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리뷰]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농민 반발 예고
[국제리뷰]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농민 반발 예고
  • 남인영 기자
  • 승인 2019.10.23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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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남인영 기자] 세계무역기구(WTO)의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시한이 임박했다. 지난 7월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멕시코 등을 향해서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라고 압박했다. 그리고 시한을 90일로 못 박았고, 그 시한이 23일이다.

모든 산업 분야에서 일찌감치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지 오래됐지만 농업 분야는 아직도 개도국 지위를 갖고 있다.

개도국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농산물에 대해 관세를 덜 부과받고 보조금 지급 허용 등 특혜를 받고 있다.

우리 농업은 아직도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도 있기 때문에 개도국 지위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美 설득 나섰지만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로버트 라이트 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을 만나 설득 작업에 나섰다.

유 본부장은 우리나라 특파원들에게 “미국이 제기하고 있는 개발도상국(개도국) 문제와 관련해 우리나라 농업의 민감성이 충분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미 우리나라 산업이 선진국 반열에 오르고 있기 때문에 개도국 지위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결국 핵심은 우리 농업에 대한 피해를 얼마나 설득하면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느냐는 것인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너무 늦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초반부터 노력을 했어야 했는데 시한이 다가오면서 미국으로 날아가 협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WTO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대선 재선과도 맞물린다. 중국이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면서 갖은 혜택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미국 정가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가 개도국 지위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아직까지 우리 정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개도국 지위 포기로 가닥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다.

개도국 포기하면 농가는 타격

문제는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게 된다면 농가가 입을 타격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많은 농산물 품목에서 수입산 관세가 낮춰지게 된다면 수많은 수입산 농상물이 국내로 몰려오게 되면서 농가는 몰락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외부적 환경 요인에 취약한 농가이기에 개도국 지위 포기는 더욱 농가의 근심을 드리우게 만든다.

이로 인해 농민들의 반발이 상당히 거세다. 실제로 지난 22일 정부는 농민들과의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지만 농민들의 강한 반발로 무산됐다. 이는 농민들이 개도국 지위 포기에 대한 강력한 저항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서도 농가의 타격을 최소화할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농민들은 정부가 아직도 무대책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농가 달래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실질적인 농가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관세를 부과해 소비자에게 부담을 지우는 현행 방식이 아닌 정부가 농민들을 직접 지원하는 납세자 부담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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