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체 품은 18홀 골프장, 4색의 관념 산수화로 재탄생
- 3년 고증 무령왕 영정, 비워낸 마음에 우주 기운 담다
- 9월 뉴욕·내년 루브르… K아트 세계화 이끄는 거장 붓끝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지금도 인터뷰를 하면서 붓을 잡고 싶은 게 제 마음입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그게 무엇이든 영감이 일어나면 붓을 잡고 있죠. 아마 이런 게 선조님의 그 DNA 발현인가 봅니다.“
단원 김홍도의 9대손, 김영화 화백은 대화가 이어지는 내내 손에서 붓을 놓지 않았다. 인터뷰 중에도 기자의 옆모습을 캔버스에 담아내는 그의 모습은 일상이 곧 예술인 삶 그 자체였다.
조선시대 임금의 명을 받아 당대의 생활상을 화폭에 담았던 단원의 유전자는, 3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2026년 현재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희로애락을 치열하게 좇고 있다.
한 미술 평론가는 그런 그를 두고 단원 김홍도의 예술적 기질은 물론 외모까지 너무나 판박이처럼 닮았다며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도자기 무형문화재 제13호 사기장이었던 선친 김윤태 옹이 도자기의 근원인 '흙'으로 선조의 숭고한 결을 빚어냈다면, 김 화백은 소나무에서 추출한 전통 먹과 흙에 염착한 분채 물감을 활용해 그 장엄한 명맥을 캔버스 위에서 굳건히 이어가고 있다.
선조와 연결된 '결', 동양화의 '선', 궁극의 '빛'을 향한 4색의 진화
"깊은 명상을 통해 선조님, 그리고 도예의 신사로 불리셨던 아버님과 제가 하나의 '결'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낍니다. 그 고운 결을 바탕으로 동양화의 선을 꼿꼿하게 유지하며, 종국에는 생명력 있는 빛을 화폭에 담는 것이 제 궁극적인 과제입니다.“


김 화백의 웅장한 예술 세계를 지탱하는 세 개의 철학적 뼈대는 바로 결, 선, 그리고 빛이다. 보이지 않는 선조와의 끈끈한 주파수이자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반듯한 인품이 '결'이라면, 대상의 찰나를 직관적으로 포착해 내는 한국화 특유의 역동적인 조형 언어는 '선'이다.
그리고 이 치열한 수행의 과정이 융합되어 메마른 현대인의 내면에 원초적인 생명력을 불어넣는 에너지가 바로 '빛'이다. 이러한 김영화 화백의 철학적 궤적은 피카소가 네 번의 시대를 거쳤듯 네 개의 색채를 통해 극적으로 진화해 왔다.
초기 모노톤의 사유를 담은 그레이(Grey) 시대를 지나 골프 코스의 푸른 생명력을 품은 그린(Green) 시대를 거쳤으며, 현재는 우주의 웅장한 기운을 뿜어내는 골드(Gold)의 시대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훗날 생의 마지막 순간에는 모든 것을 순수하게 비워내는 화이트(White) 시대를 예비하고 있다는 그의 고백은 구도자에 가까운 예술가의 삶을 대변한다.
여체의 굴곡 품은 18홀 골프장, 음양의 조화 담은 관념 산수화
"어느 날 골프 코스를 바라보는데 그게 바로 여인이더라고요. 세상에, 설계한 사람은 이미 알고 18명의 여인을 눕혀 놓은 거예요. 여체의 파격적인 곡선이 골프장에 들어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캔버스 위에 남성을 상징하는 소나무를 함께 배치했습니다.“



국내 최초의 '골프 화가'로 불리는 김 화백에게 18홀의 코스는 단순한 스포츠 공간이 아니다. 해저드에 빠져도 포기하지 않고 멘탈을 다잡아 다음 샷을 준비하는 과정이, 젊은 시절의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우리네 인생의 '리커버리(Recovery)'와 완벽하게 닮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골프 코스의 유려한 능선에서 여체의 관능적인 곡선을 발견하고, 그 곁에 남성을 상징하는 굳건한 소나무를 배치해 우주의 깊은 음양 조화를 화폭에 녹여냈다. 나아가 청·적·황·백·흑의 짙은 오방색을 입혀 눈에 보이는 현상을 넘어선 현대판 관념 산수화를 완성했다.
서양화가 빛에 의한 단면만을 포착하는 데 그친다면, 관념적 시점을 지닌 동양화만이 18홀 전체를 아우르는 대자연과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단 하나의 캔버스에 온전히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흔들림 없는 지론이다.
3년 12차례 고증 거친 무령왕 영정, 눈동자에 혼을 불어넣다
"경찰서장 부탁으로 몽타주를 그리다 인연이 닿아 곤지왕을 명상으로 혼을 불러 그렸을 때 '아버지답게 참 잘 그렸다'는 평을 들었죠. 이후 무령왕 영정은 보이지 않는 옷 속의 손까지 지적받으며 3년 동안 12차례나 심의를 거쳤는데, 정말 돌을 닦는 심정으로 눈동자에 온전한 혼을 불어넣었습니다.“


