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 압도적 득표율, 64년 글로벌 유산 입증
- 3천만 외래객 유치(?), 최악의 공항 입국 CIQ부터 개조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함께 걸어가면 혼자서는 결코 갈 수 없는 곳까지 갈 수 있습니다. 다차원적 위기 속에서 75주년을 맞이한 PATA의 정신을 회원들과 함께 재건하고 세계화를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대표하는 최상위 관광 협력 기구인 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PATA) 역사상 최초로 한국인 회장이 선출되면서 대한민국 관광의 국제적 위상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격상됐다. 지난 5월 11일 한국 경주에서 열린 '2026 PATA 연차총회' 이사회 회의에서 세방여행(글로벌투어)의 오창희 회장이 경쟁 후보인 마유르 파텔 후보를 60% 대 40%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누르고 2026년부터 2028년까지의 신임 회장직을 거머쥐었다.
당초 이번 선거는 전임 피터 세몬 회장 체제의 막후 지원을 받는 싱가포르 측 파텔 후보의 출마로 표 분산에 따른 파행이 우려되는 구도였다. 하지만 오 회장은 네팔의 수만 판데이 부회장과의 전격적인 외교적 단일화를 성취하며 한국 관광의 대외적 프리미엄 가치를 확고히 증명해냈다. 한국관광공사의 박성혁 사장 역시 이사회 전원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하는 친필 서한을 발송하며 힘을 보탰다.
이사회 서한에 담긴 64년의 헌신과 '헨리 오 주니어'의 유산
선거 과정에서 전 세계 이사회 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오 회장이 직접 발송한 진정성 있는 서한이었다.


오 회장은 서한을 통해 “저를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소개드리자면, 저는 1962년부터 PATA 회원사로 활동해 온 여행사 글로벌 투어의 2대째 오너입니다. 제 아버지이신 헨리 오 시니어(오세중) 회장님께서는 여행 사업을 개척하시고 PATA 회원으로 가입하신 후 협회에서 꾸준히 활동하셨으며, 1986년에는 PATA 평생 회원이라는 최고의 영예를 받으셨습니다. 저는 지난 40년 동안 아버지와 함께 수많은 PATA 행사에 참석하며 성장해 왔고, 여러모로 PATA는 제 삶의 일부였습니다”라고 강조하며 대를 이은 깊은 파트너십을 피력했다.
뒤이어 그는 “봉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는 다양한 문화와 지역을 아우르는 강력한 공동체로서 PATA 회원들을 하나로 묶고 우리 업계의 목소리를 강화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습니다. 협회가 직면한 수많은 복잡한 과제들을 잘 알고 있으며, PATA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선도하는 여행 및 관광 협회로 다시 한번 자리매김하게 하겠다는 약속을 겸손한 마음으로 받아들입니다”라고 명시하며 조직을 향한 확고한 책임감을 드러냈다.
선친인 오세중 회장은 1960년 세방여행 설립 후 한국관광공사보다 앞선 1962년에 PATA에 가입해 한국 인바운드 관광의 기틀을 마련한 선구자다. 과거 외국인들이 동양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자 스스로를 '헨리 오'로 칭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아들에게 '주니어'라는 타이틀을 물려주어 국제무대에서의 즉각적인 신뢰를 자산으로 남겼다. 오 회장은 이러한 소통 방식을 사내 전 직원에게 영어 이름을 직접 부여하는 세방여행만의 독특한 기업 문화로 정착시켜 바이어들과의 소통 효율성을 극대화해 왔다.
관행적 비딩 거부와 경주 총회 단독 유치 성과
이번 75주년 연례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개최된 배경에는 오 회장의 뚝심 있는 기획력과 과감한 추진력이 자리하고 있다. 당초 경북관광공사 측에서 유치 의사를 타진해 왔을 때, 오 회장은 본부의 관행적인 비딩 시스템을 단호히 거부했다. 마닐라 등 다른 외국 경쟁 도시들과 소모적인 투표 캠페인을 벌이며 구걸하듯 유치 경쟁을 펼치지 않겠다는 배수의 진을 친 것이다.


대신 오 회장은 1979년 경주 보문관광단지 개발 완성 시점에 개최되었던 PATA 워크숍의 역사적 상징성과 정통성을 명분으로 내세워 본부를 강력하게 압박했고, 결국 서울 중심의 행사를 탈피해 지방 관광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PATA 본부로부터 단독 컨펌을 받아내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를 통해 국비 5억 원, 도비 5억 원, 경주시와 포항시가 각각 2억 5천만 원을 분담한 총 15억 원 규모의 통합 지방정부 예산을 편성 받아 포항과 경주가 공동 파트너로 참여하는 대형 국제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투표가 끝난 직후 오 회장은 당선 기자회견을 통해 조직의 부활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선언했다. 그는 “모든 지부 회원을 방문하여 PATA의 정신을 재건하고 되살리겠습니다. 저의 당선은 PATA를 부활시키라는 위임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강력히 힘주어 말했다. 오 회장은 자신이 자영업자로서 재정적·시간적 여유가 충분한 만큼 PATA의 고유 업무와 국제적 결속에 전념하겠다는 포부를 구체화했다.
