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 칼럼] 니체의 초인과 무릎 꿇은 낙타
[김진혁 칼럼] 니체의 초인과 무릎 꿇은 낙타
  • 김진혁
  • 승인 2023.03.03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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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독일 실존철학의 선구자, ‘망치를 든 철학자’로 불리는 니체는 그의 저서 짜라투스트라(Zarathustra)에서 “신은 죽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의 의미는 당시 그리스도교도의 신과 인간의 이분법적 세계에서 벗어나라는 충고이다.

허황되고 형이상학적인 관념에서 현실을 직시하고, 인간(삶)이라는 것을 중시하라는 주장이다. 허무주의의 도래는 운명을 수용하고 사랑해야 한다. 하지만 신이 죽고 난 뒤 인간은 더 이상 신에 의지할 필요가 없는 초인(超人, 위버멘쉬 ; Übermensch)이 되었디. 하지만 현실은 더욱 척박해졌고, 혼란이 가중되었다.

인간의 고독과 두려움을 무엇으로 이겨낼 수 있는가?

니체는 인간의 정신이 3가지 단계로 변화한다고 이야기한다. 첫 번째 단계는 낙타의 단계다. 낙타의 특징은 주인에 대한 절대복종 혹은 순종이다. 낙타는 아침에 무릎을 꿇어 짐을 싣고 저녁에도 주인 앞에 무릎을 꿇어 짐을 내린다.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고 진정한 겸손이 무엇인가를 깨닫는다. 낙타는 주인에게 자신의 강인함과 주인을 위하는 마음을 증명하고자 많은 짐이 자신의 등에 실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낙타에게는 비판이란 있을 수 없고, 낙타에게 주인은 말 그대로 신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존재다.

​두 번째 단계는 사자의 단계다. 자유를 쟁취하고자 하는 강한 욕망과 자신이 사막을 다스리는 주인이 되고자 한다. 이전에는 주인의 말에 무조건 받아들이고 순종했지만, 이제는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려고 한다. 이때 만약 자신의 권리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면 사자는 이빨을 드러내며 자유를 외친다. 하지만 고독하고 불안감이 시작되는 것이 바로 사자 단계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바로 아이의 단계다. 아이들은 어떤가? 매 순간을 즐기고, 나쁜 일도 금방 잊어버리는 순수함을 지니고 있다. 어딘가에 구속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모습을 통해 삶을 이끌어 나간다.

어린아이는 순진무구하며 어려움을 쉽게 망각하고 유희와 기쁨으로 긍정을 굴러가게 하는 바퀴와 같다.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면 항상 이 세 단계를 단계적으로 거쳐가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는 낙타가 되기도, 사자가 되기도, 아이가 되기도 한다.

정작 니체는 죽음이 두려웠다. 니체가 유추했던 말 “삶이란 긴 죽음에 불과하다”처럼 정신착란으로 입원과 퇴원을 번갈아 하면서 55세 나이로 쓸쓸히 죽었다.

하이데거는 니체가 궁극적으로 ‘가치’라는 도식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고, 니체를 “존재 망각의 극단”이라며 극렬하게 비판하게 된다.

니체 사상은 존재 자체의 고유성을 파악하려 하지 않고 인간의 입장에서 사물을 이용하고 지배하려는 한계를 지녔다는 것이다.

지금 현재 나의 모습은 낙타인지, 사자인지, 아니면 어린아이인지 생각해보자?

간혹 황량한 사막을 걸어가는 낙타를 보고 있으면 힘들고 고단한 동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짐을 실어야 했던 낙타의 혹은 혈흔으로 얼룩진 상처 투성이다. 그럼에도아무리 힘든 길이라도 짐을 싫고 걸어야만 한다.

낙타의 가장 큰 특징은 등에 있는 커다란 혹이다. 낙타는 사막에서 짧게는 4~5일, 길게는 20일 정도 물 없이 살 수 있다. 이를 이용해 낙타 등에 물과 짐을 싣고 먼 거리의 이동이 가능하다. 낙타 혹 안에는 지방이 저장되어 있어 많은 양의 칼로리를 축적하여 음식 없이 4~5개월 생존할 수 있고, 오랜 시간 동안 물 없이 뜨거운 사막에서 견딜 수 있다.

낙타는 사막에서 유용한 교통수단인 동시에 중요한 운송수단이다. 낙타는 보통 200kg~ 455kg의 짐을 거뜬히 질 수 있다. 미국 속담에 ‘마지막 지푸라기가 낙타의 등을 부러뜨린다.’라는 속담이 있다.

즉, 낙타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의 짐을 지게 한 후 그 위에 마지막으로 지푸라기 하나를 얹어놓으면 그 낙타의 등이 부러진다는 것이다. 이 때 마지막 지푸라기를 얹어놓기 전의 짐이 임계점(critical value 또는 threshold)이 된다. 임계점은 물리적으로 중요한 구분점이 된다. 이 점의 이전과 이후는 전혀 다른 공간과 상태가 될 수 있다.

커다란 짐을 이고 사막을 종단하는 낙타처럼 현대인도 무거운 돌덩이를 짊어지고, 삶을 어렵사리 영위하고 있다. 때론 우리의 삶이 화려하고 빛나 보이지만, 내면의 고독과 상처가 삶을 더없이 가혹하게도 한다. 감당키 어려울 정도로 버거운 짐을 지고 번뇌하는 현대인을 위로하기 위해 낙타의 순종과 인내의 도를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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