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칼럼]금융사고와 내부회계관리
[김정훈 칼럼]금융사고와 내부회계관리
  • 김정훈
  • 승인 2022.05.19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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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오늘은 최근에 제가 새벽에 경험한 꿈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요새 들어 불면증에 걸린 듯 쉽게 잠들지 못하는 경험을 하고 있는지라 '불타야 하는 금요일'이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풀겸 그리고 잠에도 푹 빠져볼 겸, 일석삼조의 심정으로 지인들과 술 한잔하고 집에 들어갔습니다.

취기가 약간 남아 있어 오늘 밤은 제대로 잠들 수 있겠구나 하고 기대하면서 말이죠. 당초의 소박한 바램대로 그 날 저녁 수월하게 잠에 들었습니다.

그간 고생했던 불면증이 어디 멀리 출장이라도 간 듯이 말이지요. 오래간만에 생소한 꿈도 꾸었구요. 오늘 전해드릴 이야기는 그 날 경험했던 생소한 꿈이야기에서 시작하게 됩니다.

꿈에서도 마치 제가 현실에서 지인들과 술자리를 하고 온 것을 꿈의 신이 이미 알고 있거나 한 것처럼 꿈의 시작도 제가 대학 후배 및 그 지인들과 술자리를 하고 집으로 오는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꿈의 신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을까 싶어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더니 모르페우스, 모피어스라는 명칭이 꿈의 신을 의미한다고 나오네요.

키아누 리브스의 매트릭스를 재밌게 봤던 기억을 되집어 보니 주인공을 매트릭스가 아닌 현실세계로 이끄는 인물의 이름이 모피어스였던 것 같은데 꿈의 신의 이름이라니 영화 작가의 센스가 돋보입니다.

이야기가 잠시 옆으로 샛지만 그렇게 꿈에서 대학 후배들과 술자리를 하고 집으로 오는 데 꿈에서는 왠지 필자의 집이 부모님이 살고 계신 남양주로 설정되어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어째든 꿈에서의 설정이 그러하니 한치의 망설임 없이 남양주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를 타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남양주가 언제 그랬냐는 듯 도시의 모습과는 다르게 산과 골짜기를 지나 첩첩산중인 오지로 가더군요.

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도 그렇고 창밖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그렇고 대부분 외국인들만 보이고... 심지어 방금 버스에서 내리신 할머니는 인디언 할머니 같았습니다.

어쩐지 집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해외 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졌습니다. 왠지 풍경도 한국이 아닌 외국처럼 느껴지기 시작되구요.

그러던 와중에 버스는 깊은 산속에 있는 공장 같은 곳에서 멈추었습니다. 버스안 손님들도 다 내리고 기사님은 어리둥절해 있는 저보고 내리라고 재촉 하시더군요.

그래서 속으로 '여기는 내가 사는 지역이 아닌데 어떡하지?' 하고 고민을 하고 있는 찰나 두 명의 건장한 외국인이 저를 잡아 공장안의 어두 컴컴한 방으로 끌고 가더군요.

그 검은 방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끌려 들어오는 저를 무서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한 20명 내외 였던 것 같은데 대부분의 사람은 외국인 근로자이셨던 것 같고(대부분 유색인종이셨는데 백인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두어명은 한국인처럼 보였습니다.

'내가 살면서 잘못했던 과보를 여기서 받는 구나!' 하고 점점 두려워지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사이 한국인처럼 보이는 덩치큰 사내가 큰소리로 저에게 협박하듯 말했습니다.

"내부회계 관리제도가 뭡니까? 내부회계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정부에서 하라고 하는데 전혀 내용을 모르니 답답해서 죽겠습니다.“

꿈에서였지만 저는 빵하고 터졌습니다. 내부회계를 설명해달라 라는 꿈이라니. 꿈도 이런 황당한 꿈이라니요. 그러나 안도의 웃음도 잠시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강의를 듣는 대부분의 직원이 외국인 처럼 보였기 때문이지요.

