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이해민 회장 “배우고 실행하고 공유하라”…클라우드 시대의 길
[인터뷰②] 이해민 회장 “배우고 실행하고 공유하라”…클라우드 시대의 길
  • 박영주 기자
  • 승인 2023.07.20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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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사실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커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엄청난 데이터 관리가 있었다. 앞으로의 세상에서는 DB(데이터베이스)가 없으면 안 된다. 옛날에는 DB를 제대로 집대성해서 미래화해서 활용할 생각까지는 못했는데, 앞으로는 그런 것들이 엄청난 자산이고 거기서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하고, 실행에 옮기고, 경쟁사한테까지 다 공유해야 한다. 런 두 셰어(learn, do, share). 그런 시대가 됐다.”

백색가전 냉장고의 심장 ‘컴프레서’ 국산화에 성공하는 등 가전부문에서 그야말로 신화를 써냈던 이해민 회장은 현재 클라우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베스핀글로벌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가전에서 클라우드로 어떻게 옮길 수 있었는지를 묻자 “아들 녀석이 사업을 크게 벌리는 바람에 시작하게 됐지”라며 미소를 지었다. 

아들인 이한주 대표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이 회장의 입가에는 숨길 수 없는 웃음이 번졌다. 큰 아들에 대한 자부심과 신뢰가 가득한 표정이었다. 실질적으로 베스핀글로벌이라는 회사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MSP(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사업에 돌입한 것은 아들인 이한주 대표였다 하더라도, 아버지인 이해민 회장 역시 클라우드 사업에 대한 설명은 거침이 없었다. 

“사업이 커지고 조직이 제대로 움직이려면 역시 과거에 성공한 사람들이 도움이 될 수밖에 없거든. 사람들 교육시키고 조직관리 하는 것은 결국 똑같으니까. 젊은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가르쳐줄 수 있는 어른이 필요했던게 아닌가 싶어.” 

현재 이해민 회장은 베스핀글로벌에서 신입 직원들의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클라우드 사업과 관련한 전문성은 아들인 이한주 대표가 더 앞선다 하더라도, 아무것도 없었던 그 시절 황무지에서 가전사업을 일궈낸 그에게 이한주 대표는 계속해서 경영상의 조언을 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해민 베스핀글로벌 회장(왼쪽)과 베스핀글로벌 회사 내부 모습. /사진=박영주 기자
이해민 베스핀글로벌 회장(왼쪽)과 베스핀글로벌 회사 내부 모습. /사진=박영주 기자

클라우드 사업의 미래에 뛰어든 이해민·이한주 父子
 
“아들이 원래 시카고대에서 회사를 창업했어. 그 회사를 계속 키우지 못한 것에 대해 아직도 가끔씩 후회를 하더라고. 그때 투자를 받아서 키웠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이한주 대표는 1998년 시카고대 동창들과 본인 아파트에서 ‘호스트웨이’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아버지인 이해민 회장 몰래 했던 창업이었다. 

개별회사에 홈페이지 등 웹서버를 제공해주는 웹호스팅업체 호스트웨이는 첫 해부터 투자제안이 끊이질 않았다. 웹호스팅은 지금의 클라우드의 바로 전 단계 서비스에 해당하는 것으로, 당시에는 아마존 보다 기술적으로 앞서 있었다. 

하지만 이한주 대표는 숱한 투자제안을 받지 않았고, 이후 아마존이 클라우드에 연간 10조원씩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상황에 당해내긴 어렵겠다는 판단이 서며 회사를 팔아버렸다. 혹시 그때 투자를 받아 회사를 키웠더라면, 어쩌면 아마존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업이 탄생하진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아들도 가만히 보니까 바위에다 달갈치기 정도거든. 아마존하고 싸울 수는 없고, 저놈들이 저렇게나 커졌는데 같이 할 수 있는 사업이 뭐가 없을까 생각해서 나온 것이 MSP(클라우드 관리 서비스)였다. 사실 한국에서는 최초로 MSP사업을 전개했는데, 그때 당시에 한국은 클라우드라는 개념 조차도 생소했다.”

삼성전자 출신인 이해민 회장은 실제로 MSP사업을 하는 아들을 통해 클라우드 사업의 미래를 내다보고, 이를 삼성전자 등에 연결시켜주려고자 적극적으로 힘을 보탰다. 회사가 성장하는데 필요한 각종 조언들도 아끼지 않았다. 현재 베스핀글로벌은 삼성 외에도 LG 등 대기업 계열사들을 대거 고객사로 두고 있다. 

“사실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커질 수 있었던 것은 엄청난 데이터 관리 덕분이다. 앞으로의 세상에서는 DB(데이터베이스)가 없으면 안 된다. 옛날에는 DB 같은 것을 제대로 집대성해서 미래화해 활용할 생각까지는 못했는데, 앞으로는 그런 것들이 엄청난 자산이고 거기서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지금이야 삼성 SDS, LG CNS, SK C&C 등을 그룹사로 두고 많은 회사들이 제대로 데이터베이스 관리를 하고 있지만 과거에만 하더라도 삼성전자 역시 제조회사지 IT 쪽하고는 거리가 멀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개인적으로 삼성전자가 가장 앞서고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클라우드 등장에 AI 발전 가속화…“인간 두뇌 따라한 AI 컴퓨터 나올 것”

이해민 회장은 최근 들어 챗GPT의 기술력이 화제가 되는 등 AI 관련 기술이 날로 각광받고 있지만, 그 배경에는 ‘클라우드’의 등장이 자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라는 개념은 1950년에 수학자이자 컴퓨터 과학자인 앨런 튜닝(Alan Turning)이 처음으로 제시했을 정도로 역사가 꽤 오래됐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야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는 이유가 저변에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할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있기 때문이거든. AI는 ‘머신러닝’이라고,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함으로써 성장합니다. 지금의 생성형 AI는 일정 부분에서 인간의 창의성이나 학습능력까지 모방하고 있잖나.”

