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청일전쟁 그리고 군표
[역사속 경제리뷰] 청일전쟁 그리고 군표
  • 어기선 기자
  • 승인 2023.05.15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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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국이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 위반부에 발행했던 군표./사진=연합뉴스
일본제국이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 위반부에 발행했던 군표./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군표는 군용수표의 준말로 군대의 주둔지에 통화는 특수 화폐이다. 주로 해외에 주둔하는 군대에서 통용되는 특수 화폐이다.

점령군이 해당 지역 징발권을 갖고, 훗날 그에 합당한 경제적 보상을 한다는 징표이다. 하지만 그에 합당한 경제적 보상을 제대로 한 일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군표’는 종이쪼가리에 불과하다.

청일전쟁 당시 일본군이 청나라와 전쟁을 ‘한반도’ 등에서 하면서 조선 백성들로부터 엄청난 수탈을 하면서 ‘군표’를 남발했다. 물론 청일전쟁 끝난 이후 정당하게 대가를 지불한 바가 없다.

세계최초 군표 발행은 일본

사실 군대가 약소국에 주둔할 때에도 ‘명분’이 필요했다. 특히 약소국의 물자를 징발할 때에도 그 명분은 필요했다. 서구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에도 해외에 군대를 주둔할 때 해당 지역에서 물자를 징발하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메이지유신 이후에도 재정이 부족한 상태에서 해외에 군대를 파병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따라서 해외 주둔지에서 물자를 보급받아야 했다. 문제는 본국인 일본의 재정이 그것을 뒷받침해주지 못하자 결국 고안한 것이 바로 ‘군표’이다. 해당 지역에서 물자를 징발하지만 먼훗날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약속의 증서를 발행하는 것이다.

최초의 발행은 세이난 전쟁(1877년)으로 일본 제국 내에서 발생한 내전이었다. 반란군이었던 사이고 측이 군자금 조달 목적으로 발행했다. 그것을 차용해서 공식적으로 일본 정부가 발행한 것은 바로 1894년 청일전쟁이었다. 그러면서 러일전쟁, 중일전쟁, 태평양 전쟁 등에서 군표 발행을 남발했다.

군표 발행은 주둔지의 물자를 징발하는데 있어 명분을 만들어줬지만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한 바는 없다.

특히 1951년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따라 일본 군표에 대한 일본정부의 보상 혹은 교환이 불가능하게 되면서 군표는 그야말로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게 됐다.

1894년 7월 23일 일본군이 경복궁을 기습 점령했다. 이로 인해 김홍집 내각이 출범했고, 청일전쟁 당시 군표 발행이 가능했다./사진=KBS 드라마 명성왕후 한 장면.
1894년 7월 23일 일본군이 경복궁을 기습 점령했다. 이로 인해 김홍집 내각이 출범했고, 청일전쟁 당시 군표 발행이 가능했다./사진=KBS 드라마 명성왕후 한 장면.

청일전쟁 그리고 군표

청일전쟁이 발발하면서 청나라나 일본 제국 모두 한반도에서 물자 보급을 해결하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일본은 군표 발행을 했다.

군표 발행은 조선의 경제시스템을 마비시켰다. 특히 일본군은 군표를 내어주고 부잣집을 털어가는 사례가 비일비재했고, 그나마 근대화 과정을 통해 조선 상인들이 근대적 상권으로 성장하려고 했지만 군표로 인해 몰락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서북지역은 그야말로 군표로 인해 경제 시스템이 붕괴됐다. 서북지역은 일본군의 과도한 징발에 의해 경제시스템이 붕괴됐고, 삼남지방은 동학농민운동을 일본군이 진압하면서 빠르게 삼남지방을 장악해 나갔다. 그러면서 조선 정부로 들어와야 할 세입이 일본군으로 넘어가면서 경제권이 사실상 일본으로 넘어가게 됐다.

군표 발행이 가능했던 이유

일본이 군표 발행이 가능했던 이유는 1894년 7월 23일 일본군이 경복궁을 기습 점령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조선 역사상 4번째이고 병자호란 이후 250여년만에 왕궁이 외적에게 점령된 사건이다.

청일전쟁 직전 일본군은 청일전쟁 주도권을 쥐기 위해 경복궁을 기습 점령하면서 이른바 김홍집 내각이 만들어졌고, 그리고 갑오개혁이 이뤄졌다. 그러면서 일본군은 군표 발행이 가능해졌다.

조선 정부는 이를 타개 하기 위해 러시아를 끌어들이면서 일본을 견제하려고 했지만 결국 일본은 을미사변을 일으켜 민비를 시해했고, 이에 위협을 느낀 고종은 아관파천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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