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창고와 폐교의 화려한 변신, 지역 재생의 성공 신호탄
- 교육과 예술이 만난 생태 체험, 괴산의 새로운 명소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역대 대통령의 '비밀 별장'에서 '국민 힐링 공간'으로 변신한 청주시 청남대 솔숲길을 걷는다. 울창한 솔숲 사이로 스민 상쾌한 공기가 온몸을 감돈다.
청남대 문화관광 해설사는 이곳을 "우리나라에서 피톤치드 발생량이 가장 많은 길"이자 "역대 대통령이 가장 사랑한 산책로"라 소개한다. 1983년부터 2003년까지 5명의 대통령 발길이 머물렀던 '따뜻한 남쪽의 청와대' 청남대가 개방 22주년을 맞아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역사 문화 관광지이자 최고의 치유 공간으로 변모했다.



184만 4천㎡(약 55만 8천 평)의 광활한 부지는 시간을 멈춘 듯 당시의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본관을 중심으로 오각정, 그늘집, 초가정 등 대통령의 사적인 일상이 스며든 시설들이 깨끗하게 보존되어 있어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오각정은 단순한 쉼터 이상의 건축적 가치를 지닌다. 해설사에 따르면 "5각형 정자는 각을 맞추기가 매우 까다로워 '대목수(名匠)'만이 지을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대통령들이 이 길을 걸으며 대청호의 잔잔한 물결을 바라보고 국정을 고심했을 그 장면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20년간 대통령 별장으로 사용되던 이곳은 2003년 일반에 개방되며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거듭났다.



