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체부 3:7 예산 구조, 소멸 지역엔 가혹한 재정 부담
- 인접 지역 주민도 소중한 고객... 과도한 규제는 금물
- 비전문가 주도 DMO, 행정 하부 기관 전락 우려 커
[편집자주]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확대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강진군 사례를 모델로 전국 20개 지자체(상반기 16곳, 하반기 4곳 선정)에 ‘반값 여행’ 공모사업을 확대 발표한 가운데, 관광전문기자협회는 이번 정책이 현장의 디테일을 놓친 채 획일적인 예산 털어내기식 사업으로 변질될 것을 우려, 해당 사업의 원형을 설계한 임석 전 강진군문화관광재단 대표를 만나 지자체가 진정으로 준비해야 할 ‘생존 전략’이 무엇인지 묻고 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모든 관광의 근본은 지역민이 되어야 합니다. 현재의 정책은 산업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맨 밑바닥에서 움직여야 할 주민은 제외되어 있습니다. 주민이 행복해야 관광객도 행복하고, 그들이 지갑을 열어야 비로소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법입니다."
지난 수년간 대한민국 지역 관광의 판도를 바꿨다고 평가받는 '강진 반값 여행'. 이 혁신적인 실험을 설계하고 주도한 주인공, 임석 전 강진군문화관광재단 대표. 그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강진의 사례를 모델 삼아 전국 20개 지자체(상반기 16곳 선정, 하반기 4곳 선정)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지역사랑 휴가지원(반값 여행)'에 대해 반가움도 있지만 획일적 정책 진행방식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현장의 디테일을 놓친 '복제'는 자칫 지자체의 살을 깎아먹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돈으로 관광객 사 온다고?"... 설전 끝에 피워낸 관광인센티브
임 대표가 처음 강진에서 인센티브 제도를 뜯어고치려 했을 때, 군의회와 일부 공무원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관광객을 돈 주고 사 오느냐" 누구나 할수 있는 일이다라는 이야기와 이후 반값정책보다 먼저 시행한 단체인센티브를 현금이 아닌 지역 화폐로 지급하는 방식에 대하여서도 행정절차의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제가 처음 갔을 때 가장 먼저 한 게 여행사들에게 주는 기존 인센티브 규정을 다 뜯어고치는 것이었습니다. 군청 공무원들에 명분을 이해시키며 단체여행객들이 찾아 오는 구조를 만들었죠. 행정은 사진 찍고 이름 적어 내는 식의 구태의연한 증빙을 요구했지만, 저는 그 허들을 낮춰야 한다고 고집했습니다. '왜 모든 업체와 관광객이 부정을 저지를 것이라고 전제하느냐'고 되물었죠."
그는 단순히 반값을 돌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혜택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 '경제적 방어선'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조폐공사의 '착(Chak)' 시스템을 활용하고, 관광객이 받은 적립금을 강진의 온라인 직거래몰인 '초록믿음'과 연동시켰다. '착(Chak)' 시스템은 한국조폐공사가 개발한 블록체인 기반의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 플랫폼이다.
"직원들에게 설명했습니다. 서울로 돌아간 관광객이 집에서도 강진 농산물을 살 수 있게 결제 수단을 연동하라고요. 농민들이 '왜 관광에 예산을 쓰냐'고 항의할 때, 지역 식당들의 늘어난 매출로 지속적인 관광의 이익을 설득했습니다. 결국 1억 원도 안 되던 매출이 몇억 원대로 뛰는 걸 보고서야 지역의 기득권인 농업 종사자들이 관광의 아군이 되더군요."
3:7의 가혹한 매칭과 모호한 '생활인구'... 무리한 공모사업의 그림자
성공 사례로 남은 강진과 달리, 이번 문체부의 공모 사업은 구조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는 게 임 대표의 지적이다. 특히 국가가 3을 대고 지방이 7을 부담하는 예산 구조는 인구 소멸 지역인 기초 지자체에 가혹한 짐이다.