'여기 모인 외국인 직원들에게 내부회계를 설명해야 한다라...' 영어는 고사하고 한국말로도 누군가에게 설명을 잘 못하는데... 설명은 고사하고 "이런 사람을 왜 데리고 온 거야" 하고 온갖 비난과 심하면 린치까지 감수해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겠구나 다시 두려움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천천히 20명 남짓이 되는 직원분들을 살펴봅니다. 한국인 처럼 보이는 직원에게 한국말로 설명해서 통역해달라고 해야할까? 여러가지 대안을 모색하며 주변을 살펴보던 중 외국인 직원들도 한국말로 대화를 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 그래도 다행이다. 한국말로 하면 되겠구나' 조금의 희망이 보입니다. 하지만 강의를 듣는 대부분의 사람이 외국 출신 직원인 것 같으니 정말 이해하기 쉽게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설명해야 겠구나 다짐합니다.

이렇게 정말 알기 쉽게 내부회계 관리제도를 설명해야 하는 초유에 상황, 물론 꿈 속의 상황이지만 저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회사의 현금 1억원을 정기예금에 가입한다고 가정할 때 회계처리로는 '차변 정기예금 1억원 / 대변 현금 1억원'으로 간단히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내부회계 관리제도에서는 현금 1억원이 회사 명의 정기예금으로 적절히 처리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내부승인 등의 적절한 내부통제를 거쳐야 하고 이를 토대로 회계처리가 정당화 되어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 돌아보면 정말 송구스러울 정도의 허접한 설명인지라 쑥스러움이 앞서네요. 그러나 꿈이었지만 내부회계 관리제도에 대해서 선뜻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 여러분도 계실 것이기에 제 입장에서 가능한 쉬운 표현으로 내부회계를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위의 상황과 유사한 간단한 상황을 하나 가정하겠습니다. 여기 회사에 매출대금으로 받은 현금 1억원이 있습니다.

이 현금 1억원을 분실위험 등의 보관 문제도 있고 많지는 않지만 이자수입도 얻어야 하니 회사의 경영진은 1년 만기 정기예금에 가입하려 합니다. 이때 위의 상황을 위험과 내부통제의 측면에서 두가지의 거래로 구분해 보겠습니다.

각각의 거래에 대해 회사 입장에서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는 위험과 그 위험을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는 내부통제의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거래1] 매출채권의 회수로 받은 현금 1억원

- 위험1 : 매출채권의 회수로부터 받은 것이 맞는지 매출채권 회수와는 무관한 차입금이 아닌지

- 내부통제1 : 매출채권 입금요청을 내부 전결권을 거쳐서 공문으로 매출거래처에 보냄

- 위험2 : 현금으로 받은 1억원의 금액이 정당한 지, 혹시 2억원을 받았는데 담당자가 1억원으로 축소한 것은 아닌지

- 내부통제2 : 대금의 회수는 공문 등 규정된 내부절차에 따라 진행하며, 회수금액은 회사 사업자 통장으로 거래처에서 직접 대체입금

[거래2] 회수된 현금 1억원을 1년 만기 정기예금에 가입

- 위험1 : 현금 1억원이 정기예금에 가입되지 않고 승인되지 않은 다른 곳에 사용된 것은 아닌지

- 내부통제1 : 정기예금 가입에 필요한 회사 인감 사용이 통제되며, 가입된 정기예금 통장거래확인서, 통장원본을 상위자가 내부승인

- 위험2 : 정기예금에 적절히 가입되었으니 이후 정기예금이 타용도(직원 개인 투자 등)로 전용되지 않는지

- 내부통제2 : 주기적으로(매월 혹은 분기) 상위자 혹은 자금담당자외의 직원이 예금잔고증명서를 금융기관으로 직접 징구하여 잔액을 확인

언뜻 보면 간단한 거래이지만 위에서 보듯 간단한 거래에서도 내부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위험의 상황을 여럿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내부통제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곧 회계처리의 적정성이 보장되지 않음을 의미하며 회사가 작성한 재무제표가 신뢰할 수 없다는 반증이 될 수 있습니다.