청남대는 4계절이 뚜렷한 자연 경관으로 방문객들에게 늘 새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가을이면 드넓은 골프장은 황금빛과 붉은 단풍으로 물들고, 겨울에는 초가정에 소복이 내린 설경이 고즈넉한 장관을 이룬다. 지금은 산책로마다 대통령의 발자취와 자연의 향기가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현재 청남대는 모노레일 공사(7월 28일~내년 1월 16일 예정)로 인해 일부 시설 이용이 제한된다. 행복의 계단(645개), 전망대, 출렁다리 등 대청호의 절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주요 명소는 임시 폐쇄되었다.
하지만 공사가 끝나는 내년 1월이면, 더욱 편리해진 접근성과 함께 행복의 계단과 전망대에서 대청호의 장관을 다시 조망할 수 있게 된다. 20년간의 비밀을 풀고 국민에게 돌아온 청남대. 역사의 무게와 자연의 치유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이 특별한 공간을 걸어보길 추천한다.
청남대에서 차로 약 45분 거리인 충북 괴산군 청천면에는 '지역 재생'이라는 특별한 스토리를 담은 두 개의 명소가 새로이 문을 열었다. 오랜 기간 방치되었던 폐창고와 폐교가 각각 복합 문화공간과 워케이션(Work+Vacation) 숙소로 화려하게 변신하며 방문객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방치된 연엽초 창고의 변신: 아이들의 꿈이 정박하는 '루마코브(LumaCove)'
1952년에 건립된 옛 엽연초 창고는 이제 '아이들의 꿈이 정박하는 항구'라는 아름다운 의미를 지닌 복합 문화공간 ‘루마코브(LumaCove)’로 재탄생했다. 총 23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이 공간은 지역 재생의 성공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연면적 481.2㎡(약 145평) 규모의 루마코브는 '해적선'을 콘셉트로 한 대형 놀이시설과 감각적인 카페를 갖추고 있다. 특히 건축 당시 창고의 아이덴티티였던 트러스 구조물을 그대로 살려 업사이클링한 점이 눈에 띈다. 과거 물류를 보관하던 공간이 이제 아이들의 상상력을 보관하는 창고로 변모한 것이다.
괴산군 기획홍보과 신미선 과장은 "방치된 창고가 주민과 방문객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것은 지역 재생의 좋은 사례"라며 "앞으로도 유휴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여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밝혔다.
지역 청년이 만든 워케이션 허브: 폐교 '농소막' 10월 정식 개장
괴산군 청천면 후영리에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공간이 문을 연다. 1993년 문을 닫았던 옛 대후초등학교가 '농소막'으로 탈바꿈하여 10월 중순 정식 개장을 앞두고 있다. '농막에서 휴식한다'는 의미를 담은 농소막은 총 22억 원을 투입해 환경·생태 친화형 워케이션(Workation) 숙소로 거듭났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지역 청년 농부 6명이 모여 만든 영농조합법인이 운영을 맡았다는 점이다. 이들은 단순 수익 창출을 넘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봉사 정신으로 참여했으며, 지역 주민 3명을 채용해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기대된다.
농소막은 2인실 4개, 4인실 2개의 숙박동과 최대 4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미나실, 그리고 5개의 캠핑 사이트를 갖추고 있다. 특히, 숙소 인근의 플라타너스 나무들은 폐교 당시 학생들이 직접 심은 것으로 알려져,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추억과 역사의 흔적을 간직한 채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생태 교육과 예술의 융합... 괴산, '자연의 숨결'을 배우다
청남대와 괴산의 지역 재생 공간을 둘러보았다면, 이제는 생태 교육과 체험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는 두 곳의 명소를 방문할 차례다. 괴산군은 최근 괴산 생태뮤지엄과 충북아쿠아리움을 통해 관광객들에게 단순한 볼거리 이상의 교육적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괴산군에 자리 잡은 괴산 생태뮤지엄은 생태와 예술을 결합한 독특한 복합 문화공간이다. 지난 7월부터 시작해 오는 26일까지 진행 중인 '우리에게 남을 것은 사랑이야(Snap Share Save)' 특별전은 멸종위기 동물을 주제로 한 관광·예술·환경 융합형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이곳에서는 유명 작가와 생태 전문 교육팀의 협업을 통해 어린이들이 환경을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 고상우 작가와 생태 전문 교육팀 비코리움이 함께하는 교육은 드로잉 체험과 생태 해설을 결합해 예술을 매개로 환경의 소중함을 체감하는 시간을 제공한다.
전시에 참여한 8인의 작가들은 회화, 조각, 미디어아트, 사진, 영상, 디지털 회화, 드로잉 등 서로 다른 분야에서 독특한 예술세계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작가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창의력은 '인간과 생물 다양성을 이루는 종들과의 아름다운 공존'이라는 세계관을 예술로 구현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개관 1개월 만에 4,500여 명의 관람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모우고 있어, 괴산의 새로운 교육 명소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충북아쿠아리움은 국내 최대 규모의 민물고기 전문 전시 공간으로, 교육적인 경험을 찾는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 최고의 선택지다. 지상 2층, 연면적 1,440㎡ 규모의 이 시설은 106종 4,600마리에 달하는 다양한 담수 생물을 전시하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시작된 '가을 은어들의 은빛 물결' 특별전은 '가을의 보석'이라고 불리는 은어의 생태적 특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모우고 있다.




아쿠아리움은 단순한 수조 전시를 넘어, 수중 생태계의 중요성과 보호의 메시지를 관람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특히 '대형 수조'와 '터널형 수조'는 관람객들에게 마치 물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생생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은어, 쏘가리, 자라, 메기 등 흔히 볼 수 있는 우리나라 민물고기부터, 아마존의 거대한 포식자인 '아라파이마'까지 희귀한 어종들을 관찰할 수 있다.
실외 '잉어 먹이 주기 체험장'과 실내 '곤충 체험관'은 어린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시설 내부에 카페, 휴게공간, 기념품샵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관람객들은 여유롭고 쾌적하게 자연 생태계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청남대, 루마코브, 농소막과 함께 괴산 생태뮤지엄과 충북아쿠아리움은 역사-재생-생태 체험을 아우르는 충청북도의 특별한 여행 코스를 완성하고 있다. 충북의 이러한 관광 명소들은 단순한 관람 시설을 넘어 교육과 체험, 휴식이 공존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폐창고, 폐교, 유휴 공간들을 지역 특색에 맞게 재창조하며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성공적인 지역 활성화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