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 칼럼] 여백이 있는 삶, 도둑은 잡지 말고 쫓으라.
[김진혁 칼럼] 여백이 있는 삶, 도둑은 잡지 말고 쫓으라.
  • 김진혁
  • 승인 2022.07.15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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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신혼 초에 좀도둑을 맞은 적이 있었다. 패물을 몽땅 잃어버렸고, 한동안 두려움에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이때 아버님이 늘 하시는 말이 기억나는 게 아닌가. “도둑이 들어오면 잡지 말고 쫓아라.”는 말씀이 기억되었다.

전화위복의 조건을 찾고 감사의 조건을 찾게된다. 비록 도둑을 맞았지만 사람다치지 않았고, 내가 도둑이 안 된 것, 잃어버릴 물품이 있다는 것은 부자라는 사실이 아닌가?

송나라 때 착한 행실을 기록한 ‘경행록’에도 “복이 있을 때 전부 누리지 말라. 그 복이 다하게 되면 가난하게 된다. 남에게 원수(怨讐)를 맺게 되면 어느 때 화(火)를 입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제갈공명(諸葛孔明)도 죽으면서 “적을 너무 악랄하게 죽여 내가 천벌을 받게 되는구나! 라고 후회했다고 한다. 세상일이 꼭 내 생각같이 않다. 이치나 원칙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비일비재하다.

남의 사소한 실수 같은 것을 덮어 주지 못하고 몰아세우고 따지는 말은 삼가는 것이 좋다. 사람을 비난할 때도 상대방이 변명할 수 없도록 공격하기보다는 상대방이 달아날 구멍을 조금 남겨놓아야 한다.

우리 속담에도 “쥐도 도망갈 구멍을 보고 쫓는다”와 일맥상통한다. 동양화에서 여백은 무한한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 여백은 보는 이의 몫으로 구름. 새. 꽃, 나아가 보이지 않는 바람까지도 그려 넣을 수 있다. 화려하고 강렬하지 않아도 은은한 사색을 부여한다. 여백의 공간은 멋과 의미가 창출 된다.

삶에서 군더더기와 불필요를 줄이고 비워서 생긴 여분의 시간에 정말 원하고 싶은 모습으로 살았으면 한다. 무소유란 없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다. 빈 공간은 마음의 평안을 누리며 여유로운 생활로 풍요를 느끼게 한다.

너무 완벽하고 철두철미한 사람은 타인이 접하기가 어렵고 경계의 대상이 된다. 공자(孔子)는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살 수 없는 것처럼 사람도 남의 옳고 그른 것을 살피면 친구가 남아 있지 않는다!’라고 했다.

약간 엉성하고 빈틈이 있어야 함께 어우러지기도 하고 동화가 된다. 대중음악의 대부였던 스티브 원더는 뛰어난 재능으로 시력을 잃어버린 불편한 조건을 극복하고 성공을 이루었다.

그는 잃어버린 시력 대신 더 발달된 청각으로 음악 활동을 했다. 대부분의 곡을 직접 작사, 작곡했다. 이러한 원더가 49세 되던 해에 눈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을 방문했다.

“선생님, 결정했습니다. 수술을 받겠습니다.” 눈을 검진한 의사는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시신경 파손 정도가 심해서 수술하더라도 15분 정도 밖에 못 볼 것 같습니다.”

그러나 원더는 말했다. “15분이라도 좋습니다. 수술을 꼭 받고 싶습니다.” 의사가 물었다. “지금까지 미루고 안 하던 어려운 수술을 왜, 갑자기 하려고 합니까? 무슨 다른 이유라도 있습니까?” 그러자 원더가 “제 딸이 보고 싶어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샤를 단 15분 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 더는 바랄 게 뭐가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내가 이 세상에 왜 태어났는지 그 이유를 찾는 것은 보다 진지한 삶을 살 수 있다. 목적이 있는 삶이란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을 찾는 일로,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자기 결정권으로 스스로 설계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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