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병훈 칼럼] 여의도의 이상한 정치인들
[백병훈 칼럼] 여의도의 이상한 정치인들
  • 백병훈
  • 승인 2023.03.1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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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여의도 국회를 바라보며 늘 의아스럽게 생각했던 것이 있었다.

왜 대한민국의 국회의원들 중에는 ‘통일’과 ‘애국’이라는 단어를 애써 피하고 심지어 수치스럽게 여길까였다. 우리나라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통일’을 지향해야함을 명령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 중에는 헌법이 명령하고 있는 통일지향을 은연 중 멀리하면서 그런 용어는 초등학교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로 치부하면서 손사래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실제로 국회 안팎 활동에서는 물론 국회 내 크고 작은 회의석상에서도 이런 단어를 결코 사용하지 않는다. 심지어 동료 의원들 간에서 조차 마치 터부시 하거나 금기시해야 할 유치한 표현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사실을 안에 들어가서 보니 눈치 챌 수 있었다.

국회의원들이 헌법의 취지를 십분 살리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헌법의 정신에 반하는 행태를 볼 때 왠지 허탈함과 배신감마저도 느낀다.

‘헌법’은 국가의 기본법칙이며, 국가사회를 규정하는 최고의 규범이다. 따라서 헌법은 국가라는 단위를 규율하는 최고의 법 권위 존재 그 자체이다. 이러함에도 국민을 대신한다는 그들이 국민이 동의하고 허락한 헌법취지의 밖에서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며 배회한다. 그들은 왜 그럴까? 결론은 그들이 그런 표현을 사용하면 “표 떨어진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무슨 가당치 않은 논리인가?

우리나라 헌법은 “대한민국이 통일을 지향한다”라고 못 박고 있다. 분단국가에서 통일과 애국은 모든 국민들과 특히 국회의원들에게는 지상명령일진데 이 용어가 부끄러운 것이라면 그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명제는 도대체 무엇일까? 이런 그들이야 말로 스스로 ‘자기부정’, ‘자기기만’ 세력이다. 이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이며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모여 국사를 논하는 곳이 지금의 국회 모습이다. 그들은 헌법이 명령하고 있는 의무규정을 무시하거나 의도적으로 방기하는 비겁한 기회주의의 편에 서있다.

이뿐이겠는가?

헌법 제46조 2항은 명백하게 “국회의원은 국가의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분단 조국에서 헌법이 명령하여 제출하고 있는 ‘국가이익’이 무엇인지 그들에게 묻는다. 분단 조국이 모두에게 던진 역사적 과업은 당연히 통일이고, 통일의 길은 국가이익을 위한 진지한 여정이다. 이것이 또한 애국이다. 이처럼 국회의원은 어떤 경우라도 국가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성문법적 의무이행이라는 절대 불문율을 부여받고 있다.

그런 그들이 스스로 자기의 권한과 의무를 팽개친다면 이게 무슨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이겠는가. 이런 영혼 없는 패배주의적 행태는 1948년 제헌국회 이래 21대 현재 국회에서까지도 지속되고 있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비판일까?

영혼이 없으니 한국정치는 국민을 감동시키지도 못했다. 열광의 대열로 초대하지도 못했다. 자신들과 같이 가면 희망찬 미래로 갈 것이라는 믿음도 주지 못했다.

젊은이들에게는 “어려울 때 정치를 찾아라. 정치가 희망이다”라고 말해주지도 못했다. 이와 같이 대한민국적 가치와 애국적인 것의 가치를 “표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 정체성을 부정하고 국혼을 저버리는 역설의 현장이 오늘의 여의도다. 한마디로 국민이 정치를 버린 것이 아니라 정치가 국민을 버렸다.

뭐라해도 분단 조국에서 통일문제의 치명성과 중대성은 엄중하다.

한 때 비록 ‘보수꼴통’이라고 손가락질 받았던 대표적 보수우파 진영의 한 사람이지만, “한반도의 기본대결구도는 민족사의 정통성과 삶의 방식과 선과 악을 놓고 다투는 타협이 불가능한 총체적 권력투쟁이다”라고 정리한 이 대목은 경청할 만하다.

그러므로 국정을 다루는 국회의원들에게 통일문제는 그들의 우선적 존재이유가 되는 분단의 해소와 민족의 모순을 해소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진다. 한반도에서 분단이라는 모순관계의 해소 없이 진정한 역사 발전은 없다.

한반도에서 주요모순은 분단이다.

이로부터 민족모순이 싹텄다. 북한은 아직도 “형식은 민족주의, 내용은 사회주의”라는 레닌주의 민족강령의 빛바랜 잔영을 부여잡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 민족은 해소되고 소멸돼야 할 존재다.

북한에서 민족은 사회주의 국가건설을 위해서는 사라져야 할 존재라는 섬뜻한 말이다. 그러나 통일은 누가 누구를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7천만 민족의 모순을 해소시켜 민족부흥으로 갈 수 있는 길이다.

따라서 가뜩이나 분단 조국에서 국정의 담당자들은 애국과 통일이라는 표현을 수치스러워 하거나 내심 조소하면서 발목을 잡는 비겁한 행동을 멈춰야 한다.

마침 오랜만에 애써서 추진할 기회가 온 윤석열 대통령의 국가정상화나 국가개혁 노력 역시 헌법정신을 살려 민족의 자유평화통일을 통한 민족발전을 지향한다고 보면 지나친 해석일까? 이런 의미에서 신세대들의 ‘통일 가성비’ 논리를 철없다고 나무라기 전에 분단상황의 연장이 한반도에서 전쟁의 먹구름을 불러들이고, 세계를 향해 폭발할 것만 같은 역동적인 한민족의 진군을 가로막아 왔음을 자각하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들에게 통일이 ‘무한 경제’ 실현의 현실적 잠재역량임을 느끼게 해야 한다. 언젠가 통일이 되면 남과 북의 모든 것은 지하자원과 인적자원은 물론 과학기술을 포함하여 심지어 핵과 미사일을 포함해 민족공동자산이 되어 세계강국의 비교우위에 설 수도 있다. 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이런 의미에서 굴절되어 지나 온 헌정사 70여년의 과거사를 미래지향적으로 청산하자. 역사상 실패한 국가와 문명이 그랬듯이 과거를 잊는 민족과 국가지도자, 그리고 국민은 늘 폐허의 역사를 쓸 준비가 되어있는 자들이다. 이런 나라에서 국가의 소멸, 민족의 소멸, 문화의 소멸은 어김없이 다음 순으로 이어졌다. 이것이 역사다.

백병훈 약력

비교정치학 박사

한국정치공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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