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칼럼] 물가지수와 주거비
[김정훈 칼럼] 물가지수와 주거비
  • 김정훈
  • 승인 2022.07.08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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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그동안의 지속되는 코로나 사태로 많은 분들의 몸과 마음이 지치셨겠지만 그래도 삶은 계속되어야 하기에 어떻게든 경제활동을 하고 계시고 돈벌이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계신 상황이실 거라고 생각됩니다. 올해 봄이 지나고 코로나 변이 확산에 대한 두려움이 점차 해소되고 있는 점은 다행이라 생각됩니다.

코로나 변이 확산은 바이러스의 특성상 코로나 발병 초기 부터 감염학자들로 부터 경고가 있어 왔지만 막상 22년 7월이 다가오는 지금의 상황을 보면 예상했던 악재라도 이를 겪어낸다는 것은 말처럼 간단하지도 않을 뿐더러 예상치 못한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 세계 경제는 물론 우리의 삶에도 심각한 먹구름이 짙어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해 봅니다.

코로나 상황이 지속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병목에 따른 물가의 상승이 세계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보통 물가상승의 상황을 주시할 때 주로 소비자물가지수로 판단하고 선행적 지수로 생산자물가지수를 보곤 하는데 오늘은 소비자물가지수를 언급하고자 합니다.

2022년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동기 8.6%로 40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였으며, 유럽의 경우 8.1%로 EU통계국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더 암울한 것은 이 수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유가급등 등 원자재값 상승과 기대 인플레이션으로 이후 통계에 지속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하니 물 없이 떡을 급하게 삼킨 것 마냥 가슴이 답답해지는 군요.

그런데 우리나라도 아닌 다른 나라의 물가상승율에 왜 그리 민감해 하느냐 하시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세계경제는 이미 거의 완전희 동조화되었고 소득의 증가를 계획하고 있지 못하는 저의 사정을 비추어 보면 물가상승은 곧 필자의 실질소득의 감소라고 판단되기 때문이지요.

그럼 여기서 우리나라의 경우 소비자물가지수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그동안의 한국의 물가지수 자체는 그나마 괜찮게 나왔습니다. 2022년 2월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05.30으로 전년동기 3.7% 상승했습니다.

수치만 놓고 보면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한국의 경제상황은 양호한 것으로 보여지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물가지수 추세를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작년 4 ∼ 9월 6개월간 2%대를 보이다가 작년 10월 3%대로 올라섰고, 올해 3월과 4월에는 4%대, 5월 5%대를 기록하더니 7월 5일자 오늘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로 작년 같은 달보다 6.0% 올랐습니다. 이는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같은 높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에도 불구하고 걱정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우스개 말처럼 통계에는 많은 보이지 않는 것들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계도 하나의 기준점을 가진 수치여서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거나 일부러 실상을 숨기기 위한 도구로서 사용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물가지수 구성품목은 나라마다 어느 정도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각 나라의 문화, 경제상황 등을 고려해 보면 오히려 소비자물가지수 구성품목이 같은 것이 이상하겠지요. 그런데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와 다른 나라의 소비자물가지수의 품목과 비중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 차이는 바로 주거비의 반영 비중입니다. 미국의 경우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주거비의 비중이 30%를 넘어갑니다. 유럽의 경우도 20%를 넘어가지요.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떻까요? 매일 집값, 전세값 상승 문제를 언론에서 그렇게 떠들고 있음에도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되는 비중은 9% 정도 밖에 안됩니다.

