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리뷰] 11월 24일 YWCA 위장결혼식 사건
[역사속 오늘리뷰] 11월 24일 YWCA 위장결혼식 사건
  • 어기선 기자
  • 승인 2023.11.24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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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MCA 위장결혼식 참석자 중 한 사람인 백기완./사진=연합뉴스
YWCA 위장결혼식 참석자 중 한 사람인 백기완./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1979년 11월 24일은 서울 명동 YWCA 회관에서 재야 세력이 대통령 간선제 시행 저지를 위하여 결혼식을 가장해 집회를 개최하다가 적발된 시국 사건이 발생한 날이다.

10.26 사건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한 후 후임 대통령을 선출해야 했다. 하지만 유신헌법을 따르게 되면 통일주체국민회의의 간선제 즉 체육관 선거를 하게 된다. 이로 인해 최규하 당시 국무총리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재야인사들이 반발해서 대통령 간선제 저지를 위한 집회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당시 계엄 상황이기 때문에 시위를 벌일 경우 큰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해서 YWCA 회관에서 위장 결혼식을 여는 것이었다.

홍성엽+윤정민 겨혼식

이날 연세대 복학생 홍성엽군과 윤정민양의 결혼식을 가장해 청첩장을 만들었다. 홍성엽은 실존인물이었지만 윤정민은 故 윤형중 신부의 성을 따고 ‘민’주주의 ‘정’부에서 ‘정’과 ‘민’을 따서 ‘윤정민’이라는 가상의 여성을 만들었다.

공안당국은 의심을 했지만 결혼식이기 때문에 크게 의심을 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신부대기실로 찾아가 사진 촬영도 가능했지만 당시에는 신부대기실에 하객이 찾아가는 것은 관례가 아니었다. 따라서 공안당국도 신부 얼굴을 구경할 수 없었고, 신랑만 있었기 때문에 큰 의심을 하지 않았다.

결혼식이 시작되고 신랑이 입장하자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성명서 낭독이 이뤄졌고, 구호가 제창됐다. 그러자 경찰들이 대회장에 들이닥쳤고, 경찰은 140여명을 체포했다.

참여한 재야인사는 윤보선 전 대통령, 함석헌 신부, 전직 국회의원이던 양순직, 박종태와 임채정, 문동환, 김상현, 한명숙, 백기완, 최열, 김경남 등이었다.

윤보선 전 대통령과 함석헌 신부는 고령인 이유로 서면조사를 했지만 나머지 핵심인물은 보안사령부 서빙고 분실로 끌려가서 고문을 당했다. 당시 백기완은 고문으로 인해 정신착란 증세까지 보였다고 한다.

서울의 봄 이끌어 내

해당 사건은 재야 인사들이 끌려가서 모진 고문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가 됐지만 유신 정권 이후 숨죽였던 재야세력이 신군부의 억압에도 민주주의를 위해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것은 곧 민주주의 열망으로 이어지면서 1980년 봄 즉 서울의 봄을 이끌어 냈다.

이후 김대중 정부 시절 열린 민주화운동관련자 보상심의위원회에서 이 사건에 연루되어 기소된 154명을 복권했으며 민주화에 대한 공로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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