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병훈 칼럼] “한국 핵무장론”을 어떻게 볼 것인가?
[백병훈 칼럼] “한국 핵무장론”을 어떻게 볼 것인가?
  • 백병훈
  • 승인 2023.02.22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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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잠잠했던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찬반에 대한 견해들도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우세했던 반대 국민여론도 변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금년 1월“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고수하겠다는 그동안의 윤석열 대통령도 잠시 입장변화의 기류가 있었다. 물론 이 같은 배경에는 최근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다.

북한은 2017년 6차 핵실험까지 마치고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작년에는 ‘핵무력정책법’을 제정해 핵무기 사용조건을 명시했다. 북한의 지도자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법제화 한 것이다.

이 뿐이 아니다. 사거리 15,000Km에 달하는 가공할 만한 ‘화성-17형’ 등 다양한 제원의 미사일을 개발함으로서 한국은 물론 일본과 미국 본토까지 위협하고 있다. 딸 김주애까지 핵과 미사일 현장에서 공개한 김정은의 핵미사일능력 고도화와 도발적 위협은 계속될 것이다.

그동안 한국은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해 독자적 핵무장, 미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NATO식 미 전술핵의 공유라는 범주 안에서 해법을 찾고자 헤맸다.

자체 핵개발에 부정적이었던 요인들은 독자 핵개발 시 감당 못할 국제사회로부터의 제제, 한미동맹과 비확산체제 약화, 핵개발 잠재 국가들의 독자개발 도미노 등을 우려한다. 아울러 한미동맹은 공고하며 핵 도발 시 북한정권은 종말론적 파국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낙관론, 자칫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 가능성 등을 꼽았다.

반면, 찬성 입장에서는 미국의 모호한 핵우산 정책과 구체성 없는 ‘확장억제전략’에 대한 불신, 형제국간에도 핵을 공유하지 않는 미국이 동맹국을 위해 자신의 안전을 포기할 것인가라는 냉소적 정서에 대한 불안 등을 우려했다. 모두 맞는 말이다.

이처럼 찬반이 교차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우선 변화된 한반도 상황을 인정해야 한다. 군사적 차원에서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이 됐다.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을 가볍게 볼 일도 아니며, 이를 불가역적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생각도 망상이다. 한반도비핵화는 당초 실현 불가능한 목표였고 한국을 다독거리기 위한 일종의 사기극이었음도 깨달아야 한다.

워싱턴이 핵 공격 위험에 처하면 서울은 대책이 없다는 점도 시인해야 한다. 독자 핵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가혹한 제재 우려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세계가 우크라전쟁을 알고 있듯이 북한의 위험한 도발행위를 알고 있다.

이런 혼란스런 상황에서 핵보유를 통해 ‘공포의 균형을 통한 한반도 핵균형’의 길을 찾는 것이 막가파식 북한의 도전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NPT탈퇴와 독자 핵개발이라는 ‘연속2단계 한국 핵무장론’을 제시한다.

왜 그럴까? 뜻밖에도 그 길은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다.

NPT조약의 구조적 문제점을 국가생존 차원에서 국제사회를 향해 밝히고 행동으로 보여주자는 것이다. NPT는 1967년 1월 1일 이전까지 핵실험을 마친 UN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만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서 비핵국가가 핵무기를 제조, 획득, 관리, 이양 받을 수 없도록 규정했다.

반면, 핵국가에게는 핵무기 이양과 개발지원만을 금지하고 있어 강제적 ‘불평등조약’이라는 멍에를 뒤집어쓰고 있다. 한국은 1975년 박정희 대통령의 비밀핵개발 저지를 위해 주한미군철수를 경고한 미국의 압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가입했다. 북한은 1985년 소련의 요구로 가입했다가 2003년 IAEA 사찰로 핵개발 시도가 들통 나자 탈퇴했다.

NPT 미가입 국가인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은 이 와중에 핵개발에 성공했고, 이란, 태국, 브라질, 독일 등이 핵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것처럼 NPT체제의 비핵확산군축의 성과는 별무였다.

오히려 5개 핵보유국들은 1991년 러시아 붕괴 이전 까지 핵무기를 경쟁적으로 생산, 비축해 왔다. 비핵국가들의 핵관련 연구활동을 금지하고 강도 높은 핵사찰을 받도록 하는 것도 강대국의 일방적 횡포다.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서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는 가입했지만 국제법상 ‘공해자유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중국은 가입하지 않았었다. 이처럼 국제정치에서는 각자의 이해관계와 국력의 크기에 상응하여 국제법이 자의적으로 규정되고 변형될 수 있다. 이것이 더 한 발짝 나아가면 ‘국제법 무용론’이 된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고 NPT체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에서 NPT조약은 예외적 ‘단서조항’을 달고 있다.

조약 제10조 1항은 “당사국의 주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본 조약상의 문제에 관련되는 비상사태가 자국의 지상이익을 위태롭게 하고 있음을 결정하는 경우에는 본 조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NPT조약도 자국이익이 크게 위협받는 예외적 사건이 발생하면 탈퇴할 수 있 수 있다는 권리를 법적, 윤리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간주하는 예외적 ‘비상사태’는 세계가 모두 인정하고 있듯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다. 한국의 NPT 탈퇴와 핵개발은 북한과 달리 움직일 수 없는 도덕성과 정당성을 가진다.

국가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중국의 대만 침공이 발생하면 제2차 남조선해방전쟁으로 한반도 전역을 완전히 정리하여 통일한다는 ‘영토완정’(嶺土完整)을 역설해 온 북한의 오판을 초래할 수 있다. 북한은 작년 최고인민회의가 채택한“핵무력정책법”에서도 영토완정 개념을 법제화하고 재확인했다. 이런 행위역시 한국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다.

프랑스의 정치가 클레망소는 “전쟁이란 장군들에게만 맡겨 놓기에는 너무나 심각한 문제”라고 설파했다.

미국의 언론인 월터 리프만은 “지도자에 대한 최종시험은 그가 다른 사람들의 마음속에 신념과 의지를 심어줄 수 있는가의 여부”라고 정곡을 찔렀다. 그렇다면 이제 정치적 결단만 남았다.

백병훈 약력

비교정치학 박사

한국정치공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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