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정위 철퇴 맞고도 정신 못 차린 이랜드, 꼼수 거래로 법 회피 논란
[단독] 공정위 철퇴 맞고도 정신 못 차린 이랜드, 꼼수 거래로 법 회피 논란
  • 최용운 기자
  • 승인 2023.12.10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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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 규제 회피 위해 계열사 지분 50% 아래로 낮춘 정황
2년 연속 적자회사가 이랜드건설 지분 600억원대 인수...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
‘내부거래 비중 증가는 일시적 현상’ 이랜드 해명은 거짓으로 밝혀져
이랜드 가산사옥 전경 / 사진=이랜드
이랜드 가산사옥 전경 / 사진=이랜드

[파이낸셜리뷰=최용운 기자]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로 박성수 회장의 사익편취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랜드가 공정거래법 규제 회피를 위해 꼼수거래를 한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다. 이 과정에서 당시 2년 연속 적자인 이랜드리테일이 모회사 이랜드월드로부터 600억원대의 이랜드건설 지분을 인수했다. 지난해 이랜드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철퇴를 맞은 ‘계열사 부당지원’과 유사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의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이랜드월드가 보유한 이랜드건설 지분율이 2022년 말 49.8%로 1년 전인 2021년 말 82.6% 대비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랜드월드 보유지분 중 32.6%를 NC백화점 등을 운영하는 이랜드리테일로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랜드리테일은 기존 보유분 17.4%에 이랜드월드로부터 넘겨받은 지분을 합해 총 50.2%로 이랜드건설의 최대주주가 됐고, 이랜드월드가 보유한 지분은 50% 아래로 떨어지게 됐다. 이와 같은 지분거래에 대해 ‘지배구조 개편 및 사업시너지 창출’이 취득목적이라고 이랜드리테일은 공시했다.

이랜드건설 지배구조 변경현황(출처:금융감독원) / 정리=최용운 기자
이랜드건설 지배구조 변경현황(출처:금융감독원) / 정리=최용운 기자

‘자회사를 손자회사로 만든 꼼수’로 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규제 회피 의혹 키워

자회사를 손자회사로 만드는 지분거래로 최대주주 지위가 변경된 것 말고는 이랜드리테일이 취득목적으로 밝힌 ‘사업시너지 창출’과의 연관관계를 찾기 어려운 거래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하려는 거래라는 의혹이 짙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총수일가 보유지분이 20% 이상인 회사가 자회사의 지분 50%를 초과 보유하면, 해당 자회사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 73.1%로 매년 급증해 온 이랜드건설은 2021년 말까지 여기에 해당하는 회사였다.

이랜드건설의 최대주주는 2021년 말까지 82.6%의 지분을 보유한 이랜드월드였다. 이랜드건설의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에 해당하는 상황이었다. 이랜드월드의 1년 사이에 30%가 넘는 지분을 100% 자회사인 이랜드리테일에 넘김으로써 이랜드건설 지분을 50% 아래로 낮췄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하려는 의도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랜드월드는 이랜드그룹의 소유·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로 박 회장(40.67%)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99.72%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박성수 회장→이랜드월드/이랜드리테일→이랜드건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상 이랜드건설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에 해당한다는 해석도 있다.

일감 몰아주기 회피 의혹에 대해 이랜드 측은 “중간지주사인 이랜드리테일의 수익성 확보와 패션부문인 이랜드월드보다 유통부문인 이랜드리테일이 이랜드건설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겠다는 경영상 판단 하에 사업구조를 재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관련기사] ‘[단독]박성수 회장, 이랜드건설 일감 몰아주기로 사익편취 의혹 논란’

2년 연속 적자에도 이랜드건설 지분 616억원에 매입한 이랜드리테일, ‘부당지원’ 의혹

자회사를 손자회사로 바꾸는 지분거래 과정에서 이랜드월드에 대한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도 불거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6일 이랜드리테일은 이랜드월드로부터 이랜드건설 주식 지분 32.6% 1066만3000주를 주당 5785원에 총 616억원에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분매입 전인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519억원, -39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부채비율도 2021년말 151.2%에서 이랜드건설 지분을 매입한 후인 2022년 말 기준 161.3%로 늘어나면서 재무구조도 악화됐다.

