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속 경제리뷰] 베토벤 ‘영웅교향곡’, 나폴레옹 찬양했다가 실망한 이유
[작품속 경제리뷰] 베토벤 ‘영웅교향곡’, 나폴레옹 찬양했다가 실망한 이유
  • 어기선 기자
  • 승인 2026.07.09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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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Eroica)'’은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교향곡이다. 고전주의 음악의 틀을 뛰어넘어 낭만주의 시대를 여는 출발점으로 여기면서 대표적인 예술작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영웅교향곡은 나폴레옹을 찬양해서 만든 교향곡이지만 나폴레옹이 황제가 됐다는 소식에 악보를 찢어버렸다고 할 정도로 나폴레옹에 대한 실망이 있었다.

봉건주의 해체할 인물로

18세기말부터 유럽은 거대한 변화의 한가운데 있었다. 프랑스 혁명은 왕과 귀족 중심의 질서를 파괴하고, 자유와 평등, 박애라는 새로운 가치를 제시했고, 이러한 사상은 국경을 넘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됐다.

유럽 전역으로 확산하는데 혁혁한 공을 한 인물이 바로 젊은 장군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였다. 이런 이유로 유럽 전역에서는 지식인들 사이에서 봉건주의를 해체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젊은 지도자로 기대했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 역시 나폴레옹에 대한 기대가 상당했다. 당시 작곡가들은 왕실 또는 귀족의 후원을 받으면서 작곡을 해왔다.

하지만 베토벤은 이런 후원 대신 저작권료로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즉, 왕실이나 귀족들 앞에서 연주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악보를 팔아서 부를 축적했고, 왕실이나 귀족들이 연주를 해달라고 부탁을 해도 부탁을 거절했다.

이런 베토벤에게 나폴레옹은 봉건주의를 해체하고 새로운 질서를 유럽 전역에 심어줄 ‘영웅’으로 생각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1804년 나폴레옹 스스로 황제 오르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1804년 나폴레옹이 스스로 황제에 오르면서 달라졌다. 혁명을 통해 절대권력이 무너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또 다른 절대권력이 나온 것이다. 베토벤은 상당히 실망했다.

제자 페르디난트 리스의 회고에 따르면 베토벤은 나폴레옹 역시 권력욕을 버리지 못한 평범한 인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원래 교향곡 이름은 ‘보나파트르’였다. 즉, 나폴레옹에게 바치는 헌정곡이었다. 하지만 베토벤은 나폴레옹이 황제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자 ‘영웅’으로 바궜다. 더 이상 나폴레옹을 찬양하는 교향곡이 아니라 자유와 정의를 위해 노력하는 인간 정신 자체를 의미하게 된 것이다.

강렬한 감정 표현

이전 교향곡들이 비교적 균형과 절제를 중시했다면 베토벤은 훨씬 긴 연주 시간과 거대한 구조, 강렬한 감정 표현을 통해 새로운 음악 세계를 제시했다.

특히 첫 악장은 두 개의 강한 화음으로 시작하며 곧바로 긴장감을 형성하고, 이후 끊임없는 발전과 갈등을 통해 거대한 서사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전개 방식은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인간의 투쟁과 성장이라는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악장인 장송행진곡은 작품 전체의 핵심으로 꼽힌다. 느리고 장중하게 흐르는 선율은 단순한 슬픔을 표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한 시대의 이상이 무너지는 상실감과 영웅의 죽음을 애도하는 분위기가 음악 전반을 지배한다. 많은 음악학자는 이 악장을 통해 베토벤이 혁명의 좌절과 인간 사회의 비극을 표현했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절망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깊은 슬픔 속에서도 인간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이 함께 담겨 있다는 점에서 이 악장은 오늘날에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

이어지는 3악장은 생명력이 넘치는 스케르초로 구성된다. 침체와 슬픔을 지나 다시 활력을 되찾는 과정이 역동적으로 표현되며, 마지막 4악장은 다양한 변주를 통해 인간 정신의 승리를 노래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선율로 출발하지만 점차 규모와 깊이가 확대되며 거대한 결말에 이른다.

이는 한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수많은 시련을 극복한 인간 전체의 성장과 희망을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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