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준 칼럼] 저출산·고령화 문제 어떻게 해결하나? (제5편)
[정인준 칼럼] 저출산·고령화 문제 어떻게 해결하나? (제5편)
  • 정인준
  • 승인 2023.02.28 09: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파이낸셜리뷰] 2007년 1월 방한한 프랑스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는 “한국이 2025년 경 GDP가 현재 보다 2배 늘어나며, 오는 2050년경 세계 11대 강국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낮은 출산율(2006년 1.17명) 문제가 적신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었다.

영국 옥스퍼드대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2021년 3월18일 중국 신경보(新京報)와의 인터뷰에서 “2006년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소멸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지만, 15년이 지난 현재 여성의 사회적 지위상승과 ‘성 평등’ 등 문화적 변화가 부각되면서 한국 정부의 정책으로 매우 느리지만 출산율이 인구대체 지속가능한 수준(2.1명)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2월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출생·사망 통계’에서 24만9000명 출생, 평균 합계출산율은 작년 0.81명에서 ‘0.78명’(서울은 0.59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GDP 3만5천달러(2022년)의 선진국인 한국이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지방소멸과 노동인구 부족 등 인구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국내외 언론의 관심이 매우 높다.

노무현 정부가 2006년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추진한 이후 지난 17년 간 349조원(정부예산 277조원)을 지원했음에도 지난 20년 간 세계 역사에 유례없는 초저출산(합계출산율 1.3명 이하)의 지속은 고령화의 급진전과 함께 국가소멸을 우려할 수준에 도달했다. 이제 윤석열 정부의 인구정책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최우선 국정과제가 됐다.

최근 인구정책 컨트롤타워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기존 저출산 관련 사업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과를 올리겠다는 대책방향을 보면 ‘출산 장려정책’을 폐기하고 ‘삶의 질 제고’를 정책 목표로 정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승계(인구정책 패러다임 전환)한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제 인구정책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인구정책 컨트롤타워는 정책결정과 예산편성 기능이 있는 행정부처(아동가족처 신설)에서 책임을 가지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 저하의 70% 이상은 미혼의 증가에 따른 것이고, 나머지 30%는 결혼한 부부의 출산 자녀 수 감소에 따른 것인데, 유럽 국가들과 달리 미혼·비혼 출산을 합법 출산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분위기의 일본과 비슷한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

유럽 선진국들이 육아·아동 등 가족지원에 GDP의 3-4%를 지출하고 있는 반면 한국과 일본의 가족지원 예산 비중은 유럽의 절반 이하이고, 고령층 중심의 사회보장관련 지출을 하고 있다.

인구정책에 관한 한 한국 보다 10년 앞서 저출산 대책을 추진하면서 지난 20년 간 합계출산율 1.3-1.4명을 유지해 온 일본에서 얻을 교훈이 많다.

1992년 일본의 저출산(少子化)’ 문제를 처음 제기한 경제기획청 심의관 가와모토 사토시(川本敏)는 ‘저출산’을 출생률 저하와 그에 따른 가정·지역·사회에서 아동 비율의 저하에 관련돼 나타나는 총체적 현상으로 정의하고, 2004년 합계출산율이 초저출산 수준(1.3명) 이하인 1.29명으로 떨어지자 그 원인을 ① 비혼과 만혼 ② 기혼여성의 출산율 저하로 나눴다.

가와모토씨는 저출산 대책으로 자녀양육 계층 지원확대(GDP 3%)와 영국과 프랑스의 합계출생율(1.7-1.9명)을 구체적 목표로 설정한 ‘저출산 억제전략’과 ‘인구감소 적응전략’의 동시병행을 제시했는바, 이것이 일본의 ‘희망출생율 1.8명’ 등 인구정책의 근간이 됐다.

‘인구감소 적응전략’은 저출산이 억제되고 합계출산율이 반전된다고 해도 완만한 인구감소가 지속되는 상황은 변함이 없어 안정적인 경제사회 운용구조를 만들어 젊은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합계 출산율’은 인구가 집중되고 학력 및 취업 경쟁이 심한 도시에서 출산율이 저조하고(부산 0.72명, 광주 0.84명, 대전 0.84명), 농촌 지역의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영광군 1.87명, 임실군 1.8명)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인구 3만 지키기’ 캠페인을 하는 봉화군이나 산청군 등 정부가 지정한 89개의 인구감소지역은 대부분 비수도권 지역의 기초자치단체들로 이들에게는 지방소멸위기 극복이 최우선 과제이다.

