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통한 과거리뷰] 가뭄 그리고 물에 밥 말아 먹기
[오늘 통한 과거리뷰] 가뭄 그리고 물에 밥 말아 먹기
  • 어기선 기자
  • 승인 2022.06.1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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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파이낸셜리뷰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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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올해 가뭄이 예년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겨울부터 시작해서 반년간 이어오고 있다. 지난 겨울 강수량이 역대 최저치인 13.3mm를 경신했다.

기상청 수문기상 가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5월말 기준 116개 지역 중 강원도 지역 2곳을 제외한 114개 지역이 가뭄이었다. 5월 강수량 역시 역대 최대처인 5.8mm를 기록했다.

문제는 장마철이 온다고 해도 가뭄이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장마 초입인 이달 하순부터 다소 많은 비가 예상되지만 7월에는 폭염이 시작되면서 예년보다 강수량이 적을 것으로 관측했다.

이는 5~7년 주기로 가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2013년 가뭄이 발생했기 때문에 5~7년 주기인 올해 가뭄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사진=파이낸셜리뷰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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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가뭄이 들면

조선시대 임금이 먹는 식사를 ‘수라’라고 불렀다. 이에 임금의 수라를 만드는 부엌을 수랏간이라고 불렀다.

임금의 식사를 담당하는 사람에는 ‘기미나인’과 ‘수라상궁’이 있다. 기미나인은 음식에 독이 있는지 확인하는 사람이다.

조선시대 임금은 하루에 총 5번의 수라를 받았고, 이중 12첩 정식은 오후 10시와 오후 5시 두 번이었다.

12첩 반상을 받는 이유는 조선팔도에서 올라오는 음식을 갖고 만들었기 때문이다. 임금의 식사는 단순히 임금이 생명을 연명하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나라를 살피는 것이다.

각 지역의 특산물인 진상품으로 수라는 만드는데 재료가 겹치지 않도록 반찬을 만들었다. 해당 반찬의 양이 줄거나 빠지게 된다면 해당 특산물이 나는 지역에 뭔가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왕에게 알리고 왕은 그것을 알아채서 국정운영을 살피게 된다.

왕은 나라에 큰 기근이 발생하거나 전쟁 등으로 나라 사림이 어려울 때 자발적으로 수라상의 반찬 가지수를 줄이는 감선(減膳)을 하거나 고기를 올리지 않는 철선(撤膳)을 했다.

사진=파이낸셜리뷰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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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밥 말아 먹은 왕들

조선시대 임금은 가뭄이 발생할 때마다 감선을 했는데, 임금이 가장 최고로 쳤던 감선은 ‘수반(水飯)’이다. 물‘수’에 밥‘반’으로 오늘날로 이야기하면 물에 밥 말아 먹는 것이다.

물에 밥 말아 먹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신하들에 대한 무언의 압박이다. 임금이 물에 밥 말아 먹는데 신하들이 호화로운 식사를 하는 것이 가당키나 하겠냐는 압박이다.

이는 신하들에게 나라가 가뭄이 들었으니 근검절약을 해서 백성들을 살피라는 일종의 압박인 셈이다.

또 다른 의미는 왕이 부덕하기 때문에 가뭄이 들었기 때문에 반찬도 없이 물에 밥 말아 먹는 것으로 대신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조선왕조실록 성종실록을 살펴보면 1470년 5월 29일 성종은 다른 때보다 비가 많이 오지 않아 가뭄이 심하게 들자 나라에 어려운 일이 일어났으니 ‘수반’을 들었다고 했다. 즉, 가뭄이 발생해서 나라의 어려움이 발생했기 때문에 성종이 물에 밥 말아먹은 것이다.

그해 7월 8일은 비가 많이 왔다. 하지만 성종은 수반을 먹었다. 그러자 신하들이 건강을 생각해서 다른 음식을 먹을 것을 청했다. 그러나 성종은 가뭄 때문이 아니라 더워서 먹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때의 수반은 반성의 의미가 아니라 열을 내리는 용도로 물에 밥 말아 먹은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여러 왕들이 가뭄이 들 때마다 수반을 했다는 기록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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