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리뷰] 내년도 예산안, 지갑은 얇게 지출은 크게
[폴리리뷰] 내년도 예산안, 지갑은 얇게 지출은 크게
  • 이정우 기자
  • 승인 2020.05.06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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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이정우 기자]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편성 작업에 들어갔다. 이에 각 부처에게 재량지출의 10% 수준을 구조조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른바 지갑은 얇게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2차 추경안을 통해 세출 구조조정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내년도 예산안을 특히 부처의 예산안을 10% 줄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년도 총 예산안은 올해 512조원보다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즉, 지갑은 얇게 되지만 지출은 크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것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가급적 줄이고 줄여라

기재부는 각 부처에 재량지출의 10% 수준을 구조조정할 것을 요구하는 ‘2021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세부지침’을 확정해 각 부처에 통보했다고 6일 밝혔다. 이에 오는 31일까지 각 부처는 제출해야 한다.

재량지출은 전체 정부 예산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10% 수준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엄청난 예산이 남아돌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더불어 의무지출도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절감된 재원은 신규·핵심사업 재투자로 환원한다는 계획이다. 지출규모 축소에만 집중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영향은 올해보다 내년이 더 힘들 수도 있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확장 재정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이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무작정 지출 규모를 늘릴 경우 그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확장 재정보다는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예산안을 절감해서 그 재원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무조건적인 세출 구조조정은 오히려 독(毒)?

다만 무조건 세출 구조조정을 통한 재원 마련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재량지출의 구조조정을 통해 10% 절감을 한다고 해도 결국 그 돈은 언젠가 사용해야 할 돈이라는 점에서 윗돌을 빼다가 아랫돌에 괴이게 되는 현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파이는 같은데 그 파이를 어떻게 나눠 먹느냐의 싸움이 되는 것인데 자칫하면 긴급하게 혹은 꼭 투입돼야 하는 예산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세출 구조조정은 오히려 독이 될 수 도 있다는 이야기다.

사업의 우선순위를 놓고 기재부와 각 부처의 생각이 다르게 된다면 그에 따른 충돌도 불가피하다.

또한 세출 구조조정을 통한 재원 마련을 했다고 해도 이것이 국회에서 특히 야당에게 얼마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문재인 정부가 생각하는 사업의 우선순위와 미래통합당 등 야당이 생각하는 사업의 우선순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새해 예산안은 올해보다 증액될 수밖에

물론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고 해도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해야 경제 활성화를 이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올해 수준의 예산만으로 되지 않기 때문에 올해보다 더 많은 예산으로 증액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올해 경제성장률이 역성장 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그에 다른 세입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올해 수준의 예산을 맞추려고 한다면 부채 발행 등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올해 수준보다 더 많은 예산으로 증액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결국 내년도 예산안 수준은 올해 얼마나 선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은 지난해 대비 0.5%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나마 선진국 중에 감소폭이 가장 작은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성장으로 돌아섰다는 것은 세입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고, 자칫하면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 수준보다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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