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병훈 칼럼] 혁신적 노인정책 없이 국가사회발전 없다
[백병훈 칼럼] 혁신적 노인정책 없이 국가사회발전 없다
  • 백병훈
  • 승인 2023.02.2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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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애들이 큰 것이 어른이다.

그런 어른이 세월의 속도와 무게에 밀린 계층이 노인이다. 이를 막을 방법은 아무리 첨단 의학기술이 발전한다 해도 진시황제 이래 인류의 지혜로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노인도 소중한 자산이고 인격체이다. 마을의 노인 한분이 돌아가시면 마을의 도서관 한 채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젊은이가 망친 나라를 노인이 구하는 사회가 있다면 희망이 있는 나라라는 말도 있다. 젊은이는 나라의 희망찬 미래이지만, 노인은 나라의 미래를 만든 역사의 주인공이었다.

그런대, 어느 순간 노인이라는 멍에는 인격체로서의 삶과 가치를 엄청난 속도로 소멸시킨다. 객관적 신체조건, 정신적 의지와 무관하게 이들이 공동체의 울타리에서 배제당하여 삶과 노동으로 상징되는 인간존재의 가치가 원천 몰수당하는 것은 강요된 집단 인격살해 행위이고 정신적 자살을 강요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것은 사회적 폭력에 다름 아니다. 무서운 일이다. 그러므로 노인세대가 한 나라의 살아있는 국력(國力)의 당당한 일원이어야 할 권리도 명분도 의무도 있다고 여기는 사회정서의 시대적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통계자료를 보자.

작년 발표된 통계청의 자료는 국내 65살 이상 고령인구가 901만 8천명으로 지난해보다 5.2%(44만7천명) 늘었다고 한다. 전체 인구(5,163만명)에서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7.5%로 불어났다. 2년 뒤에는 20.6%로 올라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한국 노인문제의 심각성은 전사회적 난제를 넘어 국가 차원의 문제가 된지 이미 오래다.

은퇴연령의 노인 빈곤률 OECD 국가 중 1위, 전체 노인 중 40%에 달하는 빈곤층, 고독사, 노인자살, 생계형 노인범죄의 증가 추세 등을 어찌할 것인가?

이런 일들이 젊었을 때 열심히 일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고 손가락질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남의 일이 아니다. 미구에 닥쳐 올 모두의 문제다.

그래서 노장청(老壯靑)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사회, 평생 쌓아 온 분야의 경험을 국가사회에 환원시켜 기여토록 하고 작은 경제적 도움도 받을 수 있는 노인정책의 제도화 등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

이런 뜻에서 노인 단체의 커다란 변화를 촉구한다. 젊어진 노인계층의 증가, 코로나 이후 사회구조의 변동에 따른 영향은 사회안전망의 약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우크라 전쟁을 계기로 군비확장 등 세계질서의 패러다임도 급격히 변하고 있다. 4차산업의 발전도 인간 생활양식을 뒤집어 바꾸어 놓고 있다. 이렇게 총체적인 카타스트로피적 변화에 조응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 노인정책의 사명과 역할이 ‘국가정의’ 차원에서 재조명되어야 할 단계에 당도해 있다.

무엇보다 기득권에 안주하여 정부 보조만 받고 수익사업 명목으로 이권만 챙기는 단체, 비리로 얼룩진 단체라는 불필요한 누명에서 벗어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국력신장과 사회변동에 비례해서 크고 작은 우리나라 노인단체 조직들은 독점적 지위에 안주하지 않는 자정능력을 갖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할 수만 있다면 복수의 단체를 만들어 선의의 경쟁과 협력을 통한 더 좋은 정책과 실천적 행동강령을 만들어 내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이 대목에서 정치적이거나 정파적 입장, 심지어 이념적 좌우의 논리는 필요치 않다. 다만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과 암묵적 동의를 얻어 낼 수 있기만 하면 된다.

‘국가정의’실천을 위한 철학과 결연함이 요구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밖으로부터의 진취적이고 도전적이며 창발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마침, 젊은이들이 기존의 노조가 노조의 본질을 잊었다고 비판하면서 사무직 중심의“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를 만들고“MZ 노조”라고 부르는 조직이 탄생했다. 신선한 운동의 바람이다.

차제에 이들처럼 ‘청년노인회’를 만든다는 단단한 각오로 한국의 노인단체가 거듭나거나 새로 만들어져서 개인, 사회, 국가발전의 든든한 역량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이런 혁신적인 일들이 도모될 수 있다면 제2, 제3의 노인단체가 출현한다 해도 나무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노력과 시도를 질투하고 경계하거나 폄하하고 비난한다면 세상은 그들을 향해 한 때나마 보냈던 존경의 마음을 철회하여 거두어 갈 것이다.

혁신적 노인정책없이 국가사회의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이런 노력의 결과들이 쌓여 진보를 향해 굴러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백병훈 약력

비교정치학 박사

한국정치공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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