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꿀꿀이죽
[역사속 경제리뷰] 꿀꿀이죽
  • 어기선 기자
  • 승인 2024.02.01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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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꿀꿀이죽은 UN탕이라고 불렀다. 그것은 6.25전쟁 당시 미군 부대에서 먹고 남은 잔반을 활용해 만든 잡탕의 일종이었기 때문이다.

식량을 구하기 힘들었던 피난민이 주로 먹은 음식인데 돼지 사료에 빗대 꿀꿀이 죽이라고 불렀다.

먹을 게 없었던 6.25 전쟁

꿀꿀이죽은 6.25 전쟁 발발과 함께 피난을 하면서 탄생된 음식이다. 당시 한국은 최빈국에 속했다. 그래서 피난민들이 먹을 것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반면 미군부대는 물자가 풍부하면서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물자를 판매하는 ‘도깨비 시장’이 형성됐으며,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남은 음식물이 시중에 유통됐다. 그 중에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서 끓인 것이 바로 ‘꿀꿀이죽’이다. 점잖은 표현으로 유엔군이 준 재료로 만들었다고 해서 UN탕이라고 불렀다.

음식물 쓰레기로 만들었기 때문에 포크 자국이나 이빨 자국이 있는 음식물이 있는가 하면, 곰팡이가 있고, 휴지조각 또는 이쑤시개 조각도 있었다. 담배꽁초가 있는 것은 다반사이다. 실제로 꿀꿀이죽 때문에 식중독이나 폐혈증 등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속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더기를 서로 가져가려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고, 경쟁에서 밀린 사람들은 국물만 받아먹기도 했다.

휴전이 돼서도

휴전이 돼서도 먹을 것이 부족했기 때문에 미군부대 근처에는 꿀꿀이죽이 있었다.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그것을 왜 먹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당시에는 ‘생존’이었다.

다만 최근에는 음식이 형편없이 나올 때 ‘꿀꿀이죽’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실제로 2002년 6월 서울 강북구 수유동 어린이집에서 생선뼈, 이쑤시개 등을 섞은 잔반을 ‘영양죽’이라고 해서 먹인 사긴이 발생하자 언론에서는 어린이에게 꿀꿀이죽을 먹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 이같은 내용을 다루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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