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그림 ‘폴리베르제르의 술집’은 1882년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작품이다. 19세기 말 프랑스 파리의 소비문화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림 중심에는 여성 종업원이 있고, 그녀의 앞에는 샴페인과 맥주, 과일 등이 진열돼 있고, 뒤편 커다란 거울에는 손님들과 화려한 실내 풍경이 비친다. 손님들은 즐거운 표정이지만 정작 종업원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이는 산업화와 도시화로 소비산업이 성장하면서 새로운 직업 즉 서비스 직종의 출현을 대변하는 작품이다.
산업화가 만들어낸 새로운 소비공간
19세기 후반 파리는 유럽의 대표적인 상업도시로 성장하고 있었고, 새로운 상업시설이 등장했다. 그 대표적인 장소가 바로 술집이다.
1869년 문을 연 폴리베르제르는 음악과 곡예, 다양한 공연을 제공하던 파리의 대표적인 오락시설이었다. 관객들은 공연을 관람하면서 술과 음식을 소비했다. 공연과 주류 판매가 결합된 복합적인 소비공간이었던 셈이다.
그림 속에는 여러 종류의 술병과 과일이 놓여 있고, 여종업원은 술과 과일 등의 상품을 판매하는 서비스 노동자이다.
그러면서 손님과 여종업원의 위치는 전혀 다르다. 손님은 돈을 지불하고 여가를 즐기지만 종업원은 임금을 얻기 위해 자신의 노동시간을 제공한다. 종업원은 눈앞에서 이런 손님들의 모습을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다.
여성 노동의 확대를 보여주는
19세기 후반이 되면서 유럽에서 여성은 다양한 분야로 노동시장에 뛰어들게 됐다.
중세 유럽이나 근세 유럽에서 여성은 농업과 가내수공업, 가사노동 등을 담당했지만 도시경제가 성장하면서 상점, 백화점, 식당, 카페 등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특히 상품 판매와 고객 응대 업무는 도시의 소비산업이 성장하면서 중요성이 커진 분야였다 .
여성 노동자들은 남성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았고, 고용 안정성과 사회적 보호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놓이기 쉬웠다.
서비스업 종사자에게는 상품을 판매하는 능력뿐 아니라 고객을 대하는 태도와 외모, 행동까지 요구되기도 했다.
노동자는 자신의 시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고객에게 특정한 인상을 전달해야 하는 위치에 놓였다.
마네의 작품을 오늘날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이러한 서비스 노동의 특성을 생각하게 된다.
다만 현대적인 의미의 감정노동 개념을 19세기 작품에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고객 응대와 노동자의 감정 표현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적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