반면 수도권 지역은 지난 4년간 23만명이 증가한 시흥시(인구 56만명, 예산 3600억원 투입)와 같이 일자리를 찾는 비수도권 청년들을 유입하는 정책에 많은 예산을 지출하고 있다.

일본의 기초 자치단체들도 인구유지를 위해 이주 정착금, 출산 축하금 등 주변지역과 인구 쟁탈전을 벌였지만, 대도시 청년들의 유입은 거의 없고 인구도 늘지 놓아 재정파탄이 나면서 인구유지를 포기하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2015-2019년 4년 간 주민이 모두 사라져 소멸한 마을이 154곳이며, 가까운 장래에 3600곳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상당수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인구유치를 포기하고 인구감소에 맞추어 초등학교 통폐합 등 각종 공공시설을 줄이고, 인구 쟁탈전에 쓰던 예산을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전환을 했는바, 한국의 인구감소 지역 89개 시·군이 참고할 사례 이다.

인구 6천명의 오카야마현 ‘나기’마을(町)은 지난 20년간 지역의회 의원, 공무원 수를 감축하고 2004년 독자적으로 육아·보육비 및 청년 주거비지원 등과 함께 및 ‘공동육아 시설’(나기 차일드 홈) 운영 등 주민참여 지역출산·육아 네트워크를 구축해 합계출산율을 2005년 1.41명에서 2019년 2.95명으로 증가시켰다.

나기 마을 공무원과 주민이 힘을 합쳐 이룩한 성공사례로 “출생아의 육아는 사회적 책임”이라는 지역주민의 공동체의식이 만든 ‘기적의 마을’이다.

일본 국회 예산위원회가 저출산 예산 논의에 가장 많은 회의시간을 할애하는 반면 한국 국회는 야당이 300명의 국회의원(보좌진 2700명) 수를 50명 더 늘리자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하는 등 당면한 인구 위기가 다른 나라 사태인 듯 무관심하다.

이제 기초자치단체도 도·시·군 의회 의원 수를 대폭 축소하는 결단을 통해 절약한 예산으로 혼인 및 육아·아동 지원을 하는 것이 지방의 소멸을 막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경제·안보·복지 등 정부의 국정 과제는 무수하지만, 일하는 방식은 세금을 거두어 재정을 투입하는 방식과 법률 제정 또는 제도개혁으로 시책을 추진하는 두가지 방식이 있다.

부모수당·아동수당 등 가족정책 예산을 2-3배 증가시키는 방식으로는 저출산 대책의 효과가 제한적이고, ‘결혼을 안 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라는 청년층의 마음을 바꾸지는 못한다.

2022년 저출산·고령화 예산 78조 3천억 가운데 출산·육아·아동 등 가족정책 예산은 24%인 19조 2천억원에 불과하다. 저출산 대책 예산은 별도 회계로 관리되어야 효과를 측정할 수 있다.

정부의 각종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 GDP 2%의 추가 경제성장을 하게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해야 할 때이다. 이건희 회장이 1993년 6월 프랑크푸르트 선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 놓고는 다 바꿔”라며 “양적 성장” 보다는 “질적 성장”을 천명한 것이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혁신경영의 시작이다.

지난 1998년 교육평준화 개혁 이후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학력이 하락하여 왔는데, 특히 지난 5년간 학력저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1973년 도입한 고교평준화는 1998년 이해찬 교육부 장관에 의해 더욱 견고해지고 결과적으로 공교육의 붕괴를 불러왔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폭등은 특목고·외고 및 자율형 사립고 폐지 등 교육규제 강화에서 시작되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엄청난 사교육비는 결혼과 출산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의 하나이다. 우선 비수도권 지역의 고교 평준화 폐지와 지방대학 운영 자율화 조치를 내용으로 한 교육개혁 선언은 저출산 대책의 혁신일 뿐 아니라 한국 경제·사회에 변화와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지방 명문고교의 등장과 지방대학 및 지역 기업의 경쟁력 향상으로 지방 거주하려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지역균형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출산·보육·아동에 대한 재정지원은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들기 위한 투자이다. 인구감소 대응은 사회복지정책이 아니라 지속 성장을 위한 경제정책의 관점에서 시행되어야 한다.

저출산에 대응하는 인구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은 ‘삶의 질 향상’ 보다는 노동력 부족해소를 넘어 4차 산업발전에 참여할 해외의 고급 인력을 유치하는 이민정책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