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1941년 12월 7일은 진주만 공습이 일어난 날이다.
일본제국 해군의 항공모함 6척으로 편성된 연합함대가 미국 자치령 하와이 제도의 오아후섬 북쪽 해상까지 접근해서 400여대 일본 함재기가 미국 태평양 함대기지 진주만을 공습한 사건이다.
일본제국이 미국을 상대로 선제공격을 한 사건으로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게 만들었고, 제2차 세계대전의 판도를 바꿨다.
러일전쟁 승리에 도취한 일본
러일전쟁 직후 일본은 승리에 도취했다. 하지만 중공업 생산 기반으로 고속성장을 했지만 여전히 농업 기반의 국가였다. 이로 인해 막대한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이것을 타개하는 방법으로 제1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으로 참전하는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으로 참전한 것은 일본의 의도라기보다는 영국과 미국의 ‘빚’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근대화를 이루기 위해 외국으로부터 차관을 빌려와야 했다. 그 돈의 대부분은 영국과 미국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채권국 미국과 영국이 연합국으로 참전을 하면서 채무국 일본도 자연스럽게 연합국으로 참전하게 된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은 연합국으로 참전을 했지만 실제 전투에 임하지 않고 주로 군수공장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승전국이 되면서 호황을 누렸다.
문제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일본의 호황 역시 끝이 났다는 것이다. 일본 경제는 버블붕괴로 막을 내렸고, 관동대지진으로 후폭풍이 거셌으며, 쇼와 금융공황 등으로 악재만 이어졌다.
일본 경제의 붕괴는 정치적 불안으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군부 그리고 국민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군부 내 쿠데타가 빈번하게 발생하게 됐다. 그리고 결국 군국주의화가 됐고, 중일전쟁 등을 일으키게 됐다.
천문학적 군사비 필요
중일전쟁을 일으키면서 일본은 넓은 전선을 관리해야 하면서 천문학적인 군사비가 필요하게 됐다. 이것을 식민지 조선이나 만주에서 충당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 가운데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유럽은 나치독일에 의해 혼란에 빠졌다. 그러면서 프랑스나 네덜란드 등이 동남아 식민지 관리가 부실해졌다. 이에 동남아시아를 점령하면서 풍부한 동남아 자원을 확보하게 됐다. 이것은 중일전쟁을 지속하게 하는 자원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인도차이나이다. 인도차이나는 프랑스령이었지만 프랑스가 독일에 점령당하고 괴뢰국 비시프랑스 정권이 들어서면서 일본으로서는 인도차이나를 쉽게 점령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점차 인도네시아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를 못 마땅하게 생각했던 미국, 영국, 중국, 네덜란드는 결국 일본에 전략물자수출금지를 하는 소위 ‘ABCD 포위망’을 형성시켰다.(America, Britain, China, Dutch)
여기에는 석유가 포함됐다. 당시 일본 전체 석유 수입의 80% 이상은 미국이 담당했다. 당시 일본은 석유재고량은 평시 3년 분, 전시 1년반이었다. 따라서 미국의 석유수출 금지는 일본에 치명타였다.
정어리 기름이 뭐기에
석유수출 금지 조치로 인해 일본은 빠르게 석유를 대체할만한 것으로 바꿔 나갔다. 육상 교통은 석탄을 활용하고, 석유가 필요한 곳에는 송근유를 썼다. 송근유는 송진 기름을 말한다.
또한 당시 한반도에서 정어리가 잡히면서 정어리를 이용한 어유(魚油)를 만들었다. 일본은 현대적인 어업기술을 한반도에 적용시키면서 많은 어획고를 기록했다. 정어리 기름은 윤활유 및 난방과 조명을 위한 등유로 사용했고,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를 비료로 썼다. 그러면서 점차 군용 선박의 기름으로도 사용하게 됐다.
석유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불가능하지만 미국이 수출을 금지한다고 해도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1940년 이후 정어리 어획량이 급격히 추락했다. 일본이 미국을 상대로 기름을 달라고 애걸복걸해야 할 판이었다. 이에 1941년 미국을 대상으로 협상을 벌였지만 협상이 실패를 하면서 결국 진주만 공습이 발생하게 됐다.
미국이 진주만 공습으로 인해 당황스러워할 때 인도네시아를 점령해서 석유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그리고 그 전략은 미드웨이 해전까지는 주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