제품들과는 그 맛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 대표와 이 대표의 설명이다.
“대표 메뉴인 올팥빙수는 우유빙수 위에 통팥을 저희가 일일이 다 삶아서 만든 팥소를 얹고 대추와 아몬드가 고명으로 올라가요. 고명으로 올라가는 대추도 직접 돌려 깎아서 슬라이스 친 뒤에 말려 가지고 손질해서 아들에게 주면, 아들이 고명으로 얹어서 팥빙수가 나갑니다. 마지막까지 바삭한 맛을 자랑하죠. 원래 팥은 달게해야 보관이 오래되는데 저희는 그때그때 판매하니까 달지 않으면서도 팥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할매니얼(할매+밀레니얼) 트렌드와 전현무계획 등 방송출연에 힘입어 젊은 사람들과 외국인들 역시도 올팥을 많이 찾고 있다. 보통 한여름인 7~8월에는 올팥의 매출이 높고, 동지가 끼어있는 겨울에는 콩지팥찌의 매출이 높다고 두 사람은 설명했다.

콩지팥찌와 올팥을 운영하고 있는 두 사람은 단순히 음식점을 성공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봉사활동을 이어가며 사회와 공존하고 자신들의 철학을 다양한 곳에 알리고 있다. 팥 하나를 중심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진심과 뚝심이 자리한 모습이다.
“결국에는 진심을 담아서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만 성공한다고 생각해요. 쉽지는 않지만 좋은 재료를 쓰고 요령 부리지 않고 꾸준히 정성을 다하고, 손님상에 음식이 오르기 전 담음새에도 신경을 쓰는 마음들이 모여서 지금을 만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