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빵이 없으면 케이크 먹으면 되지
[역사속 경제리뷰] 빵이 없으면 케이크 먹으면 되지
  • 어기선 기자
  • 승인 2024.01.29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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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사진=픽사베이
마리 앙투아네트./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는 말은 프랑스 부르봉 왕조 국왕 루이 16세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말한 것으로 잘못 알려진 ‘망언’이다. 실제로 한 말은 아니다.

오스트리아 출신 왕비에 대해 프랑스 국민들이 악마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는 철학자 장 자크 루소의 참회록에 등장하는 말이다.

루소와 앙투아네트는 다른 시대 사람

장 자크 루소 참회록에는 “최종적으로 나는 빵이 없다는 농부들의 말에 대한 고귀한 공주의 임시 방편, ‘그들에게 브리오슈를 먹이자!’에 대해 떠올렸다”고 돼있다.

이것이 사람들의 입방아에 와전되고 악마화하면서 마리 앙투아네트의 말로 바뀌었다. 실제로 참회록을 쓸 당시는 1766년이었다. 그리고 1740년대에 있었던 일화를 떠올렸다고 밝혔다.

참회록을 쓴 시점인 1766년을 기준으로 해도 앙투아네트는 12살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또한 앙투아네트가 프랑스로 시집간 시기는 1770년이었다. 이런 이유로 앙투아네트가 해당 발언을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사실 루소는 ‘사회계약론’ ‘에밀’ 등의 저서를 통해 근대사회와 교육 등의 성장적 이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평가를 받고 있지만 지독한 여성혐오주의자라는 평가도 있다.

따라서 ‘고귀한 공주’는 앙투아네트가 아니라 당시 프랑스 귀족 여성들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것이 프랑스 대혁명 당시 앙투아네트로 소문이 퍼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빵이 없으면 감자 먹으면 되지

앙투아네트는 오히려 ‘빵이 없으면 감자를 먹으면 되지’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감자가 유럽에 처음 도입되자 앙투아네트는 감자꽃 장식을 달고 감자심기를 홍보했다. 하지만 프랑스 국민들은 감자의 유익성을 알지 못하고 무시했다.

그러다보니 프랑스에서 흉년이 들었을 때 먹을 것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그런 사태가 발생했다. 만약 프랑스 국민이 앙투아네트의 감자 사랑을 인지하고 이해하고 감자 심기를 했다면 프랑스 대혁명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앙투아네트가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 ‘가짜뉴스’라고 하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비슷한 발언을 한 사람들이 많다.

중국의 경우 서진 2대 황제인 진혜제 사마충은 흉년에 백성들이 굶주리자 “곡식이 없으면 고기죽을 먹으면 되지 않냐”고 되물었다. 자치통감에 기록된 말이다. 중국학계에서는 이 말이 유럽으로 넘어가 앙투아네트가 한 말로 둔갑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무타구치 렌야는 임팔 작전에서 보급품이 떨어지자 “일본인은 초식동물이니 길가에 난 풀을 뜯으며 진격해라”고 발언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악용이 흑산도에 유배생활할 때 형 정약전에게 “고기가 없다면 개고기를 드시라”고 한 바가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0년에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배추가 비싸다고 하니, 내 밥상에는 양배추로 담근 김치를 올려라”라고 발언했고, 당시 정부 인사들은 “배추 값이 오르면 덜 담가먹으면 되지”라는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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