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국립암센터 원장이 중국 민간 의료기관과 1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직후 해당 기관의 경비 지원을 받아 중국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계약 체결 이전 출장에서는 청탁금지법 적용 여부를 검토했지만, 계약으로 이해관계가 형성된 이후에는 별도의 법률 검토 기록이 없어 적절성 논란이 제기됐다.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암센터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은 지난 3월 14일부터 이틀간 중국 시안국제의학중심병원(IMCH)을 방문했다.
양 원장은 현지 양성자치료센터 개소식에서 축사와 강연을 진행했으며, 항공료와 숙박비 등 출장 경비는 중국 측이 부담했다.
문제는 출장에 앞서 양측이 금전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이다. 국립암센터는 출장 8일 전인 3월 6일 IMCH와 중국 의료진 10명의 국내 연수 등을 지원하는 1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은 양 원장이 출장을 마친 뒤인 3월 19일 입금됐다.
출장 목적에도 중국 의료진 연수의 수준과 운영 방향을 사전에 협의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앞서 양 원장은 지난해 12월 IMCH의 모회사인 시안국제의학투자(IMIC)를 방문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국립암센터 법무팀은 중국 측이 제공하는 항공료와 숙박비 등이 청탁금지법상 공식행사 예외에 해당한다는 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실제 금전 계약이 체결된 이후 진행된 3월 출장에서는 별도의 청탁금지법 검토 기록이 확인되지 않았다.
계약금 산정 과정에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국립암센터는 1억원의 계약 비용 가운데 2989만원을 기술이전료로 책정했다. 하지만 실제 기술이전이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기술이전이 없었다고 답변했다.
국내 연수비 약 2900만원과 중국 현지 파견 예산을 합친 실제 지출 규모도 4000만원 안팎으로 파악됐다. 특히 연수 예산 중 155만원은 중국 측 모회사 경영진의 방문 행사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 조건도 논란이다. 양측은 중국법을 계약의 준거법으로 정했으며, 국립암센터가 중국 연수생마다 과장급 이상 전문의 1명을 전담 배정하도록 했다.
중국 측 협력기관에 대한 사전 검증 역시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립암센터는 언론 보도와 주시안 총영사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상대 기관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출장 결과보고서에 기재된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인증과 미국 메이요클리닉 네트워크 참여는 각각 2024년과 2025년 6월 종료된 상태였다.
양 원장의 해외출장이 중국에 집중된 점도 도마에 올랐다. 2024년 11월 취임 이후 해외출장 27건 가운데 중국 방문은 홍콩을 포함해 11건으로 40.7%를 차지했다. 미국과 일본 출장은 각각 5건이었다.
출장 동행 직원 31명 중 25명도 중국 방문에 참여했다. 올해 7월까지 진행된 중국 출장 9건은 모두 초청기관이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허 의원은 “국가 암 정책의 중추인 공공기관장이 돈을 주고받는 계약 상대방의 비용으로 출장을 가면서 계약 체결로 달라진 관계에 대한 별도 법무 검토도 받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료 공백으로 암 수술도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원장이 해외, 그것도 중국 민간기업과의 교류에 공을 들이는 것을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허 의원은 보건복지부에 산하 공공기관장의 외부 경비 지원 출장에 대한 청탁금지법 준수 여부를 전면 점검하고, 해외 민간기관과 체결하는 유상 계약에 대해서도 사전 승인 기준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