"7억 원이라는 돈을 낼 수 있는 인구 소멸 지역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생활 인구를 늘리겠다는 취지라면 국가가 더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 지금의 방식은 성과를 내기 위해 지자체를 경쟁으로 내모는 것에 불과합니다."
더욱이 '생활 인구'에 대한 행정의 경직된 태도는 정책의 실효성을 갉아먹는다. 정부는 부정 사용을 막기 위해 인접 지역 주민을 배제하거나 까다로운 가이드라인을 요구하고 있다.
행안부나 문체부에서 말하는 생활인구는 보통 '주민등록 인구 + 외국인 + 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 체류자'를 뜻한다. 하지만 임석 전 대표는 이를 "우리 지역에서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된 사람"으로 정의한다.
임 전대표가 말하는 생활인구는 ▲옆 동네 사람도 우리 고객이다(경계의 확장) ▲집에 돌아가서도 우리 지역을 소비하는 사람 ▲ 교부세의 기준이 되는 머릿수 등이다.
이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행정 구역이라는 칸막이에 갇힌 '거주자'가 아니라, 지역의 자원을 소비하고 문화를 향유하며 지역 경제의 혈액(자금)을 돌게 만드는 '활동적 동반자'이다.

"옆 동네 장흥이나 해남 사람이 와서 강진에서 생필품을 사도 우리 상인들에게는 소중한 수익입니다. '누구는 생활 인구고 누구는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 순간 마케팅은 죽습니다. 우리는 철저하게 이기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옆 동네 사람이라도 우리 지역에 와서 돈을 쓰게 만드는 게 1차적 성공입니다."
생활인구는 단순히 장부상의 숫자가 아니다. 인근 지자체 주민들까지 포용하는 '이기적 마케팅'을 강조하며, 단 3시간을 머물더라도 지역 화폐를 통해 상인과 접점을 만드는 모든 이를 강진의 시민으로 간주했다. 이것이 강진 반값 여행이 단순한 할인 행사를 넘어 '인구 소멸의 대안'으로 불리는 이유다.
변별력 없는 복제와 '비전문가'의 함정... "데이터 기반 마련이 우선"
임 대표는 선정된 20개 지자체가 똑같은 시스템으로 경쟁하게 된 현실을 두고 "변별력 없는 복제는 출혈 경쟁과 과도한 규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시스템을 운용할 줄 모르는 공무원들이 정해진 기간 내 예산을 털어내기 위해 보고서용 사업에만 매달릴 것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지역 관광 조직의 '비전문성'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많은 관광 재단이나 DMO(지역관광추진조직)의 수장들이 정치적 배경을 가진 비전문가들로 채워지면서, 이들이 행정의 하부 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다.
"관광 전문가도 머리를 싸매야 겨우 돌아가는 게 현장입니다. 그런데 언론인 출신이나 선거 공신들이 요직에 앉아 정책적 수준 낮은 이야기외 실행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참담합니다. 그들이 현장의 디테일을 이해하지 못하니 정책은 헛돌 수밖에요."
그는 마지막으로 정부와 관광공사의 역할을 주문했다. 지자체에 돈만 던져주고 알아서 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산재해 있는 데이터를 통합해 지방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먼저 깔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공사와 문체부가 해야 할 일은 시스템의 퍼즐판을 그려주는 것입니다. 금융권, 통신사로 흩어진 데이터를 통합하고, 기초 지자체가 마케팅에 즉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고속도로'를 놔줘야 합니다. 기존 한국관광데이터랩이 있지만 좀더 다양하고 정밀한 데이터를 수집해서 제공 해야됩니다. 맷집이 없는 기초 지자체가 자체 예산을 들여 빅데이터시스템까지 만들어 운영해야 하는 어려운 현실 입니다."
강진의 성공을 이끌었던 임석 전 대표의 쓴소리는 명확했다. 관광은 단순히 사람을 모으는 이벤트가 아니라, 치밀하게 설계된 '경제 시스템'이어야 한다는 것. 정부의 이번 공모 사업이 강진의 겉모습만 베끼는 데 그칠지, 아니면 임 대표의 조언처럼 지역의 심장을 뛰게 하는 진짜 정책으로 거듭날지 지켜볼 일이다.
임석 전 강진군문화관광재단 대표

임석 전 대표는 대한민국 지역 관광 마케팅의 전설적인 인물로 꼽힌다. 전남 강진군문화관광재단 설립 초기부터 8년간 재단을 이끌며, 전국 최초의 생활 인구 증대 모델인 '강진 반값 여행'을 탄생시켰다. 단순한 관광객 유치를 넘어 체류형 생활인구를 적극유치한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를 구축했으며, 강진을 전국적인 관광 명소이자 DMO(지역관광추진조직)의 모범 사례로 안착시킨 주인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