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③ K-크루즈, 지역경제 닻 올리다] ‘젊어지는 크루즈’, 세계 시장의 트렌드 변화와 기회
[기획 ③ K-크루즈, 지역경제 닻 올리다] ‘젊어지는 크루즈’, 세계 시장의 트렌드 변화와 기회
  • 조용식 기자
  • 승인 2026.04.22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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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크루즈 마케팅 1세대, 김연경 프린세스 크루즈 실장
- 디지털 접목한 '메달리온' 서비스, 한국 여행객에 최적화
-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결합한 혁신… 22년 연속 알래스카 1위
- 빈약한 한국 기항지 인프라 쓴소리… 전담 공무원 육성 절실
대한민국 크루즈 마케팅 1세대로 꼽히는 김연경 프린세스 크루즈 한국지사 실장. /사진=조용식 기자

[편집자 주]한국 크루즈 산업은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 경제를 견인할 핵심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본지는 국회 토론회와 실태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크루즈 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신규 기항지 마산항의 과제부터 글로벌 트렌드, 정부 정책 방향과 전문가 제언까지 총 5회에 걸쳐 심층 기획 보도한다.

① 국회에 울린 ‘크루즈 경제학’의 서막
② 국내 크루즈의 냉정한 현주소와 ‘실적의 덫’
③ ‘젊어지는 크루즈’, 세계 시장의 트렌드 변화와 기회
④ 2025 실태조사로 본 ‘지갑을 여는’ 크루즈 정책
⑤ 전문가의 제언 – “반드시 와야 할 이유를 창출하라”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해외 선사에서 일하던 당시, 서양의 노부부들이 크루즈 선상에서 손을 맞잡고 춤을 추며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평생 자식을 위해 희생하며 고생한 우리 부모 세대는 왜 저런 낭만적인 여행을 누리지 못하는 걸까. 그 안타까움이 나를 움직인 원동력이자 사명이 되었다."

대한민국 크루즈 마케팅 1세대로 꼽히는 김연경 프린세스 크루즈 한국지사 실장은 크루즈 산업에 청춘을 바치게 된 계기를 이같이 회고했다. 그의 목표는 평생 고생한 우리 부모님들이 크루즈를 '남의 여행'이 아닌 '나도 갈 수 있는 행복한 여행'으로 누리게 만드는 것이었다.

김 실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프린세스 크루즈의 정통 크루즈 시스템과 경쟁력, 그리고 한국 크루즈 기항지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사진제공=프린세스 크루즈

20대 후반 처음 발을 내디딘 이후, 출산 5일 전 만삭의 몸으로 부산항 현장을 누볐을 만큼 그의 열정은 독보적이었다. 그 맹렬한 사명감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굳건한 현재 진행형이다. 김 실장은 현재도 포럼, 설명회, 세미나 등 크루즈 산업과 관련된 현장이라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걸음을 옮긴다. 각계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진정한 크루즈 산업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며 끊임없이 현장을 뛰고 있다.

본지는 김연경 실장을 만나 글로벌 어워드를 석권한 프린세스 크루즈만의 경쟁력부터 정통 크루즈의 진수, 그리고 오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한국 크루즈 기항지의 냉정한 현실과 발전 방향까지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인을 매료시킨 4가지 마법, '메달리온 클래스'

최근 프린세스 크루즈는 콘데 나스트 트래블러(Condé Nast Traveler) 등 주요 매체의 글로벌 어워드를 휩쓸고 있다. 김 실장은 이 성과가 단순히 배가 크고 화려해서가 아니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하나의 경험으로 완성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연경 실장은 디지털 활용 능력이 뛰어난 한국 여행객에게 단순한 앱 이상의 실질적인 편의를 제공하는 '오션 메달리온'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용식 기자
선박 내의 어디에 있든 오션 메달리온 앱을 통해 배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사진제공=프린세스 크루즈
프린세스 크루즈를 포함한 글로벌 선사들은 2년 전부터 전 세계 노선을 확정하고 선제적으로 연료 공급망을 구축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국제 정세나 유가 변동에도 기존 요금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일정을 운영할 수 있는 방어 체계를 갖추고 있다. /사진제공=프린세스 크루즈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2024년과 2025년에 연이어 취항한 17만 톤급 친환경 LNG 선박, '선 프린세스(Sun Princess)'와 '스타 프린세스(Star Princess)' 등 스피어 클래스(Sphere Class)가 상징적입니다. 구(Sphere) 형태의 혁신적인 선내 구조와 '생츄어리 컬렉션(Sanctuary Collection)' 도입, 확장된 다이닝은 공간의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렸죠. 하지만 고객들이 진짜 열광한 것은 그 위에 구현된 소프트웨어 경험입니다. 고객은 '어떤 배를 탔는가'보다 '어떤 경험을 했는가'를 기억하거든요."

