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리뷰] 11월 16일 김일성 사망 오보 사건
[역사속 오늘리뷰] 11월 16일 김일성 사망 오보 사건
  • 어기선 기자
  • 승인 2023.11.16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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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1986년 11월 16일은 김일성이 사망했다는 오보사건이 발생했다. 헤이그 밀사 사건 당시 대한매일신보의 이준 열사 분사 오보, 모스크바 3상회의 오보에 이어 우리나라 3대 오보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김일성은 1994년 7월 8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즉, 오보 사건 이후 7년 7개월 이후 사망한 것이다.

음악 하나 때문에

11월 14일 오산 공군기지 산하 미국 통신정보부대 감청소에서 근무하던 미군 병사가 이북에서 ‘임은 가시고’라는 멘트와 함께 무거운 분위기의 음악이 흘러나오자 장송곡으로 착각했다.

해당 병사는 한국말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나 잘못 알아들면서 미국 본토 NSA 본부에 호가인 요청을 했다. NSA의 상황병이 백악관과 CIA에 ‘확인을 요하는 정보’를 의미하는 두 번째 코드가 아니라 ‘확인 필(확인을 마친 정보)’을 의미하는 첫 번째 코드로 잘못 전송했다. 이후 주일미군 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에 김일성 사망이라는 메시지가 송신됐다.

이에 11월 15일 일본 공안조사청은 ‘김일성이 암살됐고, 그를 암살한 군인들이 중국으로 도피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그리고 11월 16일 조선일보에서는 ‘북괴 김일성이 총에 맞아 피살됐거나 심각한 사고를 당했다’는 호외를 보도했다. 이어 18일에는 김일성 피격 사망이라고 단정해 보도했다.

하지만 당일 오전 10시 몽골 인민혁명당 서기장 잠빈 바트뭉흐를 영접하기 위해 김일성이 평양국제비행장에 나타나면서 오보가 됐다.

호헌 내세운 전두환 정권이

다만 전두환 정권은 직선제 개헌의 불씨를 잠재우기 위한 수단으로 김일성 사망 오보를 적절하게 이용했다. 정보기관이었던 국가안전기획부는 김일성이 암살됐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있다면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지만 이미 언론 등을 통해 김일성 사망은 공식화됐다.

결국 당시 국무총리였던 노신영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보 사건에 대해 북한이 행한 고동의 책략이었다고 발표했다. 즉, 오보 사건에 대해 북한이 책임이 있는 것으로 발표를 한 것이다.

다만 당시 중앙일보는 ‘김일성 피살설’이라고 하면서 오보 사건에서 다소 한 발 물러난 모습을 보였다.

당시 소주 매출이 급격히 상승했었는데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보 당일인 16일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것은 김일성 사망에 대한 축배를 들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34년이 지난 2020년 3월 4일자 신문에서 100주년을 맞아 오보를 인정하고 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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