이해민 회장은 향후에는 생물 신경망을 묘사해 전자 신경망에 복사하는 ‘뉴로모픽 컴퓨팅’이 미래 범용 AI 컴퓨팅 컴퓨터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1000억개의 뉴런을 가지고 고차원적인 인지 및 판단능력을 갖춘, 사실상 인간 두뇌의 원리를 그대로 따라하는 AI 컴퓨터가 탄생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1년 국제과학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하버드 대학이 공동연구한 새로운 뉴로모픽 기술 연구가 담긴 논문이 실렸다. 이는 생물 신경망의 네트워크 상태를 그대로 전자 신경망에 복사하는 브레인 카피 기술이다. 현재의 컴퓨팅 기술로는 최신형 기술들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개발된 것이 ‘뉴로모픽 칩(Neuromorphic chip)’으로, 삼성전자 반도체에서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해민 베스핀글로벌 회장. /사진=박영주 기자
이해민 베스핀글로벌 회장. /사진=박영주 기자

클라우드 시대…한국도 ‘Learn, Do, Share’ 해야 

이해민 대표는 클라우드·AI가 도래하는 시대에 ‘런 두 셰어(Learn, Do, Share)’의 가치는 빼놓을 수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배우고, 실천하고, 그리고 공유하는 것 자체가 클라우드를 관통하는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는 현재 베스핀글로벌의 기조이기도 하다. 

“나도 삼성맨 출신이지만 우리나라는 특유의 DNA가 있다. 미국과 비교해보면 선진국과 우리의 차이가 딱 보이거든. 그런거보면 아직 우리나라는 후진국이다. 미국을 보면 큰 기업은 큰 기업이 할수 있는 일들을 하고, 잔챙이들은 잔챙이들이 할 일을 한다. 그러면서 같이 공생을 해가는 구조지만 한국은 다르다. 우리는 뭐든지 다 집어삼킨단 말이지. 남이 할 것들까지 가져다가 다 내거로 만들다보니 경쟁 상대들을 다 죽이질 않나. 이런걸 버터플라이 비즈니스라고 하는데, 벌이나 나비가 꽃의 꿀을 다 빨아내버리면 열매야 맺겠지만 결국 꽃은 죽게 되거든. 이제는 그런 식으로 경쟁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겉으로는 우리 기업들이 상생을 말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상생이 뭐가 있나? 삼성도 마찬가지지만 재벌 대기업들이 다 잡아서 하고 있지 않느냐. 열심히 벤처 창업해서 어떻게 올라가려고 하면 큰놈이 나타나서 죽여 버리는 이런 것은 우리나라가 해결해야하는 고질병이다.”

“정부도 기업도, 뭐든 다 집어삼켜서 내거로 만들려고만 해”
“미래 먹거리 말로만 하지 말고, 현장 뛰면서 정책 펴달라”

이해민 회장은 대기업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정부 조차도, 다 내거로 만들어서 일을 하려는 접근방식이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일례로 코로나19 사태 당시, 백신 예약 시스템이 먹통이 된 상황을 베스핀글로벌이 나서서 해결해준 일이 있었다. 당시 베스핀글로벌은 발 빠르게 전문가들로 구성된 TF팀을 꾸리고 핵심 문제구간을 2주 만에 민간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는데에 성공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정부에서 보안이다 뭐다 해서 민간기업은 제쳐두고 ‘공공 클라우드’를 만들어다가 활용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기관들은 공공 클라우드를 기피하고 문제가 터졌을 때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지 않나. 미국 CIA(중앙정보국)이나 국방부도 민간기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클라우드를 사용한다. 우리 정부만 민간기업 클라우드를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결국 이 조차도 ‘런 두 셰어(Learn, Do, Share)’가 안되는 것 아니겠나. 정부가 사실 잘못하고 있는거다.”
 
정부가 기술의 발전을 제대로 쫓아가지 못하는 사례는 또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데이터센터가 자리하면서 수많은 대기업들이 이를 수도권 인근에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용 전기요금을 적용받는 것이 아니라 일반용 전기요금 적용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데이터 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정도로 전기를 많이 사용한다. 정부는 수도권 전력 과부하 문제 때문에 수도권에 위치한 데이터센터를 ‘지식서비스산업 전기요금 특례대상’에서 제외하고 일반용 요금을 적용했다. 이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지방으로 많이 이전시켰다. 

이에 대해 이해민 회장은 “기업들이 수차례 문제제기를 하고 나서야 어느 정도 방향이 잡힌 일”이라며 “기업가들이 일하다보면 공무원들의 사고가 참 많이 굳어있다는 것을 느낀다. 말로는 4차 산업혁명이니, 미래 먹거리 산업이니 말하면서 정작 도와주지는 못하니 한숨이 많이 나온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해민 회장은 “정부에서 미래 먹거리가 어떻고, 일자리가 어떻고 하는데. 클라우드·AI 기반 4차 산업에는 정말 필요한 인력도 많고 정부가 해줘야할 것들도 많다”며 “말로만 하지 말고 발로 뛰고 현장을 보시면서 정책을 펴달라고 요청하고 싶다”고 거듭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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