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 안동 세계유산축전 막 올랐다…천년고찰에 울린 전자음악
[여행스케치] 안동 세계유산축전 막 올랐다…천년고찰에 울린 전자음악
  • 조용식 기자
  • 승인 2026.10.10 1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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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정사 뉴진스님 공연·도산서원 전통문화 체험으로 축제 시작
10일 하회마을서 공식 개막식…25일까지 
세계유산 4곳서 진행공연·전시·체험 결합…문화유산 활용과 체류형 관광 확장 가능성 제시
‘2026 세계유산축전 안동’ 행사장에서 전통 의상을 입은 공연자들이 부채를 활용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김기훈 기자
‘2026 세계유산축전 안동’ 행사장에서 전통 의상을 입은 공연자들이 부채를 활용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김기훈 기자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천년고찰 봉정사에 전자음악이 울려 퍼지고, 퇴계 이황의 학문과 사상이 깃든 도산서원에서는 전통 공연과 문화체험이 펼쳐졌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경북 안동의 문화유산이 가을을 맞아 공연과 전시, 체험이 어우러진 축제의 무대로 변신했다.

세계유산축전 안동 행사장에 마련된 야외 휴식 공간에서 방문객들이 나무 그늘 아래 의자와 빈백에 앉거나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다. 나뭇가지에는 장식용 등불이 걸려 있다. /사진=김기훈 기자
세계유산축전 안동 행사장에 마련된 야외 휴식 공간에서 방문객들이 나무 그늘 아래 의자와 빈백에 앉거나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다. 나뭇가지에는 장식용 등불이 걸려 있다. /사진=김기훈 기자

지난 9일 시작된 '2026 세계유산축전 안동'은 오는 25일까지 17일간 하회마을과 봉정사, 도산서원, 병산서원 등 4곳에서 진행된다.

올해 주제는 '사유의 세계유산, 통섭의 미래가치'다. 세계유산의 역사적 가치를 현대적인 문화콘텐츠로 재해석하고, 관람 중심의 문화유산 관광을 참여와 체험 중심으로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공식 개막식은 10일 오후 6시 하회마을 만송정 숲 앞 백사장에서 열린다. 이에 앞서 봉정사와 도산서원에서는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이 먼저 시작되면서 축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천년고찰 봉정사에 울린 전자음악

축전 첫날인 9일 봉정사에서는 오후 5시 30분 평화 음악회를 시작으로 전야제 행사가 펼쳐졌다. 특히 오후 7시 대웅전 앞마당 무대에 오른 뉴진스님의 디제잉 공연은 전통 사찰과 현대 대중문화의 만남을 보여줬다.

지난 9일 안동 봉정사에서 열린 세계유산축전 공연에서 뉴진스님이 무대에 올라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고 있다. 무대 앞에서는 특수효과 불꽃이 솟아오르며 공연 분위기를 더했다. /사진=김기훈 기자
지난 9일 안동 봉정사에서 열린 세계유산축전 공연에서 뉴진스님이 무대에 올라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고 있다. 무대 앞에서는 특수효과 불꽃이 솟아오르며 공연 분위기를 더했다. /사진=김기훈 기자

뉴진스님은 코미디언 윤성호가 활동하는 DJ 캐릭터로, 불교적 메시지와 전자음악을 결합한 공연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회색 승복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그는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며 관객의 호응을 유도했다.

무대 양옆에서는 특수효과 불꽃이 솟아올랐고, 대형 LED 화면에는 화려한 영상이 펼쳐졌다. 전통적인 산사의 분위기와 강렬한 전자음악, 현대적인 무대 연출이 어우러지며 색다른 공연 장면을 만들어냈다.