최근 중동 전쟁 등으로 촉발된 유가 변동의 여파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진단을 내놓았다. 김 실장은 "글로벌 선사들은 통상 2년 전부터 전 세계 노선을 확정하고 선제적으로 연료 공급망을 구축해 둔다. 이 덕분에 단기적인 국제 정세 불안이나 유가 변동에도 현재 시점에서는 기존 요금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일정을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크루즈 산업 역시 유가 상승의 영향권에 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선사들이 LNG 등 친환경 연료 선박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배경에는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화석 연료의 장기적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구조적 대응책도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프린세스 크루즈는 2019년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에서 크루즈 선사 최초로 웨어러블 기기인 '오션 메달리온(Ocean Medallion)'을 통해 혁신상을 수상했다.

디지털 활용 능력이 뛰어난 한국 여행객에게 이 기기는 단순한 앱 이상의 실질적인 편의를 제공한다. 양손에 짐이 가득해 불편한 상황에서도 객실 근처에 다가가면 이름으로 인사하며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키리스(Keyless)'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또한, 수영장이든 갑판이든 선내 어디서나 모바일 앱으로 주문하면 직원이 위치를 파악해 배달해 주는 '오션나우(OceanNow®)' 서비스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해상 최고 수준의 인터넷 속도를 자랑해 화상 통화와 유튜브 시청까지 거뜬한 '메달리온넷(MedallionNet®)', 그리고 원하는 시간과 식당을 앱으로 미리 커스터마이징하여 기다림 없이 식사할 수 있는 '다인 마이 웨이(Dine My Way)' 시스템이 더해져 여행의 질을 대폭 끌어올린다.

특히 언어 장벽이나 예약에 부담을 느끼는 한국의 시니어 고객들에게 이러한 디지털 시스템은 엄청난 자유와 해방감을 안겨준다.

이러한 첨단 서비스는 프린세스 크루즈가 추구하는 '정통 크루즈'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국내에서 종종 운항되는 전세선(차터선)이 한국식 식사나 특정 트로트 가수 공연에 치중한 맞춤형 테마 여행에 가깝다면, 프린세스 크루즈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기반으로 휴양지 본연의 안락함과 수준 높은 쇼, 훌륭한 다이닝에 집중하는 '정통 크루즈'다.

프린세스 크루즈는 여행 전문지 '트래블 위클리' 독자 선정 22년 연속 '알래스카 최고의 선사'로 선정됐다. /사진제공=프린세스 크루즈
알래스카를 지나고 있는 프린세스 크루즈의 모습. /사진제공=프린세스 크루즈

프린세스 크루즈는 여행 전문지 '트래블 위클리' 독자 선정 22년 연속 '알래스카 최고의 선사'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단순한 인기투표가 아닌 업계가 공인한 초격차의 비결은 세 가지다.

"첫째,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인 '글레이셔 베이 국립공원' 공인 운항권을 보유해 국립공원 레인저가 직접 탑승해 해설을 진행합니다. 둘째, '노스 투 알래스카(North to Alaska)'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베링해 크랩 어선에 올라 어업을 체험하고 신선한 해산물을 맛보는 진정성 있는 로컬 경험을 제공하죠. 셋째, 선사 자체적으로 내륙에 5개의 프라이빗 산장(로지)을 운영하고 전용 유리 돔 열차를 운행하여 바다와 내륙을 완벽하게 융합합니다.“

최근에는 크루즈 여행객의 연령대가 낮아지며 3040세대와 신혼부부의 유입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프린세스는 이에 맞춰 객실 장식과 샴페인을 제공하는 '로맨스/셀러브레이션 패키지', 프라이빗한 휴식을 보장하는 '생츄어리 컬렉션'을 적극 운영 중이다. 특히 음료, 다이닝, 와이파이를 투명한 가격표로 묶은 '프린세스 플러스/프리미어 패키지'는 하선 시 추가 비용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불안감을 완벽히 해소했다.

"한국 기항지, 뼈아픈 반성 필요"... 전담 공무원 육성 절실

오랜 시간 크루즈 현장을 지켜봐 온 산증인인 만큼, 한국 기항지 인프라의 현실을 짚어내는 그의 시선에는 진심 어린 애정과 고민이 묻어났다.

"해외에서 우리가 관광객이듯 거꾸로 생각해 보십시오. 기항지에서의 첫 환영 서비스와 첫 발자국이 한국을 기억하는 결정적 기점이 되기 때문에 환대를 위한 서비스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김연경 실장은 "기항지에서의 첫 경험이 불편하면 그 도시는 외면받는다"라며 "크루즈 전용 터미널에서의 패스트 트랙과 전자 입국 심사 확대가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사진=조용식 기자
프린세스 크루즈의 로컬 커넥션에는 한국의 삼겹살 체험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제공=프린세스 크루즈

김 실장은 "현장에서는 다국어 지원 서비스가 많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한다"라며 "디지털 강국인 한국의 이점을 살려 항구 입구부터 다국어가 지원되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 문화 체험과 여행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동시에 크루즈 탑승객의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감안하여,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 종이(하드 카피) 브로셔와 안내서를 항구에 상시 비치해 외국인 관광객이 안심하고 여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투트랙 전략'을 제언했다.

