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의 공공자금을 관리하는 지방금고 시장에서 농협은행의 독주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반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협력사업비 지출을 늘리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면서 금융기관 간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개 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지방금고 규모는 685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545조원보다 140조원 증가한 규모다. 지자체 금고가 592조원, 교육청 금고가 93조원을 차지했다.
은행별 점유율에서는 농협은행의 지배력이 두드러졌다. 농협은행의 지방금고 점유율은 2024년 66.4%에서 지난해 68.7%, 올해 70.3%로 상승했다. 반면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14.8%에서 12.7%로 하락했다. 하나은행은 2024년 1.9%에서 올해 5.8%로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3위에 올랐다.
농협은행은 올해 광역시·도 14곳과 시·군·구 173곳 등 모두 187건의 지자체 금고를 맡았다. 올해 새롭게 시작된 계약 90건 가운데 60건도 확보했다.
농협은행 한 곳의 점유율뿐 아니라 상위 3개 은행의 합산 점유율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기준을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금고 운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들이 부담하는 협력사업비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계약 기간 중 실제 납부한 협력사업비 누적액은 2024년 6750억원에서 올해 1조868억원으로 61% 증가했다.
이 가운데 신한은행이 부담한 금액은 4647억원으로 전체의 42.8%를 차지했다. 2024년 2345억원과 비교하면 약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하나은행 역시 같은 기간 182억원에서 1059억원으로 5.8배 증가했고, 우리은행도 607억원에서 1214억원으로 두 배 확대됐다.
반면 농협은행의 협력사업비는 2024년 2223억원에서 올해 2248억원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시장 점유율과 협력사업비 부담 비중을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뚜렷해진다. 올해 신한은행의 점유율 대비 협력사업비 부담은 3.4배에 달했지만 농협은행은 0.3배에 그쳤다. 국민은행은 4.3배, 기업은행은 2.8배, 하나은행은 1.7배로 나타났다.
농협은행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적은 협력사업비를 부담하는 반면, 후발 은행들은 금고 운영권 확보를 위해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하는 구조인 셈이다.
이 같은 경쟁은 제도 개선 권고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24년 4월 자금력을 앞세운 과열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금고 선정 평가에서 협력사업비의 비중을 최소화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은행권의 협력사업비 지출은 2023년 3050억원에서 지난해 3498억원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올해 만료되는 지자체 금고 계약도 93건에 달한다. 해당 금고 규모는 약 207조원이며 은행들이 제시한 협력사업비는 8038억원에 이른다.
지역 금융기관의 시장 진입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금융당국이 지역재투자 평가에 저축은행을 포함하면서도 지역 농·수협과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신협 등 상호금융기관은 제외하고 있어 지역 기반 금융기관의 금고시장 참여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송 의원은 “신한·하나은행 등 시중은행들의 공격적인 금고시장 진출 전략에 따라 협력사업비 지출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상호금융 등 지역 금융기관과 시중은행이 협력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