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밸런싱' 일환? 기존 환경·에너지에서 반도체·AI 중심으로 사업 재편
웃지 못하는 건설 본업...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3102억원 세전손실

[파이낸셜리뷰=김경은 기자] SK에코플랜트가 한때 친환경 사업의 핵심으로 품었던 SK오션플랜트를 4년 만에 매각하면서, 4100억원의 자금 확보에 나선 배경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와 동시에 과거 물적분할로 떼어냈던 SK에코엔지니어링은 다시 흡수하기로 하면서, 기존 환경·에너지 중심에서 반도체·AI로의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31일 보유한 SK오션플랜트의 지분 35.62%를 디오션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매각 규모는 약 4100억원 수준으로, 올해 12월 내 거래가 완료될 예정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SK오션플랜트가 성장 국면에 들어섰음에도 매각을 결정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SK오션플랜트의 연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654억원과 595억원으로, 전년(6626억원, 418억원) 동기 대비 모두 반등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SK에코플랜트는 이번 매각으로 유입된 자금을 차입금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올해 6월 말 SK에코플랜트의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약 3조90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신용평가는 SK오션플랜트가 보유한 차입부담이 제거되고, 매각 대금 4100억원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경우 순차입금이 약 3조300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6월 말 연결 기준 SK오션플랜트가 보유한 총차입금과 순차입금은 각각 2217억원, 1804억원으로 총 차입부담은 4021억원에 달한다.
4600억 들여 인수했는데 4100억에 매각…그래도 파는 이유
SK에코플랜트의 이번 SK오션플랜트 매각은 투자 당시보다 낮은 가격에 지분을 정리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021년 SK에코플랜트는 SK오션플랜트의 전신인 삼강엠앤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인수 등에 약 4600억원을 투입했다. 당시 SK건설에서 SK에코플랜트로 사명을 바꾸고 기존 건설사 이미지에서 환경·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하던 시기였던 만큼, 해상풍력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내다본 것이다.
그러나 약 4년 만에 SK에코플랜트는 오션플랜트를 4100억원에 매각하게 됐다. 단순 금액만 놓고 보면, 최초 투자액보다 약 500억원 낮은 셈이다.
그럼에도 이번 매각을 진행한 배경에는 해상풍력 업황의 변화가 꼽힌다. 해상풍력 프로젝트 지연과 하부구조물 발주 공백이 이어지면서 SK오션플랜트의 기업가치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이번 거래의 주당 매각 가격은 약 1만8000원으로, SK에코플랜트가 삼강엠앤티를 인수할 당시 구주 매입단가 3만원과 신주 발행단가 2만원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또한 SK그룹 전체의 전략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SK그룹은 2024년부터 비핵심 자회사를 정리하고, 한정된 투자 재원을 AI와 반도체 중심 사업에 집중하는 ‘리밸런싱’ 전략을 시행해 왔다.
2021년에는 환경·에너지가 미래 동력이었지만, 현재는 AI와 반도체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최근 SK에코엔지니어링과의 합병도 같은 맥락이다. 2022년 SK에코플랜트의 플랜트 사업 부문을 떼어내 SK에코엔지니어링이라는 신설 법인을 만들었지만, 결국 사업의 무게 중심이 반도체와 AI 인프라 위주로 재편되자 다시 자회사로 들이게 된 것이다.
첨단 산업플랜트 역량을 갖춘 SK에코엔지니어링과 SK에코플랜트의 시공 및 사업 관리 역량을 더해 AI 인프라 강화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IPO 사실상 보류…현금 유출 급증
SK에코플랜트가 자금 확보에 나선 또 다른 배경에는 최근 이어진 재무 부담 영향도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차질을 빚은 기업공개(IPO) 과정이 대규모 현금 유출로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상장 전 지분투자를 통해 재무적 투자자(FI)들로부터 총 8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계약대로라면, 올해 7월까지 IPO를 완료해야 했지만 정부의 중복상장 규제 강화 등으로 IPO는 사실상 보류 상태가 됐다.
이에 따라 FI에 투자금을 돌려줘야 했던 SK에코플랜트와 SK그룹은 지난 4월 총 1조500억원을 들여 전환우선주(CPS) 등을 일괄 매입했다. 이중 SK에코플랜트가 부담한 금액은 약 6500억원으로, 단기간내 큰 규모의 현금 유출이 이뤄지면서 향후 재무 운용이 과제로 남게 됐다.
SK에코플랜트는 해상풍력 업황 회복을 기다리기보다 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고 반도체 소재와 산업용 가스, AI 데이터센터 등 고부가가치 사업에 자원을 집중하는 방향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자회사 SK오션플랜트 매각은 지난해부터 추진했기 때문에 올해 초 CPS 상환과는 관련이 없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반도체·AI 중심의 핵심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매각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숙제로 남은 본업 건설…시공 문제 '잡음'도
사업 재편과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건설 본업의 실적 부진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특히 개발사업 관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발채무와 부채성자본 조달 규모도 재무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부동산 PF는 개발사업에서 향후 발생할 분양대금 등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시공사가 채무보증이나 자금 보충 등의 신용보강을 제공하기도 하는데, 사업성이 악화될 경우 우발채무가 실제 재무 부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SK에코플랜트의 PF우발채무는 올해 6월 말 연결기준 약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아울러 자회사인 SK에어플러스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도 1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주식 형태지만 언젠가 회사가 현금으로 물어줘야 하는 부채성자본으로, 실질적으로는 차입금과 같기에 부채 부담이 큰 수준으로 해석된다.
건설 사업의 수익성도 악화됐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3102억원의 세전손실을 기록했다. 한국기업평가는 비주택 및 장기 미착공 사업에서 돌려받지 못하는 금액이 늘어나고, 홈플러스 해운대점 등 사업성이 저하된 프로젝트의 손실이 반영된 탓으로 봤다.
이 가운데 홈플러스 해운대점 프로젝트는 우발채무가 실제 재무 부담으로 이어진 사례다. SK에코플랜트는 옛 홈플러스 해운대점 부지 복합 개발 사업에 시공사로 참여해 왔지만, 본PF 전환이 무산되면서 지난 5월 650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을 대위변제했다.
본업의 영역인 시공 품질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월에는 SK에코플랜트가 시공한 부전~마산 복선전철에서 궤도 시공 오차가 발견돼 전면 철거 및 재시공에 착수한 바 있다.
SK에코플랜트가 시공한 송도럭스오션 SK뷰 아파트에서는 부실 시공 문제를 둘러싼 입주민과의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7일 해당 아파트에서 테라스 구조물과 외장재 일부가 붕괴해 낙하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오픈 발코니를 장점으로 부각한 신축아파트에서 사용 승인 1년 6개월 만에 사고가 발생하면서, 입주민들은 전면 재시공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지난 2분기 실적 손실은 지식산업센터 등 손실충당금 설정 및 PF 대위변제를 통해 예상 리스크를 선제 반영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FAB, AI 데이터센터, 소재 등 AI·반도체 밸류체인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AI 인프라 사업 수주 및 실적 확대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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