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한국은행이 비트코인을 발행한다면?
만약 한국은행이 비트코인을 발행한다면?
  • 서성일 기자
  • 승인 2019.02.07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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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파이낸셜리뷰DB
출처=파이낸셜리뷰DB

[파이낸셜리뷰=서성일 기자] “비트코인 말고 블록체인”이라는 말 대신 곧 “비트코인 말고 CBDC”라는 말이 더 널리 쓰일 날이 머지않았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를 의미하는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는 지난 2014년 처음 그 개념이 소개된 이래 각국 금융권 관계자들 대화의 단골 소재로 통용된다.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BIS)이나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도 관련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이제 곧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CBDC의 결과물이 도출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CBDC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한은은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CBDC)를 발행하게 되면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부연하면, CBDC가 요구불예금을 대체하게 되면서 상업은행 유동성이 부족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CBDC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세계 주요 국가의 중앙은행이 작성한 보고서들은 암호화폐 무정부주의자, 탁상공론을 일삼는 블록체인 경제학자들, 심지어는 지난해 말 암호화폐에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본 밀레니얼 세대까지 모두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블록체인 기술의 특징과 장점을 분석했다.

다만 새로운 결제 방식이 나온다고 곧바로 소비자들이 이를 채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이들 연구 결과의 중론이다.

뿐만 아니라 나라마다 현금, 신용카드, 핸드폰 결제 등 결제 방식이 다양한 만큼 익명성, 수수료, 이자 지급 등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도 다양하다.

결국, 새로운 디지털 결제 방식도 기존에 현금이 쓰이는 방식을 바탕으로 개발, 정착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기술은 분명 멋지지만, 기술이 채택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지 못해서 실패한 결제 혁신 사례는 역사 속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세계 8번째 경제대국 브라질의 사례

CBDC가 대규모로 성공하려면 특정 국가 내 소비자들의 요구와 결제 습관, 선호도를 고려해야 한다. 그 후 개별 맞춤형 설계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최근 캐나다 경제학자인 JP 코닝은 R3(월스트리트 블록체인 연합(WSBA)이 금융사 위주의 협력사를 대거 보유하고 있는 블록체인 컨소시엄)에 제출한 연구 보고서에서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경제 규모가 큰 브라질 중앙은행이 CBDC를 발행하면 어떤 모습일지를 예측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브라질 시장의 특징을 위주로 분석했지만, 중앙은행이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기관이 내려야 하는 제도 설계에 관한 결정 대부분은 다른 국가에도 적용해볼 수 있다.

JP는 보고서 초반에 CBDC가 무기명 형식이어야 할지 아니면 계좌 기반이어야 할지, 물리적인 현금처럼 개인이 소유할 수 있게 해야 할지, 거래에 신원이 기록되어야 할지(기록된다면 어느 수준까지 기록되어야 할지), CBDC가 이자를 지급해야 할지 아닐지 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각기 다른 방식의 장단점을 고찰했다.

JP는 CBDC를 현금과 같은 무기명 디지털 도구, 중앙은행 계좌, 혹은 현금과 계좌의 특성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형식의 접근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 중앙은행이 CBDC 발행시 금융안정 저해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중앙은행이 CBDC를 발행하게 되면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CBDC가 요구불예금을 대체하게 되면서 상업은행 유동성이 부족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7일 한은이 발간한 BOK경제연구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발행이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CBDC가 발행된다면 중앙은행과 개인의 직접적 금융거래가 가능해지면서 금융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CBDC가 요구불예금을 대체하게 되면서 금융안정이 저해될 것으로 진단했다.

이와 관련 중앙은행이 개인계좌 개설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CBDC를 발행하고, 소정의 이자를 지급하는 경우를 가정했다. 이때 예금자는 상업은행 요구불예금이나 CBDC의 형태로 여유자금을 보유하게 된다.

CBDC 발행으로 요구불예금이 유출되면 상업은행의 신용공급이 줄어들게 된다. 이는 자연히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게 되며, 예금 대비 지급준비금인 지급준비율은 축소되게 된다.

대출금리가 오르게 되면 은행은 지급준비금을 보유하는 기회비용이 늘어나게 돼 이를 줄이게 된다. 최저 지급준비율을 도입한다 하더라도 은행들의 예금수취 경쟁으로 금리가 오를 수 있다.

지급준비금은 시중은행들이 대규모 자금인출사태(뱅크런)를 대비해 중앙은행에 예치한 돈을 의미한다.

한은 관계자는 ”요구불예금과 CBDC는 교환의 매개체와 가치 저장수단으로 완전 대체제 관계를 형성한다”며 “요구불예금 유출로 상업은행의 유동성 부족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CBDC로 대체되는 요구불예금 만큼 중앙은행이 상업은행에 대출하는 경우에는 금융안정도 개선될 수 있다. 중앙은행은 만기 전에 대출상환 요구를 하지 않아 상업은행의 신용공급 축소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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