2년 연속 적자 상황에서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600억원 대로 평가된 계열사 지분을 인수한 이유도 석연치 않게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랜드건설의 기업가치에 대한 적정성 등 거래관계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모회사에 대한 ‘부당지원’ 의혹을 밝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랜드건설의 기업가치는 총 주식수 3254만1443주로 지난해 평가된 주당 5785원 기준으로 약 1882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매출액 1956억원 중 내부거래로 인한 매출 1430억원을 제외하면 이랜드건설이 자력으로 벌어들인 매출액은 526억원에 그친다. 이랜드건설의 적정 기업가치에 대해 전문가들은 내부거래이므로 적정성에 대해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삼지회계법인 김정훈 회계사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고 상장회사가 아니므로 이랜드건설의 적정 기업가치는 더욱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내부거래를 반영해 건설업계 기준으로 이랜드건설의 기업가치가 적정한지는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확인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지난해 이랜드그룹은 공정위로부터 계열사 부당지원이 적발된 바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이 모회사인 이랜드월드에 자금을 변칙적 방식을 통해 무상 제공한 혐의로 두 회사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40억8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 제재 내용은 ▲부동산 계약금 명목의 자금지원 ▲자산 양도대금 분할상환 지연이자 혜택 ▲이랜드월드의 대표이사 인건비 대납 등 이랜드리테일이 모회사인 이랜드월드에 무상으로 자금을 지원한 혐의다.

이랜드건설 연도별 내부거래 현황 비교 / 정리=최용운 기자
이랜드건설 연도별 내부거래 현황 비교 / 정리=최용운 기자

‘내부거래 급증은 일시적 현상’이라는 이랜드 측 해명은 거짓으로 밝혀져

지난 1일 본지의 ‘박성수 회장, 이랜드건설 일감 몰아주기로 사익편취 의혹 논란’ 보도 당시 이랜드그룹은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외부공사 착공 지연으로 내부공사 비중이 높아진 ‘일시적 현상’이라 해명했다. 본지 취재 결과 해당 해명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랜드그룹은 지난 2012년 상호출자 제한기업집단(現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처음으로 지정됐다. 지정 직후인 2013년 이랜드건설의 내부거래 금액은 1233억원으로 비중은 95.9%로 사실상 그룹사 일감으로 채워졌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은 2013년 이후로 2017년, 2018년을 제외하고 모두 50~90%대의 상당히 높은 비율로 이랜드건설에 일감을 지속해서 몰아줘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랜드측은 본지가 공시를 통해 확인한 내부거래 비율이 일부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각 회계연도별 감사보고서의 ‘특수관계자 거래’ 항목에는 공정거래법 상 내부거래(특수관계인과의 거래)가 아닌 항목도 포함되어 있어, 내부거래 비율에 일부 오류가 있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모든 거래는 산정한 정상가격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덧붙였다.

또, 이랜드 측은 이랜드건설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함에 따라 해당 주장의 근거에 대해 이랜드 측에 문의했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시자료 등에 의하면 동일인과 친족(배우자)이 함께 보유한 이랜드월드 지분은 48.7%이지만, 이랜드월드가 보유한 이랜드건설의 지분은 50%를 초과하지 않는다”면서 “따라서 이랜드건설은 공정거래법 제47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익편취 행위의 제공 객체에 해당하지 않고, 이 점을 로펌을 통해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본지 취재 결과 이랜드그룹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랜드건설의 지배구조 상 총수인 박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지배하는 이랜드월드가 직간접적으로 지배하는 이랜드건설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행위의 불법 여부는 조사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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