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배 밑바닥을 보면 빨간색 페인트가 칠해진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최근 들어 배 밑바닥에는 다양한 색깔의 페인트가 칠해져 있지만 한때는 ‘빨간색’ 페인트가 대세였다.
빨간색 페인트를 칠하는 이유는 바로 따개비·해조류 등 해양생물 때문이다. 해양생물로 인해 대형 컨테이너 선박의 경우 연료비가 하루 수천만원이 ‘더’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해양생물 붙는 것 막기 위해
배에게 가장 치명상은 바로 따개비, 조개, 해조류 등 ‘해양생물’이다. 이들이 배 바닥에 쉽게 붙는다. 그리고 배 바닥에 붙으면 배가 무거워지고, 물의 저항이 커지고, 연료 소모가 크게 증가한다. 이것을 ‘바이오파울링(Biofouling)’이라고 부른다.
바이오파울링 현상이 발생하면 연료 소비가 10~40% 증가한다. 그것은 속도를 감소시키고, 엔진 부담이 증가한다. 이런 이유로 대형 컨테이너 선박 기준으로 연료비가 하루 수천만원 더 들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현대 선박은 ‘방오 페인트’를 사용한다. 방오 페인트는 해양생물이 붙기 어렵게 만들고, 붙어도 쉽게 떨어지게 하고, 마찰 감소를 시킨다.
초기 방오 페인트에는 구리 성분이 들어있다. 구리 성분이 바닷물과 만나면 이온 상태가 되고, 그것이 해양생물을 배 바닥에 붙지 못하게 한다. 해양생물이 가장 싫어하는 물질 중에 하나가 바로 ‘구리 이온 상태’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구리 산화물은 ‘붉은 색’을 띈다. 이에 배 밑바닥에 구리 성분 방오 페인트를 칠하게 되면 ‘빨간색’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방오 페인트 이전에는
방오 페인트를 사용하기 이전에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으로 배를 육지로 올려 해양생물을 직접 긁어내는 것이었다.
선원들이 칼이나 스크래퍼로 따개비를 제거하는 작업을 했는데 이를 ‘카리닝(careening)이라고 불렀다.
과거에는 목조 선박이었기 때문에 몇 달 항해하고 나면 선박 밑바닥에 따개비가 잔뜩 붙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로 정기적인 청소를 했다.
문제는 힘이 너무 많이 들고, 항해 중에는 청소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목조 선박의 경우 타르, 송진, 동물성 지방, 유황 등을 발랐다. 하지만 타르, 송진, 동물성 지방, 유황 등은 바닷물에 금방 씻겨 내려간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나무 판자를 덧대는 방식도 사용했다. 얇은 희생 목재판을 덧대면서 따개비가 붙으면 판자만 교체하는 방식이었다.
영국 해군이 고안한 방법
그러다가 18세기 후반 영국 해군이 고안한 방식이 바로 구리판이었다. 배 밑바닥에 구리판을 장착하고 항해를 나갔다 와보니 해양생물이 없었다. 그러면서 항해 속도와 항속거리가 좋아졌다.
이에 그때부터 구리판을 선박에 덧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구리판을 배 밑바닥에 덧대는 것 역시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방오 페인트 성분에 구리를 넣기 시작했다.
그러나 구리 역시 해양 오염을 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실리콘 기반 방오 코팅 기술을 많이 사용한다. 이 코팅은 생물을 죽이지 않으면서 표면 에너지가 낮아 생물이 붙기 어렵고, 붙어도 쉽게 떨어지게 했다. 따라서 일정 속도 이상으로 운항하면 해양생물이 저절로 떨어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실리콘 방오 코팅 방식은 대형 선박에 어울리기 때문에 요트 등 소형 선박에는 초음파 기술을 응용해서 해양생물을 떨어뜨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