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5년 전 경고가 현실로…관광공사 인바운드 사업 80% 해외 OTA
[기획] 5년 전 경고가 현실로…관광공사 인바운드 사업 80% 해외 OTA
  • 조용식 기자
  • 승인 2026.09.09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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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원 의원실, "인바운드 사업 80% 해외 OTA 차지…올해는 86%"
- 관광공사 5년 전 보고서, “온라인 여행시장 72%” 전망…실제 71%
- 국내 OTA 내수시장 성장했지만... 해외 소비자 확보·상품 경쟁력은 부족
- 박성혁 사장 “국내 OTA 이대로 가다간... 글로벌 백엔드 전락 위기” 경고도
- 홍규선 교수,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으려면…여행업법 개정해 규제 틀 묶어야”
2026년 1~8월 기준 해외 OTA 사업 건수 비중은 85.6%(89건)까지 치솟아 공공 마케팅의 해외 플랫폼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음.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한국관광공사가 외래 관광객 유치를 위해 추진한 온라인여행사(OTA) 연계 인바운드 사업 10건 가운데 8건이 해외 플랫폼을 통해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6년간 누적 수치로, 올해 들어서는 그 비중이 85%를 훌쩍 넘어섰다.

5년 전 관광공사는 이미 글로벌 OTA의 영향력 확대와 여행유통의 온라인 전환을 전망하며 국내 여행업에 상품 다양성과 목표시장 차별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그러나 이후 공사가 외국인 대상 한국 관광상품의 홍보·판매를 위해 추진한 유통 창구에서는 해외 플랫폼 쏠림 현상이 짙어졌다. 시장의 거대한 변화는 미리 읽었지만, 정작 외국인 고객과 만나는 디지털 접점은 해외 OTA에 내준 셈이다.

인바운드 사업 80% 해외 OTA…올해는 86%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조계원 의원이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제출받은 ‘2021~2026년 OTA 연계 인바운드 사업 현황’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6년 8월까지 진행된 사업은 모두 501건이다.

이 가운데 국내 OTA 연계 사업은 100건(20%), 해외 OTA는 401건(80%)이었다. 연도별 해외 OTA 비중은 2021년 71%에서 2022년 90%, 2023년 80%, 2024년 76%, 2025년 78%를 기록했다. 올해 1~8월에는 전체 104건 가운데 해외 OTA가 89건으로 85.6%를 차지했다.

해외 OTA에 배정된 401건의 사업 중 홍콩 기반의 글로벌 플랫폼 클룩(Klook)이 74건으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고, 대만계 케이케이데이(KKday) 33건, 익스피디아(Expedia) 30건, 트래블로카(Traveloka) 24건, 트립닷컴(Trip.com) 18건 등 거대 글로벌 OTA가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조계원 의원. /사진제공=조계원 의원실

사업 건수와 예산 비중은 층위를 나눠볼 필요가 있다. 같은 기간 OTA 연계 사업에 집행된 예산은 총 213억 6042만 원으로, 국내 OTA에 71억 8700만 원(33.6%), 해외 OTA에 141억 7341만 원(66.4%)이 집행됐다.

해외 OTA 가운데 사업 참여가 가장 많았던 곳은 클룩(Klook)으로 74건이었다. 이어 KKday 33건, 익스피디아 30건, 트래블로카 24건, 트립닷컴 18건, 스카이스캐너 13건, 아고다 7건 순이었다.

다만 이 숫자는 각 OTA의 한국 인바운드 시장점유율이나 실제 외래객 송객 규모를 의미하지 않는다. 관광공사의 OTA 연계 사업 참여 건수다. 해외 OTA 활용 비중이 높은 이유를 온전히 판단하려면 국내외 OTA의 사업 참여·선정 과정과 실제 판매 및 방한 성과를 함께 살펴야 한다.

그럼에도 2021년 이후 관광공사가 외국인에게 한국 관광상품을 알리고 판매하기 위해 활용한 최전선 유통 창구에서 해외 플랫폼 비중이 국내 플랫폼을 크게 웃돌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5년 전, 온라인 여행시장 72%까지 확장 예측

이 같은 구조를 이해하려면 5년 전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한국관광공사 관광컨설팅팀은 2021년 9월 ‘DATA & TOURISM: 여행업의 Next Level-DX를 넘어, 글로벌 온라인 시장으로’를 발간했다. 모바일과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던 세계 관광 유통시장을 분석하고 국내 여행업의 대응 방향을 제시한 보고서였다.

당시 보고서는 글로벌 관광산업의 온라인 유통채널 비중이 2017년 60%에서 2025년 72%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5년 뒤 시장은 이 예측치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2021년 9월 발간한 데이터 분석 보고서. 당시 공사는 글로벌 관광산업의 온라인 유통 비중이 2025년 72%까지 확대될 것으로 정확히 예측하며, 국내 플랫폼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목표시장 차별화를 강하게 주문했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2021년 9월 발간한 데이터 분석 보고서. 당시 공사는 글로벌 관광산업의 온라인 유통 비중이 2025년 72%까지 확대될 것으로 정확히 예측하며, 국내 플랫폼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목표시장 차별화를 강하게 주문했다. 
2025년 전 세계 여행·관광 시장 매출의 71%가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채널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5년 전 한국관광공사가 보고서를 통해 예측했던 2025년 온라인 유통 비중 전망치(72%)와 불과 1%포인트 차이로 적중한 수치이다. /그래픽=AI 활용

글로벌 시장조사·데이터 플랫폼 스태티스타(Statista)가 2026년 업데이트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세계 여행·관광시장 매출 가운데 온라인 판매 비중은 71%였다. 관광공사가 전망했던 72%와 불과 1%포인트 차이다. 세계 여행·관광시장 매출의 70% 이상이 온라인 판매채널에서 발생하는 구조가 어김없이 현실화된 셈이다.