외래객 3천만명 시대의 장벽, 공항 CIQ 전면적 개조 요구
국제기구 수장의 시각으로 바라본 대한민국 관광 인프라의 현실은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다. 이번 PATA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전 세계 회원들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극심한 출입국 지연을 직접 겪으며 현장에서 거센 하소연을 쏟아냈다.
오 회장은 한국을 처음 마주하는 외국인들의 첫인상이 이처럼 비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얼룩져서는 결코 안 된다는 깊은 우려와 문제의식을 여러 차례 체감했다고 전했다.
2026년 1~4월까지 누적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약 677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수준의 가파른 회복세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일선 현장의 출입국 관리 인력 부족으로 심각한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코리아타임지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설 연휴 기간 외국인 입국 심사 대기 시간은 최대 1시간 54분에 달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권고한 기준치인 45분을 두 배 이상 초과했다. 방한객 규모는 지속적으로 급증하는 반면, 법무부 산하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인력 할당량은 2020년 891명에서 2026년 854명으로 오히려 감소한 탓이다.
유인 심사대가 성수기에도 정원의 절반 이하로 가동되는 인력 공백 속에서, 당국이 내놓은 자동 출입국 심사대 확대 조치 역시 17세 미만 어린이 동반 가족은 이용할 수 없는 규정상의 한계와 무인 단말기 등록을 위한 중복 대기 구조로 인해 실질적인 대기 시간 단축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 회장은 주요 관광 경쟁국들이 운용 중인 선진적인 시스템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대대적인 조정을 촉구했다. 미국은 자국민 라인이 한산해지면 보안 요원이 외국인 승객을 탄력적으로 유입시키는 큐 매니지먼트를 운용하고 있으며, 일본의 나리타와 오사카 공항은 마이스(MICE) 참가자와 비즈니스 승객을 위한 전용 패스트트랙(Priority Line)을 전면화해 가동 중이다.
대만은 첫 입국 시 여권 자동화 연동을 통해 재방문객의 쾌속 프리패스를 보장하며, 베트남 역시 국적기 비즈니스 고객을 위한 전용 라인을 다년간 정착시켜 국가 관문 경쟁력을 높였다. 이에 반해 한국은 지방정부 공항 간의 바이오 인식 정보마저 호환되지 않고, 노약자 패스트트랙 기준조차 인천공항(70세)과 김포공항(80세)이 제각각으로 나뉜 심각한 칸막이 행정 난맥상을 노출하고 있다.
오창희 회장은 문화체육관광부의 권한을 넘어 법무부와 국토교통부 등 범부처 차원의 행정 조율을 이끌어내기 위해, 향후 대통령 주재의 국가관광전략회의에 PATA 수장 자격으로 참석하게 된다면 공항 출입국 시스템의 대대적인 규제 혁신과 현장 인력 확충을 가장 최우선 과제로 삼아 강력하게 피력할 방침이다.
해외 유치 중심의 체질 개선, K-관광의 세계화 비전
오창희 회장은 PATA 회장 당선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연간 3천만 명에 달하는 한국인 해외 출국자와의 극심한 격차를 좁히기 위해 한국 관광 산업의 중심축을 외래 관광객 유치 중심으로 전면 재조정하겠다"는 구상을 명확히 했다.
이는 국내 관광 활성화와 외래객 유치 간의 심각한 불균형을 해소하고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이자, 일방적인 출국 열풍 속에서 국내 관광 생태계의 공동화를 걱정하는 베테랑 전문가로서의 깊은 우려가 배어 있는 대목이다.
오 회장은 과거 국내 관광 중심에 머물렀던 내수형 한계를 과감히 탈피하고, 전 세계적인 문화 흐름으로 완전히 자리 잡은 K팝 등 독보적인 인프라 자산을 인바운드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투입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지구촌 곳곳의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한국을 찾을 수 있도록 방한 기회와 관광 상품을 다각화하고, 행정적 장벽을 정면으로 돌파하여 K-관광의 진정한 세계화를 견인하겠다는 비전이다. 대를 이어 축적한 64년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PATA 수장이라는 세계적 리더십을 발판 삼아, 한국 관광의 영토를 전방위로 넓혀갈 그의 향후 행보에 업계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