특히 그가 목소리를 높인 부분은 지자체와 관련 기관의 '순환 보직제' 문제였다.

"열과 성을 다해 크루즈 시스템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아이디어를 주면, 1~2년 뒤 담당자가 바뀌어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되었지요. 10년, 20년 노하우를 쌓은 글로벌 전문가들을 상대하려면 우리 지자체도 부서 이동 없이 크루즈만 파고드는 진정한 전문 컨트롤타워를 키워내야 합니다."

해결책으로는 철저한 '로컬 커넥션(Local Connections)'을 강조했다. 이웃 국가인 일본은 요코하마를 모항으로 삼아 사계절 내내 다양한 노선을 독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소규모 항구조차 도심 접근성이 뛰어나고, 다국어 안내 데스크와 특색 있는 로컬 굿즈 상점이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어 마지막 한 명의 지갑까지 열게 만든다. 반면 한국은 국제 해양법상 일본 출발 크루즈가 제3국을 들러야 하는 규정 덕분에 부산이나 제주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김 실장은 이를 당연하게 여기고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단순한 요행에 기대는 대신 철저한 '경험 중심의 관광'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주 해녀가 물질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대화하거나, 도자기 장인을 만나 직접 빚은 도자기를 배에 싣고 타게 하는 등 지역 전문가와의 만남을 주선해야 한다. 또한 외국인들은 '난타'와 같은 한국의 역동적인 퍼포먼스와 동양적 문화 체험에 열광한다. 단순한 면세점 쇼핑만 돌리는 시시한 일정으로는 크루즈 고객을 배 밖으로 끌어낼 수 없으며, 다시 비행기를 타고 오고 싶게 만드는 강력한 지역 특화 문화 예술 콘텐츠가 수반되어야 한다.

크루즈 경제의 숨은 큰손, ‘승무원’을 잡아라

지역 경제 활성화에서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타깃이 바로 '승무원'이다. 한 배에 많게는 2,000명 가까이 탑승하는 승무원들은 기항지에 들를 때마다 K-뷰티 화장품, 소형 가전, 생활용품을 대량으로 구매한다. 이들은 약국에서 상비약을 찾고, 편의점과 우체국, 고속 와이파이 존, 로컬 맛집을 순례하는 확실한 소비층이다.

전 세계를 다니는 크루즈 승무원들도 크루즈 경제의 숨은 큰 손이다. 사진은 프린세스 크루즈가 인기 여행지. /사진제공=프린세스 크루즈
크루즈 내에서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크루즈 관광객들. /사진제공=프린세스 크루즈
김연경 실장은 "단 한 번의 크루즈 여행으로, 당신의 여행 기준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크루즈 여행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초대의 말을 전했다. /사진제공=프린세스 크루즈

승무원들의 1인당 지출액은 일반 관광객을 상회하는 경우가 많으며, 지속적으로 항구를 찾는 단골손님이다. 이들에게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이들이 곧 선내에서 한국을 알리는 외교관이자 홍보대사가 된다. 

김 실장은 크루즈 여행이 지닌 일상성과 매력을 강조하며 인터뷰를 맺었다.

"제가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크루즈는 ‘언젠가 한 번쯤’ 가는 여행이었습니다. 오히려 ‘아직은 너무 이른 거 아닌가요?’라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들었죠. 그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 오랜 시간 꾸준히 달려왔고, 크루즈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지금 당장 즐길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여행이라는 점을 전달해 왔습니다."

그의 바람대로 한국 시장은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세계적인 흐름과 마찬가지로 크루즈 여행자의 평균 연령은 낮아지고 있으며, 젊은 세대의 비중 역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제는 항공권을 예약하듯, 호텔을 고르듯 크루즈 역시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여행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식탁 위에서 ‘이번엔 크루즈로 가볼까?’라는 이야기가 특별하지 않게 오가는 날이 올 거라 믿으며, 그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제게는 가장 큰 보람입니다. 그 출발점에서, 처음 크루즈를 고민하는 고객들이 망설임 없이 '처음이라면 프린세스 크루즈'를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지금 제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목표입니다."

그의 마지막 한 마디는 크루즈 여행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던지는 강력한 초대장이었다.

"망설임이 있으시다면, 그 끝에 작은 용기를 더해 보세요. 단 한 번의 크루즈 여행으로, 당신의 여행 기준이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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