이번 공연은 세계유산을 정적인 관람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새로운 세대와 소통하는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사찰이 지닌 종교적·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면서 현대 공연예술과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는 앞으로 문화유산 활용사업에서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6 세계유산축전 안동 행사장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 연주자들이 야외 공연을 펼치고 있다. 전통 건축물과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음악 공연이 진행됐다. /사진=김기훈 기자
2026 세계유산축전 안동 행사장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 연주자들이 야외 공연을 펼치고 있다. 전통 건축물과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음악 공연이 진행됐다. /사진=김기훈 기자
세계유산축전 안동 행사장에서 관람객들이 야외무대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행사장에는 세계유산과 도산서원을 소개하는 안내 전시물도 설치됐다. /사진=김기훈 기자
세계유산축전 안동 행사장에서 관람객들이 야외무대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행사장에는 세계유산과 도산서원을 소개하는 안내 전시물도 설치됐다. /사진=김기훈 기자

봉정사에서는 전야제 이후에도 음악과 명상을 결합한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오는 17일에는 클래식 공연, 24일에는 국악 공연이 마련돼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을 통해 산사의 공간적 특성을 선보인다.

토크콘서트와 산사체험, 명상 걷기, 평화버스킹, 종이학 달기, 사진전 등도 진행된다. 일부 일정에는 야간 개방이 포함돼 낮과 밤의 분위기가 다른 봉정사를 경험할 수 있다.

도산서원, 전통 공연과 체험으로 축제 시작

퇴계 이황의 학문과 사상이 깃든 도산서원에서도 축전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도산서원에서는 '다시 부르는 도산십이곡'을 비롯한 전통 공연과 문화체험이 펼쳐졌다. 전통 의상을 입은 공연자들이 무대를 선보였으며, 어린이들이 붓글씨를 직접 써보는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2026 세계유산축전 안동’ 안내 현수막이 설치된 도산서원 진입로를 방문객들이 걷고 있다. 축전은 9일부터 25일까지 안동의 세계유산 4곳에서 열린다. /사진=김기훈 기자
‘2026 세계유산축전 안동’ 안내 현수막이 설치된 도산서원 진입로를 방문객들이 걷고 있다. 축전은 9일부터 25일까지 안동의 세계유산 4곳에서 열린다. /사진=김기훈 기자
세계유산축전 안동의 주요 행사장인 도산서원의 전통 건축물. 퇴계 이황의 학문과 사상이 깃든 이곳에서는 공연과 전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사진=김기훈 기자
세계유산축전 안동의 주요 행사장인 도산서원의 전통 건축물. 퇴계 이황의 학문과 사상이 깃든 이곳에서는 공연과 전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사진=김기훈 기자
세계유산축전 안동을 찾은 어린이가 보호자의 도움을 받아 붓글씨를 쓰고 있다.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은 어린이와 가족 단위 방문객이 참여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사진=김기훈 기자
세계유산축전 안동을 찾은 어린이가 보호자의 도움을 받아 붓글씨를 쓰고 있다.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은 어린이와 가족 단위 방문객이 참여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사진=김기훈 기자

도산십이곡은 퇴계 이황이 지은 연시조로, 자연 속에서 학문을 닦고 삶의 이치를 탐구하는 선비의 정신을 담고 있다. 이를 공연콘텐츠로 재구성한 프로그램은 고전문학을 현대 관객이 접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도산서원에서는 축전 기간 '도산 명월' 음악회와 미디어극 '도산도', '퇴계 초상화로 본 시대정신' 전시 등도 선보인다.

외국인 유학생 40명이 참여하는 '글로벌 도산별시'도 마련된다. 조선시대 과거시험 문화를 외국인 참가자들이 직접 경험하도록 구성한 프로그램으로, 한국의 유교문화를 국제적인 문화교류 콘텐츠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도산서원이 지닌 역사적 가치는 건축물과 유물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퇴계의 학문과 사상, 조선시대 교육문화가 오늘날의 공연과 체험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번 축전은 세계유산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하회마을서 공식 개막…세계유산 4곳 연결

축전의 중심 무대인 하회마을에서는 지난 9일 상설전시 '우리가 가꾸는 세계유산'이 시작됐다.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가 대대로 살아온 집성촌으로, 조선시대 양반가의 생활문화와 전통마을의 공간구조가 비교적 잘 보존된 곳이다. 낙동강이 마을을 감싸 흐르는 지형과 전통가옥, 하회별신굿탈놀이 등 다양한 문화유산이 어우러져 있다.

