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10년 간 표류 끝에 고향 이타카로 돌아오는 모험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 오늘날에도 ‘일리아스’와 더불어 읽어야 할 고전문학으로 곱힌다. 그리고 수많은 대중무화로 재탄생됐다. 크리스토퍼 놀란 역시 영화 오디세이로 재탄생시켰다.
트로이 전쟁 직후
‘오디세이아’의 배경은 트로이 전쟁 직후다. 전쟁이 실제로 있었다면 기원전 12세기 후반, 미케네 문명이 쇠퇴하던 청동기 시대 말기에 해당한다.
다만 오디세이아 작품이 나온 시대는 기원전 8세기 전후로 추정된다. 이때 그리스는 이미 철기를 사용하고 새로운 도시국가가 등장했다. 따라서 작품에 청동기 시대 영웅 전통과 철기 시대 사회의 현실이 공존한다.
일리아스는 전쟁을 중심으로 한 서사로 트로이 성벽 앞에서 이야기가 대부분 전개된다. 최고의 가치는 전쟁에서 명예롭게 싸우다 죽는 것이다.
반면 오디세이아 주인공 오디세우스는 같은 전쟁 영웅이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된다. 괴물과 싸우지만 대부분은 지혜와 인내, 협상과 기지로 극복한다. 무력보다는 판단력을 중요시하게 여기고, 전쟁보다는 귀향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
영웅이 전장에서 명예를 얻는 시대에서, 혼란스러운 세상을 살아남아 가정과 공동체를 회복하는 시대로 가치관이 이동한 것이다.
일리아스의 바다 vs 오디세이아의 바다
일리아스의 바다와 오디세이아의 바다는 다르다. 일리아스의 바다는 군대를 실어나르는 통로에 불과하다. 연합군은 함대를 타고 트러이까지 이동하지만 이야기 대부분은 육지에서 전개된다.
반면 오디세이아는 처음부터 끝까지 바다가 이야기 중심이다. 키클롭스의 섬과 세이렌의 바다, 스킬라와 카리브디스가 있는 해협, 칼립소의 섬과 파이아케스인의 나라까지 수많은 섬과 항로가 서사의 무대가 된다.
그것은 그리스가 지중해 전역에 진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청동기 시대 말 국제 교역망이 붕괴되면서 그리스는 한동한 침체기를 겪었지만, 기원전 8세기 접어들면서 에게해를 넘어 시칠리아와 남이탈리아, 흑해 연안 등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고 식민도시를 세우며 지중해 전역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해 나간 것이다.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수많은 항해와 낯선 섬들은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 문학적 표현으로 해석된다.
일리아스의 사람들 vs 오디세이아의 사람들
일리아스에서는 주로 왕, 귀족, 전사들의 이야기가 많았지만 오디세이아는 목동과 돼지치기, 하인과 선원 등 평범한 사람들이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충직한 하인 에우마이오스와 유모 에우리클레이아는 오디세우스의 귀환을 돕는 핵심 인물이며, 왕궁을 지키는 일 역시 이들의 충성심에 달려 있다. 영웅만이 역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질서를 유지하는 사회로 시선이 확장된 것이다.
오디세우스 역시 아킬레우스처럼 힘으로 적을 압도하지 않고, 타협과 협상으로 난관을 극복한다.
신들 역시 마찬가지다. 일리아스에서는 신들이 적극 개입하지만 오디세이아에서 신들은 관찰만 할 뿐이다.
이는 청동기 시대에서 철기 시대로 문명이 전환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리아스는 청동기 시대 문명을 언급한 대서사시라면 오디세이아는 초기 철기 시대 문명을 노래한 대서사시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