관광공사가 당시 주목한 것은 시장의 팽창만이 아니었다. 보고서가 인용한 2020년 자료에서는 부킹홀딩스 36%, 익스피디아 28%, 에어비앤비 18%, 씨트립 15% 등 4개 그룹이 온라인 여행시장의 97%를 차지했다.

이는 2020년 당시 특정 조사 자료와 시장 정의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현재 시장점유율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다만 관광공사가 이미 당시 여행 유통의 온라인 전환과 글로벌 OTA 중심의 시장 집중 현상을 구조적 위기로 판단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국내 OTA에 대해서는 고객서비스와 웹·앱 편의성 등에서는 강점이 있지만 가격 대비 가치와 상품 다양성은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해법으로 적정 수준의 트래블테크와 명확한 목표시장, 시장 차별화를 제시했다.

결국 2021년 관광공사가 국내 OTA에 던진 과제는 온라인 시장 진입을 넘어 해외 소비자를 직접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생하라는 것이었다.

국내 OTA 성장 속 인바운드는 '다른 성적표'

지난 5년 동안 국내 OTA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숙박에서 항공과 패키지, 레저·액티비티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고, 숙박세일 페스타 등 정부의 국내여행 활성화 사업에서도 주요 판매채널로 자리 잡으며 덩치를 키웠다.

그러나 국내 내수 시장에서의 성장과 글로벌 인바운드 경쟁력은 전혀 다른 성적표다. 내국인의 숙박 예약과 해외여행 거래가 늘었다고 해서, 해외 거주 외국인이 자국에서 한국 여행을 검색하고 예약·결제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났다고 볼 수는 없다.

인바운드 경쟁력은 외국인 이용자와 한국 관광상품 판매액, 다국어 서비스와 해외 결제수단, 숙박을 넘어 지역 체험·교통·공연·음식까지 연결하는 상품 경쟁력으로 따져봐야 한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국내 OTA가 지난 5년간 이 같은 역량을 얼마나 획득했는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2021년 관광공사가 제시했던 ‘상품 다양성’과 ‘목표시장 차별화’라는 해묵은 과제가 다시 등장한다.

관광공사의 해외 OTA 활용도 같은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클룩과 익스피디아, 트립닷컴, KKday 등은 이미 방대한 해외 이용자와 다국어 서비스, 글로벌 결제 인프라를 쥐고 있다. 외국인에게 방한 상품을 빠르게 노출하고 판매해야 하는 공사 입장에서는 이들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고육지책일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외국인이 해외 OTA에서 한국 여행을 검색하고 비교한 뒤 결제하는 구조가 굳어질수록 해외 소비자와 만나는 디지털 접점은 철저히 글로벌 플랫폼에 종속된다.

고객 정보의 제공 범위는 OTA별 계약에 따라 달라 일률적으로 재단할 수 없다. 하지만 검색과 예약, 결제, 후기와 재구매까지 이어지는 핵심 여정을 누가 통제하느냐는 플랫폼의 장기적인 경쟁력과 협상력을 좌우한다. 한국 사업자가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면서도 정작 핵심 고객 접점은 해외 플랫폼이 장악한다면, 국내 여행업은 결국 글로벌 OTA의 ‘상품 공급망’에 머물 수 있다는 뼈아픈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박성혁 사장은 최근 국내 토종 OTA와의 간담회에서 "스토리가 융합되고 경험이 응축된 체험 관광 상품을 판매되야 한다"고 전했다고. /사진=조용식 기자
박성혁 사장은 지난 4월 국내 토종 OTA와의 간담회에서 “더 이상 숙박 하나, 목적지 하나를 파는 그런 수준의 관광 상품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며 “토종 OTA들이 성장기에 접어들었다고 안심하다가는 결국 글로벌 OTA의 백엔드(재고 공급처) 역할로 전락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조용식 기자

글로벌 백엔드 전락 위기…규제·경쟁력 시험대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지난 4월 국내 주요 OTA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꺼낸 ‘백엔드’ 경고도 이런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박 사장은 “더 이상 숙박 하나, 목적지 하나를 파는 그런 수준의 관광 상품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며 “토종 OTA들이 성장기에 접어들었다고 안심하다가는 결국 글로벌 OTA의 백엔드(재고 공급처) 역할로 전락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또한 “스토리가 융합되고 경험이 응축된 체험 관광 상품을 판매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관광전문기자협회 기자간담회에서 설명하기도 했다. 이는 한국관광공사 2021년 보고서의 완곡했던 조언이 5년 뒤 보다 직접적인 질타로 돌아온 셈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제도적 형평성 문제도 시급하다. 홍규선 동서울대학교 관광학과 교수는 글로벌 OTA와 국내 플랫폼이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만큼 소비자 보호와 분쟁 해결, 사업자 책임에서도 강력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현행 관광진흥법상 여행업 규율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별도의 ‘여행업법’ 제정 등을 통해 해외 OTA까지 포괄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해외 플랫폼이더라도 국내 시장에서 영업하고 한국 소비자와 관광사업자에게 영향을 미친다면 최대한 동일한 법적 기준과 의무를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결국 이번 통계가 던지는 질문은 ‘해외 OTA 80%’라는 숫자를 넘어선다. 2021년 관광공사의 온라인 시장 전망은 5년 뒤 현실이 됐다. 국내 OTA도 성장했다. 그러나 그 성장이 해외 소비자를 직접 확보하는 인바운드 경쟁력으로 얼마나 치환되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5년 전 관광공사가 내놓은 경고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의 질문으로 돌아왔다. 한국의 관광상품을 누가 만드는가를 넘어, 그 상품을 사는 외국인 고객과 누가 직접 만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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