하회마을 만송정 앞 백사장에서 관람객들이 바람을 따라 흩날리는 줄불을 바라보고 있다. 줄불이 본격적으로 타오르자 붉은 불씨가 밤하늘을 가득 메우며 관람객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사진=조용식 기자
하회마을 만송정 앞 백사장에서 관람객들이 바람을 따라 흩날리는 줄불을 바라보고 있다. 줄불이 본격적으로 타오르자 붉은 불씨가 밤하늘을 가득 메우며 관람객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사진=조용식 기자

이번 축전에서는 하회마을의 대표적인 전통 불꽃놀이인 선유줄불놀이가 주요 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선유줄불놀이는 낙동강 위에 줄을 걸고 불붙인 숯가루 봉지를 떨어뜨려 불꽃이 흩날리도록 하는 전통놀이로, 강과 절벽, 밤하늘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경관을 연출한다.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어린이의 시선으로 소개하는 '어린이 세계유산 도슨트'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초등학생 16명이 참여해 방문객에게 세계유산의 가치를 전달한다.

화경당을 비롯한 마을 내 고택 8곳에서는 전통가옥의 특성을 활용한 체험과 작은 음악회 등이 진행되며, 화수당에서는 '21세기 만인소와 징비록'을 주제로 한 전시와 버스킹 공연이 열린다.

하회마을 탈춤공연장에서는 한국과 중국, 우즈베키스탄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제학술대회도 예정돼 있다. 세계유산의 보존과 활용, 미래가치를 논의하는 자리다.

류열하 하회마을보존회 이사장은 “2026 세계유산축전 안동은 세계유산의 가치를 오늘의 삶으로 관통하는 특별한 축제”라며 “안동에서 그 깊은 울림을 직접 경험해 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병산서원에서도 조선시대 서원의 교육문화와 전통 의례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서원 향사체험'과 '풍류 병산', 야간 프로그램 '병산의 빛', 서원의 현대적 활용 방안을 논의하는 포럼 등이 진행된다.

문화유산 관광, 관람에서 체험으로

이번 축전은 안동에 분포한 세계유산을 하나의 관광콘텐츠로 연결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하회마을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 봉정사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은 '한국의 서원'을 구성하는 유산이다. 서로 다른 역사적 배경과 등재 특성을 지닌 문화유산을 공연과 전시, 체험 프로그램으로 연결해 안동의 문화적 정체성을 입체적으로 소개하는 구조다.

하회마을은 전통마을과 생활문화, 봉정사는 불교문화와 산사, 도산서원은 퇴계의 학문과 교육, 병산서원은 서원 건축과 제향문화를 각각 대표한다. 방문객은 하나의 축제를 통해 안동의 역사와 사상, 건축, 생활문화를 폭넓게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올해 축전에서는 전통 공연뿐 아니라 전자음악, 미디어극, 야간 경관 프로그램 등을 함께 구성했다. 문화유산의 원형을 보존하는 동시에 현대 관광객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콘텐츠를 확대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가 일회성 행사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세계유산별 특성을 살린 프로그램을 체류형 관광상품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봉정사 야간 개방과 하회마을 선유줄불놀이, 병산서원의 '병산의 빛' 등 야간 프로그램은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숙박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요소다. 다만 실제 지역경제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문화유산 간 이동 편의와 야간 교통, 숙박시설, 지역 상권을 연결하는 관광 동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축전에 앞서 "풍요로운 결실의 계절 가을, 온 가족과 함께 즐기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경북의 문화콘텐츠가 K-콘텐츠 흐름에 맞춰 세계로 확산되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2026 세계유산축전 안동'은 국가유산청과 경상북도, 안동시가 주최하고 국가유산진흥원과 안동하회마을보존회가 주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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