매출거래를 예로 들면, 매출거래의 승인, 매출계약, 제품의 제조, 제품의 발송, 제품의 수령/검수, 매출세금계산서의 발행, 매출대금의 회수, 매출거래의 회계처리까지 매출 프로세스만 하더라도 기업의 활동은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매우 복잡다단합니다.

기업 활동은 매출 프로세스 뿐아니라 매입, 제조, 인사, 광고, 연구개발, 무형자산 관리 등 매우 복합적이지요.

이러한 기업의 활동에 대한 가계부라 볼 수 있는 재무제표를 외부감사시 입증감사에만 의존해서 적정성을 결론 내리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한계를 의식한 결과가 내부회계 관리제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내부회계는 사실 기업의 고도화, 대규모화, 복잡성 증대 등 내부통제의 필요성에서 시작되었으며 COSO Framework 라는 내부통제 이론을 바탕으로 기업의 재무정보 생성에 내부통제 절차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부통제의 목적, 구성요소, 방법론 등을 언급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이는 매우 실무적인 토픽이고 전문적인 내용인 탓에 일반적이고 축약된 설명을 드리는 것이 보다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되어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내부통제들이 적절히 작동하지 않을 위험은 사실 그동안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식하려고 했던 일부 불건전한 기업들이 사용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가공의 매출거래 계상, 매출거래 대금의 회수처럼 보이기 위한 출처 불분명의 자금 유입, 담당 직원의 회사 자금 횡령, 해외자회사를 활용한 매출 부풀리기, 자회사/해외법인을 이용한 부당한 이익분여 등 기업 재무제표를 둘러싼 많은 바람직하지 않은 시도가 아직도 일어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외부회계감사라는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내부회계 관리제도가 실시되기 이전의 외부회계감사는 주로 재무제표 잔액에 의존하는 입증감사에 치중했던 탓에 엔론사태, 월드컴의 분식회계를 적시에 발견하지 못하였습니다.

회사의 내부통제가 적절히 작동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회사의 투자자 및 채권자의 재산상 피해 뿐아니라 회사에 현재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일자리 터전을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심각한 위협에 해당합니다.

최근 W은행 기업개선부 직원의 614억 횡령사고, ATM 직원의 5억 횡령, 오스템임플란트 자금담당 직원의 1800억원대 횡령 등 금융사고가 기사화 되었습니다.

횡령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 이미지 탓에 많은 투자자와 이해관계자 및 일반 시민분들도 회사의 내부통제가 이렇게 허술할 수 있는냐 분개하셨던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실은 횡령의 문제만이 아닌 내부통제, 내부회계관리의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성도 있어 보입니다. 내부통제가 강화되면 직원들은 많이 피곤해집니다.

그동안 하지 않았던 업무가 새로 생기는 것이고 회사에서 직원들을 믿지 못하는 것인가 하는 언짢은 기분이 드실 것으로 예상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많은 비용이 수반되어야 하므로 갑갑해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기업의 규모가 오늘날 처럼 대규모화 되고 고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통제의 강화는 피할 수 없는 수순으로 생각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내부통제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많은 비용이 부담될 것이고, 직원의 입장에서는 업무량의 증가와 회사가 직원을 믿지 못하는 듯한 분위기 등이 불만이실테고 여러모로 내부통제의 강화는 쉽지 않은 길일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금융사고를 접하셨듯이 내부통제의 실패로 인한 기업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내부통제는 사실 인프라 투자와 성격이 유사하다고 봅니다.

당장의 기업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부통제가 실패할 경우의 피해는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볼 때 내부통제의 강화가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에 기여하는 부분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IT정보 기술의 적극적인 반영으로 내부통제 강화 측면에서의 추가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직원의 업무 부담 등을 줄여줄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겠습니다.

다만, 내부통제 강화라는 명목으로 직원 개인의 자유를 저해하는 시도가 있어서는 절대 안되겠지만요. 모든 것이 활기찬 신록의 5월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김정훈 약력

공인회계사

세무사

내부감사사

IFRS Manager

現 삼지회계법인 이사

現 한국심장재단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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