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칼럼] 낙수효과? 나비효과?
[김정훈 칼럼] 낙수효과? 나비효과?
  • 김정훈
  • 승인 2022.09.14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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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몇주 전 금요일에 저를 제외한 온 식구가, 온 식구라 해보았자 와이프와 아들내미 한명입니다만, 처가 식구 여행에 동참한다고 훌쩍 떠나버렸습니다. 저는 제안서 마무리해야 할 것도 있고 이런 저런 회사 일도 남은 것이 많아서 여행은 같이 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여행에 같이 못가게 된 것이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이번 기회에 밀린 일도 어느 정도 정리하고 남는 시간에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자 했지요.

부랴 부랴 토요일 오전부터 사무실에 나가 자리에 앉았습니다. 남아있는 의욕이 줄어들까 두려워하며 해야할 일들을 급하게 서둘렀습니다. 일의 어려움 보다도 의욕이 없는 상태에서 일을 해야 하는 곤혹스러운 심정은 아마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다행이도 의욕과 열정이 바닥을 드러내기 전에 업무는 마무리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진척을 보았습니다. 그 때가 아마 오후 5시 반 정도 였으니 토요일 저녁은 머리를 짓누르는 업무 부담에서 약간은 벗어나 홀가분하게 보낼수 있겠구나 속으로 웃음지었지요. 혼자만의 시간이 된 것은 일종의 보너스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사왔던 생활의 달인 장** 달인의 만두 두팩으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나서 남은 저녁 시간을 무엇을 할까 고민해 봅니다. 친구들과 번개 모임을 해볼까도 했지만 토요일 저녁이어서 욕만 먹고 실패할 것임이 자명한 탓에 선택지가 별로 없음을 알겠더군요. OTT 서비스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볼 것인가 아니면 유튜브를 볼 것인가 역시 중년의 남자에게는 TV 밖에 없음을 뼈저리게 실감합니다. 산책이든 자전거 타기든 운동이라는 좋은 대안이 있었지만 요새 운동이라고는 가끔 산에 오르는 것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던 터라 운동은 바로 선택지에서 지워 버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부푼 기대와 오늘 보게 될 영화의 감동을 상상하며 TV를 틀었습니다. 그때 마침 20년 전에 보았던 바닐라 스카이라는 영화가 떠오르더군요. 스릴러적인 면도 있고 몽환적이면서 약간의 희망적인 메세지도 보이는.... 개봉 당시 영화의 평가는 좋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괜찮은 작품이었습니다. '맞아! 바닐라 스카이 같은 영화를 보며 오늘은 감동에 젖어야 겠어. 나는 총각때로 돌아온 거야!' 소박하지만 나름의 기대 탓에 머리속은 솜사탕과 같은 바닐라 색깔과 향기가 맴도는 환상의 하늘이 펼쳐집니다.

TV는 6번 채널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때는 저녁 방송국 황금시간대라 8시 뉴스가 방송되고 있더군요. 저도 모르게 뉴스에 주의가 기울여집니다. 영화의 감동에 젖어볼 테야 하는 처음의 부푼 바닐라색 꿈은 금방 머리속에서 사라지구요.

앵커가 뉴스 멘트를 시작합니다. 정부의 감세 개편안, 특히 일부 대기업에 집중되는 법인세율 인하와 추정 감세규모를 말하고 있습니다. 법인세 인하와 함께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중과 폐지, 가업승계시 상속세 완화 및 상장주식 대주주 양도세 완화 등도 언급 중입니다. 부자 감세가 아니냐는 일부 비판에 대한 소개도 잠시 이어집니다.

영화의 감동에 젖어야 할 저의 머리 속 희망은 솜사탕 처럼 현실 앞에 바로 녹아 없어지더군요. 물론 정부의 감세안에는 소득세 감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명언(?) 처럼 일반 서민의 소득세 감면안을 끼워 넣어 모두를 위한 감세 정책이다라는 점을 부각 시키는 것 같습니다.