역동적인 융합 예술을 선보이던 김 화백의 예술 여정에 거대한 내적 도약을 안겨준 사건은 바로 백제 25대 무령왕의 국가 표준영정 작업이었다. 과거 골프장에서 만난 7천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찰나의 표정을 골프공에 그리며 터득한 관찰력은 고대 군주의 용안을 생생하게 복원하는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다.
얼굴의 뼈대부터 칼의 문양 하나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역사적 사실을 요구하는 혹독한 심의를 장장 3년에 걸쳐 묵묵히 견뎌냈다. 특히 고대 군주가 캔버스 위에서 살아 숨 쉬도록 인간의 혼이 머무는 '눈동자'를 그려내는 데 자신의 모든 영적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그 험난한 고증을 마치고 붓을 내려놓은 순간, 화백의 내면을 짓누르던 무거운 짐들이 거짓말처럼 씻겨나가며 마음은 백지상태로 정화되었다. 이 철저한 비움 끝에서 우주의 폭발적인 기운을 담아낸 대작 '천지창조' 연작이 비로소 세상에 탄생할 수 있었다.
생명력 잃은 예술에 대한 일침, 진정한 K아트의 파동을 말하다
"요즘 에너지 없이 손만 놀려대는 작가들도 많은데, 그림에는 마땅히 빛을 향한 생명력이 있어야 합니다. 작가 스스로 치열하게 내면을 닦아 기계를 뛰어넘는 진정한 'AI(AIGA)'가 되어야만, 캔버스가 스스로 관람객에게 말을 건네고 영혼을 울리는 파동을 줄 수 있습니다.“
마음을 완벽하게 닦아낸 김영화 화백은 첨단 기술이 범람하는 현대 미술계와 한국 작가들을 향해 뼈 있는 일침과 깊은 바람을 동시에 전했다. 인공지능이 예술을 넘보는 시대에 단순히 사물을 똑같이 묘사하거나 서양 물감에 의존하는 행위는 한낱 기계적인 노동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작가가 화폭 앞에 서기 전 스스로 맑고 투명한 영적 매개체가 되어, 거대한 우주의 신호와 사랑의 생명력을 왜곡 없이 캔버스에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림을 완성하고 벽에 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작품 스스로가 끊임없이 대중과 대화하고 깊은 파동을 일으켜야 한다는 이 확고한 철학이야말로 그가 주창하는 진정한 의미의 K아트 정신이다.
3대 거점 동시 전시로 K아트 서막…호당 100만 원 위상 입증
"가장 트렌디하고 역동적인 문화 중심지인 이태원과 코엑스 등에서 전통을 지키되 현대적인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K-ART의 진수를 선보이고, 향후 세계 각지에 한국 미술을 알리는 글로벌 갤러리 구축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오는 4일 일제히 개막하는 이번 연쇄 전시는 개인전 70회 이상을 소화하며 탄탄한 독자적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김 화백의 거장으로서의 위상과 저력을 여실히 증명하는 계기다.
전시의 중심축인 이태원 K212 특별전은 '300년의 DNA, 김영화 화백 K-ART의 서막을 알린다'라는 타이틀로 막을 올리며, 동시에 개최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입체 미술 축제 코엑스 'PLAS 아트페어 2026'에서는 자미갤러리(ZAMIGALLERY) 초청 작가(부스 G63)로 참여해 전 세계 미술 컬렉터들을 맞이한다.
여기에 도심 속 열린 문화 공간인 '다님818 카페 갤러리' 전시가 더해져 평론가와 일반 대중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소통을 시도한다. 특유의 강렬하고 역동적인 붓질을 통해 우주의 기운을 시각화한 대작들을 대거 선보이는 그는, 최근 국내외 미술 시장의 뜨거운 주목을 받으며 이번 전시부터 작품 가격이 호당 100만 원 선으로 상향 조정되어 한국 미술계 거장으로서의 확고한 브랜드 가치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뉴욕 뚫고 파리 루브르 향하는 K아트 글로벌 웅장한 로드맵
"유화로 이상하게 흘러가며 K아트가 희석된 면이 있는데, 동양화는 본디 선의 예술이기에 언제 어디서나 생생한 드로잉이 되어야 합니다. 이 펄떡이는 생명력으로 세계 시장의 한복판에 우뚝 서겠습니다.“
이제 김영화 화백의 묵직한 시선은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미술 시장의 중심부를 날카롭게 정조준하고 있다. 천년의 세월을 거뜬히 견뎌내는 한국의 분채와 깊은 먹의 농담, 그리고 300년을 이어온 가문의 숭고한 예술적 DNA를 강력한 무기 삼아 진정한 K아트의 저력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겠다는 웅장한 포부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프리모홀딩스 등 각계의 든든한 협력을 바탕으로 치밀한 글로벌 로드맵을 가동 중이다. 다가오는 올가을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를 관통하는 대대적인 순회 전시를 개최하며, 9월에는 한불 수교 140주년을 즈음하여 프랑스 칸에서 한국 미술의 파동을 유감없이 선보일 예정이다.
이어 내년에는 세계 현대 미술의 상징인 사치갤러리와 최고 권위의 예술 전당인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의 전시까지 확정 지었다. 일상 속 18홀의 희로애락과 여체의 곡선을 유려한 동양화의 선으로 승화시킨 거장의 붓끝이, 마침내 뉴욕을 거쳐 루브르의 하늘 아래에서 찬란하게 비상할 채비를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