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리뷰] 시진핑의 공동부유, 마오쩌둥 참새의 추억
[국제리뷰] 시진핑의 공동부유, 마오쩌둥 참새의 추억
  • 남인영 기자
  • 승인 2021.09.14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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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남인영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이른바 ‘공동부유’를 내걸었다. 다같이 잘먹고 잘살자는 구호이다.

구호만 놓고 볼 때 성장보다는 분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공동부유가 자칫하면 ‘조롱환조(鳥籠換鳥)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 기업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이 바로 ‘조롱환조’이다. 즉 주인이 새장 속의 새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새를 바꿔버리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빅테크 기업 수장들이 앞다퉈 기부 릴레이에 동참하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마오쩌둥의 ‘참새’의 추석으로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다함께 잘살자 구호 나오니 빅테크 릴레이 기부 이어져

시 주석이 다함께 잘살자​ 즉 공동부유 구호가 나오자마자 빅테크의 릴레이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핀둬둬가 100억위안(약 1조 8천억원)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텐센트가 500억위안(약 8조원)을 약속한데 이은 것이다.

공동부유 구호가 나오자자마자 빅테크 기업들이 ‘풀’보다도 빨리 누운 셈이다. 공동부유는 제도적 룰을 조정해 시장에 분배를 조정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각종 보유세와 소득세를 강화해 더 많이 걷어낸 후 사회보장에 쓰고, 부유층이 알아서 기부하는 것을 말한다.

중국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으로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후 고속 성장을 해왔다. 하지만 이제 고도성장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면서 성장보다 분배에 맞춘 그런 정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고, 이에 공동부유를 꺼내들었다.

특히 중국은 빅테크 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분위기다. 중국 정부는 빅테크 기업을 ‘약탈경제’의 표상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민간기업이 중국 인민의 정보를 갖고 있다는 것 자체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빅테크를 중심으로 풀보다 빠르게 눕고 있다. 빅테크 기업이 이처럼 빠르게 자발적으로 기부를 하는 이유는 조롱환조 기조 때문이다. 조롱환조는 거대한 새장을 만들어 놓고 새를 키웠는데 새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새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기업도 역시 국가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셈이다. 그것이 조롱환조의 핵심이다.

그러다보니 빅테크 기업들이 저마다 자발적으로 기부를 하는 것은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즉, 자발적 기부를 통해 새장 안의 새로 남아있겠다는 처절한 몸부림인 셈이다.

마오쩌둥의 참새 생각나

다만 이런 중국 정부의 시책은 마오쩌뚱의 참새가 생각나게 만든다는 비판이 나온다. 마오쩌뚱은 ‘공부론’을 꺼내들었다. 다같이 부자가 되자는 것이다.

당시 중국은 농경국가이었고, 90% 정도가 농민이었다. 따라서 농촌을 잘살게 하는 것이 지상과제였다.

그런데 참새들이 낟알을 쪼아먹는 모습을 보고, 참새를 죽여야만 농부들이 배불리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서 참새를 2억마리 가량을 죽인다.

하지만 참새가 사라지면서 해충이 몰려왔고, 작황은 좋지 않게 되면서 수천만명이 굶어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빅테크 기업이 참새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곡식을 쪼아먹는 참새를 없애면 농민들은 배불리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해충이 출현하면서 작황이 나빠지게 됐고, 결국 농부들이 굶어죽는 사태가 발생한 것처럼 빅테크 기업을 옥죄면서 그에 따른 후폭풍이 상당히 거세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이 나온다.

성장을 저해하게 되면서 그에 따른 산업계의 위축이 중국 인민들을 공동부유가 아닌 공동빈곤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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