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영화 ‘범죄도시 1’은 2017년 개봉한 영화로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는 2000년대 서울 가리봉동에서 활동했던 중국동포 조직폭력배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됐고, 배우 마동석이 연기한 형사 마석도의 강렬한 액션은 지금도 시리즈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남아 있다.
영화 속 장첸 일당은
영화 속 장첸 일당은 단순한 범죄집단이 아니라 특정 지역이라는 하나의 시장을 장악한 경제 주체다. 물론 일반 기업처럼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폭력’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 구조를 만들었다.
유흥업소와 상인들을 상대로 보호비를 요구하고, 채권을 강제로 회수하며 경쟁조직을 폭력으로 몰아낸다. 이것을 ‘지대추구(Rent Seeking)’라고 한다. 기업이 혁신이나 생산성을 높여 수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권력이나 독점적 지위, 또는 폭력을 이용해 타인의 부를 이전받는 행위를 말한다.
또한 조직폭력배들 역시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이에 장첸 일당은 기존 조직을 제거하고 상권을 장악한다. 기업이나 조직폭력배 모두 시장을 독과점 하고 싶어 하는 욕심은 같지만 기업은 기술과 가격, 품질로 경쟁하지만 조직폭력배는 폭력과 공포를 이용해 시장을 독점하려 한다.
아울러 독점이 심화될수록 소비자의 선택권은 줄어들고 시장 효율성이 떨어진다. 범죄조직의 독점은 그보다 훨씬 심각하다. 소비자의 피해를 넘어 지역사회 전체가 공포에 휩싸이고 정상적인 경제활동 자체가 위축되기 때문이다.
상인들이 신고 못하는 것은 거래비용의 문제
영화 속에서 상인들은 경찰에 신고하지 못한다. 신고를 하면 보복을 당할 수 있고, 영업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를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의 문제라고 한다.
합법적인 제도를 이용하는 비용보다 범죄조직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비용이 더 낮다고 판단하는 순간 시장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결국 법보다 폭력이 더 효율적인 수단이 되는 왜곡된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를 깨부수는 것이 바로 경찰의 역할이고 영화 속 마석도의 역할이다. 마석도가 장첸 일당을 일망타진하면서 경제적 관점에서 무너진 시장 질서를 회복하게 된다.
조직폭력배를 제거함으로써 상인들이 다시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시민들이 안전하게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국가를 ‘정당한 물리적 강제력을 독점하는 조직’이라고 정의했다. 폭력은 개인이나 조직이 아니라 국가만이 제한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영화에서 장첸 일당은 국가가 가져야 할 폭력의 권한을 사실상 사적으로 행사하며 시장을 지배하려 했고, 마석도는 이를 다시 국가의 통제 아래 되돌리는 역할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