주거비가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되는 비중이 한국이 유독 적은 이유는 있습니다. 물론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주된 원인을 보면 자가주거비를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자가주거비는 자기 소유의 집에 살면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말하는데, 예를 들어 자기가 직접 살지 않고 집을 임대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임대료 수익(기회비용), 주택 구입을 위한 차입에 따른 이자 비용, 감가상각비, 세금 등이 해당합니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 항목에서는 빠져있지만, 현재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이러한 자가주거비를 자가주택 임대 시 획득 가능한 임대료 수익을 자가거주비로 추정하는 임대료 상당액 접근법이나 주택 소유에 수반되는 제반 비용을 측정하는 사용자비용 접근법 등을 통해 자가주거비를 물가 지표에 반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몇달전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이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회의록에 따르면 다수 위원이 최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 추세를 언급하면서 자가주거비까지 고려하면 실제 상승률이 통계를 크게 웃돌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또 한 위원은 양국 간 물가지수 구성 품목 차이를 고려하면 한국 물가상승 압력이 미국에 비해 결코 작아 보이지 않는다라고 진단했습니다.

미국 CPI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라고 하니 이를 오늘 발표된 한국의 6월 CPI 6.0%에 개략적으로 반영하면 최소 7% 넘는 물가상승률이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국과 유럽의 소비자물가지수를 남의 나라 얘기 처럼 생각할 일이 아니군요. 이미 우리 코가 석자가 넘는 상황이 도래한 것으로 보입니다.

종합해보면 주거비 상승으로 매우 고통을 받고 있는 주거문제가 물가상승율에 적절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의심을 거둘 수 없습니다. 전국민 재산의 70 ~ 80%가 부동산에 묶여 있다고 하고, 매일 언론에서는 주거비 상승을 문제삼고 있는데, 물가지수만 보면 한국은 주거비가 물가지수 판단에 중요하지 않은지 당국자의 생각을 마득찮은 시선으로 보게 되는 군요.

물론 소비자물가지수는 매우 중요한 지표로 영향을 미치는 분야가 매우 광범위해서 쉽게 변경하기 어렵다는 점은 공감합니다. 하지만 주거비의 소비자물가지수 반영 비중은 학계와 시민단체에서 꾸준히 문제제기가 이루어진 사안 임에도 아직도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은 정말 해결하기 힘든 문제인지 아니면 통계변경에 따른 초기 급격한 물가지수 상승에 대한 정치적 책임이 두려운 건지 알쏭달쏭 하네요.

물론 한국 중앙은행과 통계청은 항상 그렇듯 주거비를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하기 힘든 적절한 이유를 듭니다. 그러나 다수의 시민들은 반영하기 힘든 적절한 이유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힘들지만 이렇게 개선했다라는 것을 필요하지 않을까요? 시민들에게는 세금을 내야하는 엄격한 의무가 있듯 공직자와 정부에게 적절한 공공서비스를 요구할 당연한 권리가 있습니다.

최근에 기획재정부에서 서민생활 안정대책으로 몇가지를 발표했습니다. 상생임대인 제도로 2년 실거주 의무 면제하여 양도세중과배제, 다주택자 보유세 경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1년간 중과배제, 법인세 경감 등이 대표적이죠.

정책 담당자에게 묻고 싶습니다. "이게 정말 서민생활 안정대책인가요? 많이 가지고 계신 분들 세금을 대폭 깎아 줄 것이 아니라 그 세금으로 물가안정 등 서민생활 안정에 써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나마 상생임대인제도는 전세대란을 대비한 것이니 서민생활 안정대책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이번 한번만 전세가를 5% 이내로만 높여 받으면 실거주의무를 면제하여 양도소득세를 중과배제해주는 엄청난 혜택입니다. 이를 서민생활 안정대책이라고 보기 보다는 서민생활의 보호는 생색내기고 부동산 투자자에게 보은하는 정책이 아닌지 걱정됩니다.

물가지수가 이렇듯 폭등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취하고 있는 스탠스가 서민생활 안정인지 아니면 기득권 보호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물가 폭등에 금리 상승으로 힘드시겠지만 세상사 모든 일이 항상 변화하듯이 좋지 않은 일이 있으면 좋은 일이 곧 생기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저에게도 그리고 여러분에게도 좋은 일이 많이 생기시길 기원합니다.

김정훈 약력

공인회계사

세무사

내부감사사

IFRS Manager

現 삼지회계법인 이사

現 한국심장재단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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