소득세 감세는 사실 많은 분들이 연말정산 등으로 세금을 대부분 환급받고 있는 상황이므로 소위 고소득자에 해당하는 분들에게만 약 18만원에서 54만원 정도의 연간 세금 절감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총 2.5조의 감세가 예상되며 21년 소득세 세수와 비교하면 2.2% 감세 효과라고 하네요. 그에 비하여 법인세율 인하의 경우 약 6.8조의 법인세 감소 그중에 대기업에 4조 이상의 혜택이 돌아가게 됩니다. 21년 법인세 세수와 비교하면 9.7% 감세 효과라고 하구요. 종합부동산세는 27.9%의 감세효과라니 이번 개편안을 보면서 부자감세가 아니라는 정부의 설명을 어떻게 해석해야 부자감세가 아니었구나 할까요?

가업승계시 상속세 완화,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완화 및 상장주식 대주주 양도세 완화 및 기존에 발표된 양도소득세 한시 중과배제 등 너무도 대놓고 부자 감세를 외치는 정부 정책을 보면서 과연 세금을 성실히 내고 있는 대부분의 일반 납세자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이 되기나 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번에도 감세안을 내놓으면서 보수정부는 낙수효과(혹은 낙수이론)를 언급합니다. 낙수효과는 사실 그 효과가 있는 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논란이 있는 이론입니다. 심지어 노벨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30년간의 정책을 분석한 결과 낙수효과는 오히려 경제 규모를 붕괴시키며 성장을 가속화시키는 효과가 없다고 결론 내린 바 있습니다. 2015년 IMF는 150여개국 사례를 통계로 분석한 결과 상위 20% 계층의 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1% 높아지면 이후 5년의 경제성장이 연평균 0.08% 감소하는 것으로 발표했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반대 의견을 피력하는 논문과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더라도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자본을 축적한 부류가 축적된 자본 탓에 경제의 더 많은 부분을 잠식해 나갈때 경제 성장이 이루어질 것이다 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 심해 보입니다. 축적된 자본으로 독점이나 과점 정책으로 더 쉽게 경제적 성과를 가져갈 뿐이지 이를 혁신이나 경제 성장으로 진행할 유인이 없어 보이니 말이죠.

정부에서 낙수효과의 근거를 둔 통계도 헛점 투성이입니다. 법인세율을 낮췄더니 경제가 성장하더라 하는 통계를 근거로 제시하곤 하는 데 그 때의 경제의 성장이 법인세율의 인하로 인한 건지 아니면 다른 경제요인의 긍정적 변화로 인한 것인지 사회통계학에서는 외부 변수 통제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원인을 판단하기 모호하기 때문이지요. 물론 사용된 통계를 자의적으로 선택하는 불순한 의도가 있을 수도 있구요.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정부 정책담당자와 유력 정치인이 결과오류와 선택적 지각이라는 인지편향에 빠진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냥 결론을 정해놓고 근거를 그럴듯하게 갖다 붙인 것이 아닐까 두렵습니다.

짧은 필자의 생각으로는 검증되지 않았고 오히려 낙수효과의 폐해에 대한 논문과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음에도 이 시점에서 낙수효과 운운하며 부자감세에 몰입하고 있는 것은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나비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개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 나비효과이지요. 낙수효과를 나비효과와 결부시켜서 부자감세를 통한 낙수이론으로 경제 심리가 어쩌고, 대기업 투자 심리가 어쩌고, 환율과 금리가 어떻고, 수출 경기가 어쩌고 저쩌고 이렇고 저렇고 강을 넘고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서 한국의 경제가 급성장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제가 정부의 정책에 공감하는 것이 하나 있다면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이 시점에 이러한 감세 정책을 들고 나온 것은 아마도 정부가 경기침체를 심각히 걱정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조심히 추측해봅니다.

간만에 영화의 감동에 젖어보겠다는 부푼 꿈은 의도치 않은 TV 8시 뉴스 시청으로 이렇게 마무리 될 뻔 하였으나, 다행이 괜찮은 영화 시청으로 해피엔딩으로 마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오롯한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뉴스를 켜놓는 불상사를 겪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김정훈 약력

공인회계사

세무사

내부감사사

IFRS Manager

現 삼지회계법인 이사

現 한국심장재단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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