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정부가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시장과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개편안은 ‘주택수’ 중심에서 ‘주택 가액’ 중심으로 바뀐 것이 핵심이다. 이에 고가 주택과 비거주 주택에 대한 세 부담은 강화하는 반면,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는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조세 형평성을 높이는 한편, 거래 활성화와 지방 부동산 시장 회복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종부세 과세 기준
가장 주목 받는 내용은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이다. 지금까지 보유 주택 숫자가 중요한 기준이라면 보유 자산의 가치가 세금을 결정한다. 이에 주택이 한 채뿐이더라도 공시가격이 높으면 종전보다 세 부담이 커진다.
또한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도 차등 적용된다. 실거주 목적의 1세대 1주택자는 기본공제액이 기존 공시가격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확대되지만, 비거주 주택은 기본공제가 9억 원으로 낮아진다.
양도소득세 제도 역시 실거주 중심으로 손질된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단순 보유 기간보다 실제 거주 기간을 중심으로 적용되며, 10년 이상 거주한 양도가액 30억 원 이하 1주택자는 기본공제액이 기존 25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대폭 확대된다.
반면 투자 목적으로 장기간 보유했지만 실제 거주하지 않은 주택은 세제 혜택이 줄어든다. 정부는 주택을 투기 대상이 아닌 생활 기반으로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는 단계적으로 완화된다.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의 중과세율은 2027년부터 5%포인트, 2028년에는 10%포인트까지 낮아질 예정이며, 중과 유예 조치도 2028년까지 연장된다.
아울러 지방 세컨드홈에 대한 과세 특례를 확대하고 기업의 지방 투자와 지방 이주를 지원하는 세제 혜택도 함께 포함됐다.
증권가, 시장 영향은 제한적
이번 세제 개편안에 대해 증권업계는 시장 예상 범위 안에서 발표됐기에 부동산 시장과 건설업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NH투자증권은 이번 개편으로 고가 주택과 비거주자를 중심으로 세 부담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실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의미 있게 증가하는 시점은 시세 약 34억 원 이상의 고가 주택부터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시세 50억 원 수준의 주택은 종합부동산세가 현행보다 약 300만 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키움증권 역시 보유세와 양도세 조정은 이미 시장에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내용이라며 주식시장이나 건설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민주당, 실수요자 보호와 조세 정상화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개편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병도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안이 전략산업과 국내 투자 활성화를 지원하는 동시에 서민과 청년, 지역경제를 위한 세제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동산 세제 역시 같은 원칙에 따라 실거주 목적의 1주택자는 보호하고,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주택에 집중된 세제 혜택을 조정하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확대하고 장기 거주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공제를 크게 늘린 점을 대표적인 실수요자 보호 정책으로 평가했다.
또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일정 기간 완화한 것도 시장 거래 활성화를 위한 현실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야당, 세금폭탄...공급 확대 우선
국민의힘은 이번 세제 개편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이 확대되면 실수요자 피해가 발생하고 결국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정부가 집값 안정에 실패한 책임을 세금 인상으로 해결하려 한다며 공급 확대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동혁 대표도 이번 개편안을 ‘세금폭탄’이라고 규정하며 국민 재산권을 침해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보유세 강화가 주택 거래를 위축시키고 세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안철수 의원은 부동산 세제뿐 아니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도 함께 문제 삼으며 투자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조국혁신당 내부에서도 비판
이번 개편안은 야당뿐 아니라 여권 내부에서도 일부 우려가 제기됐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상장주식 과세 방식이 자신이 발의한 ‘주가 누르기 방지법’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국혁신당 역시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강도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조국혁신당은 실거주 중심 과세와 고가 주택 보유세 강화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다시 완화한 것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고가 주택에 대한 세 부담이 기대만큼 크지 않다며 보다 강력한 부동산 조세 정상화와 공공주택 공급 확대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