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관통협, 소수언어권 잡페어... K-관광 새 도약 이끈다
[현장스케치] 관통협, 소수언어권 잡페어... K-관광 새 도약 이끈다
  • 조용식 기자
  • 승인 2026.07.16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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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어 등 9개 언어권 120여 명 참가, 열띤 구직 경쟁
- 기계적 번역 넘어 한국 문화·역사 꿰뚫는 통찰력 필수
- 여행사-안내사 상생 협력 절실, 협회는 교육 역량 강화 총력
파란색 파티션으로 구획이 나뉜 상담 부스에서 여행사 실무진과 소수언어권 관광통역안내사들이 1대 1 맞춤형 구직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단순한 서류 제출을 넘어, 가이드들이 자신의 현장 경험과 언어적 강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며 인바운드 시장의 활기를 짐작케 하는 열띤 분위기가 행사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사진=조용식 기자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하루 30만 원에서 35만 원 선의 일비를 받고 있지만, 3월에서 5월, 그리고 9월 중순에서 11월 중순으로 이어지는 5개월가량의 성수기를 제외하면 수입이 완전히 끊겨 본업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러시아어 관광통역안내사)

"언어 대 언어로 단순 번역만 하는 기계적인 안내는 매우 무책임한 처사라는 것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미 한국을 공부하고 옵니다. 그들은 한국의 역사, K-컬처, 삼성의 성장, 남북한 문제 등 다양한 질문들을 합니다. 따라서 저희 가이드들은 우리 사회의 정치, 문화, 역사를 명확하게 꿰뚫고 있어야 하며, 외국인 관광객들과 자연스럽게 스몰 토크로 대화를 이어나가며 한국의 진면목을 전달해야 합니다." (스페인어 관광통역안내사)

지난 15일 열린 소수언어권 잡페어 현장에서 만난 관광통역안내사(이하 가이드)들이 K-컬처의 위상에 걸맞은 안내의 필수 조건이라며 입을 모아 강조한 핵심 내용이다.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관광플라자 4층 다목적홀에서 개최된 '2026 소수언어권 관광통역안내사 잡페어'에는 스페인어, 마인어, 베트남어, 프랑스어, 독일어, 태국어, 러시아어, 아랍어, 이탈리아어 등 총 9개 언어권에서 구직을 희망하는 120여 명의 가이드가 참가해, 구인이 필요한 인바운드 여행사(이하 여행사) 23곳과 활발한 맞춤형 현장 면접을 진행했다.

120명 가이드 몰린 현장… 외국인 면접관 직접 검증

이날 잡페어를 찾은 소수언어권 가이드들은 채용 시장의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행사장 입구에 마련된 대형 행사 배치도 앞에는 여행사별 1순위부터 5순위까지의 구인 언어권 현황표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고, 가이드들은 참여 업체 명단이 프린트된 파일을 손에 든 채 일일이 동선을 체크했다.

행사장 한편에 마련된 대기석에서 면접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소수언어권 관광통역안내사들. 좁은 채용 문을 통과하기 위해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본인의 이력서와 사전 질문지를 끊임없이 되짚어보는 모습에서 구직을 향한 참가자들의 간절함과 팽팽한 긴장감이 엿보인다. /사진=조용식 기자
행사장 입구 벽면에 부착된 '행사 배치도 및 구인 언어권 현황표'. 20여 개 참여 여행사가 1순위부터 5순위까지 필요로 하는 소수언어(러시아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마인어 등)를 상세히 명시해 두어, 가이드들이 자신의 주력 언어와 장점에 맞춰 전략적으로 면접 부스를 공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사진=조용식 기자
일부 프리미엄 인바운드 여행사 부스에서는 외국인 현지 직원이 직접 면접관으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가이드들과 모국어로 깊이 있는 대면 인터뷰를 진행하며, 단순한 언어 구사력을 넘어선 현장의 돌발 상황 대처 능력과 한국 문화의 섬세한 뉘앙스 전달력을 깐깐하게 검증하고 있다. /사진=조용식 기자

자신들의 언어 특기와 현장 강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여행사를 찾아 전략적으로 방문 상담을 진행하는 모습에서 구직을 향한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파란색 파티션으로 구획이 나뉜 23개의 여행사 부스 역시 빈자리 없이 돌아갔다. 각 부스에는 2명에서 최대 5명의 여행사 실무진이 상주하며, 이력서를 들고 찾아오는 가이드들과 심도 있는 1대 1 상담을 이어갔다.

특히 시선을 끈 것은 단순한 서류 확인을 넘어선 깐깐한 현장 검증 시스템이었다. 일부 인바운드 여행사는 외국인 현지 직원을 직접 면접관으로 배치하여 모국어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들은 잡페어에 방문한 가이드들과 마주 앉아 단순 언어 구사력을 확인하는 것을 넘어, 현장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돌발 상황 대처 경험과 문화적 뉘앙스 전달 능력을 꼼꼼하게 체크했다.

행사장 한쪽 대기 의자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는 참가자들은 본인의 이력서와 소개 자료를 끊임없이 되짚어보며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했다. 인바운드 업계의 깐깐한 요구 조건과 가이드들의 뜨거운 열의가 교차하는 치열한 탐색전의 현장이었다.

기계적 번역 한계… 문화 해설자로서의 사명감 필수

앞서 리드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을 최전선에서 맞이하는 가이드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성수기 기간에는 쉴 틈 없이 일정을 소화하지만, 비수기 기간에는 일감이 끊겨 다른 업을 병행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15일 서울 종로구 삼일빌딩 서울관광플라자 4층 다목적홀 입구에 세워진 '2026 소수언어권 관광통역안내사 잡페어' 안내 배너. 서울특별시관광협회와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다국적 관광객 수요에 발맞춰 K-관광의 질적 도약을 이끌 전문 인력을 발굴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사진=조용식 기자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이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수용자의 눈높이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외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는 결코 훌륭한 가이드가 될 수 없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증언이다.

스페인어 가이드로 현장을 누비는 한 가이드는 뼈저리게 느낀 현장의 변화를 서사적으로 짚어냈다. 그는 언어 대 언어로 치환하는 단순 번역 방식의 기계적인 안내는 매우 무책임한 처사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한국 사회의 정치, 문화, 역사를 명확하게 꿰뚫고 있어야 하며, 손님들과 자연스럽게 스몰 토크를 이어나가며 한국의 진면목을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일부 여행사들은 단순히 영리만을 추구하며 외국어에만 능통한 무자격자, 교포, 혹은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들을 무분별하게 채용하고 있다"라며 "2002년도라면 그런 임시방편이 통했을지 모르나, 지금 방한하는 관광객들은 한국에 대한 엄청난 사전 정보와 높은 기대 수준을 안고 찾아온다"라고 말했다.

구조적인 수입 단절 문제와 전문성 확보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이어졌다. 현재 활동 중인 한 러시아어 전문 가이드는 "하루 30만 원에서 35만 원 선의 일비를 받고 있지만, 5개월가량의 성수기를 제외하면 수입이 완전히 끊겨 본업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라고 털어놨다.

또한 "현장에 나가보면 관광객들은 단순히 표면적인 경치를 보는 것을 넘어, 한국이 이루어낸 한강의 기적이나 경제 성장, 복잡한 역사적 분단 배경에 대해 심도 있는 질문들을 던진다"라며 "이런 깊이 있는 안내를 수행하고 상이한 문화적 에티켓까지 매끄럽게 조율하려면 지속적인 역량 강화가 필수적인 만큼, 무분별한 무자격자 고용보다는 협회 주도의 갱신제와 보수 교육을 의무화하여 활동 인원을 명확히 파악하고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담보하는 제도가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관계자는 "협회는 제한된 예산 속에서도 끊임없이 신입 안내사 실무 교육과 심화 과정을 제공하고 있으며, 협회 홈페이지와 '관광인' 사이트 등을 통해 교육 과정을 사전에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하며 자질 향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벼랑 끝 고용 사각지대… 꼬인 인바운드 매듭 풀려면

방한 관광객의 질적 수준과 요구치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지만, 인바운드 여행업계 내부에 자리 잡은 해묵은 저가 관행과 고용 불안정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가이드들은 열악한 처우 속에서도 개인의 사명감에 기대어 현장을 버텨내고 있으며, 여행사들 역시 원가 절감의 압박 속에서 적정 수준의 임금을 지불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다.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관계자는 이 같은 현장의 구조적 갈등과 고용 사각지대, 그리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협회의 자구책에 대해 분명한 목소리를 냈다.

협회 관계자는 "비교적 청정 구역으로 여겨졌던 유럽어권 가이드들조차 애초에는 노 쇼핑 조건으로 35만 원 전후의 합리적인 일비를 받았으나, 갈수록 저가 관광 관행을 답습하는 인바운드 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하며 가격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라며 "정부가 프리랜서 가이드들을 보호하기 위해 특수고용직 산재·고용보험 제도를 야심 차게 도입했지만, 이를 정직하게 신고해 주는 사업장이 연평균 600명 대에 그치는 현실은 우리 안내사들이 얼마나 철저한 법의 사각지대에 버려져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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