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칼럼]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김정훈 칼럼]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 김정훈
  • 승인 2023.04.19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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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오늘은 자본주의라는 시장에 대해서 말씀드려 볼까 합니다.

주위의 지인들 중 이러한 생각을 하는 분들이 간혹 계십니다. 물론 저도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배움이 길지 않은 복부인(혹은 투기꾼)이 자기보다 더 많이 버는 것이 옳지 않은 일이고 부당한 사회이다.”

그 친구는 머리가 좋고 공부를 잘했고 나름 직장 생활을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기에 자신의 똑똑함 그리고 근면성을 기준으로 시장과 사회가 자신에게 적절히 보상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만약에 시장이 도덕적 기준으로 보상을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오스트리아 출신의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이렇게 강조합니다. 시장은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시장에서의 보상은 노력과 재능에만 맞추어 보상을 하지 않습니다라구요. 운이 많이 작용하기도 합니다. 그 운이라는 것은 시장의 기본적인 기능, 즉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작동함에서 옵니다.

이러한 시장은 비정한가요? 저는 물론 시장이 비정하다고 생각하지만 고결하신 하이에크 경제학자는 전혀 그렇치 않다고 합니다. 욕망의 세계에서 욕망이 사회의 질서가 되는 자본주의하에서 오히려 각자의 욕구와 이익에 따라 시장이 작동하기에 우리 세상이 조화롭고 평화로울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즉, 시장은 각자의 도덕적 기준이나 가치관과는 상관없이(적어도 최소한 매우 적게 상관하며) 돈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거래되는 곳이지요.

그러나 우리 각각의 개인들은 간혹 자기가 믿는 도덕적 기준이나 가치관에 따라 시장을 다르게 오인하곤 합니다.

이러한 자세는 자칫 매우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시장이 돌아가는 룰에 도덕적 기준을 접목시키고 그 기준으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오해할 수 있으므로 시장경제에서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할 수 있게 됩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다시 화두가 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예로 들어 볼까요? 정부의 최근 대대적인 규제 완화 정책을 보며 한국의 부동산 의존도가 얼마나 큰지 실감하고 있습니다. 무주택자의 입장에서 부동산 규제의 엄청난 해제는 배신감이 느껴질 것입니다. 정부의 입장은 ..... 선의로 포장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무주택자 서민의 입장에서는 또 한번의 지옥으로 가는 길이 펼쳐지지 않을까 걱정되실 겁니다.

하이에크는 지옥으로 가는 길은 간혹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표현을 하면서 ... 와 같은 예로 들지만 오히려 저는 그 반대로 생각합니다. 경제정책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대부분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특히 한국에서는 약자에 대한 인내를 요구하고 가진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약자의 입장에서 GDP가 어떻고 경제성장률이 어떻고 하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하이에크의 영향을 받아 영국의 대처 수상,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경제 재건에 성공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만 수치상의 경제 성장은 이루었을지 몰라도 부의 극단적 집중에 따른 국민 대다수가 가난해 지는 현실을 만든 것을 얘기하는 사람은 없더군요. 이것만이 맞는 것이라는 정책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때 당시에 적절했을 지 모르지만 시간이 흐르면 부작용이 나타나고 벽에 부딪치게 되는 것이지요. 하이에크가 항상 맞는 것도 아니고 케인즈가 항상 틀리는 것도 아니며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중요한 것은 상황에 맞게 정책을 다양하게 사용해야 하며 경제이론에 대한 맹신은 곧 국민의 삶을 피폐시키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니까요. 결국 정책을 펼치는 데에 있어서는 정책입안자의 다양한 경험 및 지식과 시장을 바라보는 겸손함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전 정부처럼 선의로 포장된 어이없는 정책 남발로 오히려 진짜 선의로 포장된 지옥으로 가는 길을 정부가 열어달라고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니 오해 없으셨으면 합니다.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시장에는 도덕적 잣대로 움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도덕적 잣대가 없어서도 절대 안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러한 상충되는 잣대 사이에 도덕적 잣대를 사회에 마련해야 하는 정부, 그리고 정치인들이 과연 그러한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정치인과 관련해서 하이에크가 좋은 말을 여럿 남겼습니다. 몇개 예를 들어 보면,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들은 새로운 물질적 풍요를 가져올 수 있는 창조적 파괴와 같은 혁신으로 인해서 자신의 소득이나 삶의 방식이 손해 보거나 파괴되지 않도록 정부에게 끈질기게 요구할 것이다. 따라서 경제문제 해결을 다수결에 의존하는 것이야말로 경제 침체를 만들어내는 비법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자유 시장경제가 계속 존재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결정하는 경제문제의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 - 하이에크 자유헌정론

정치인은 정부 지출을 확대하고 복지 지출을 늘리고 예산을 팽창시키고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올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렇게 하면 인플레이션이 찾아오기 쉽다. 정치인이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경제 정책을 선택하는 이유는 당장의 인기를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몇 년 뒤에 망한다고 해도 당장 인기를 끌고 당선되어야 하니까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정책을 선택한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포퓰리즘 정치인의 모럴리스크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자본주의하에서 정부도 시장의 논리를 무시하고 외면할 수는 없겠지만 경제성장이라는 숫자놀음에 몰입되어 진정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데 소홀하고 있지 않은지 아니면 애써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ESG와 같은 경제성장률만이 아닌 사회적 가치의 향상을 측정할 수 있는 컨센서스가 이루어지고 그러한 가치가 현 세대의 새로운 잣대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 개개인은 현재 시장이 도덕적 기준이 아닌 시장만의 논리에 따라 작동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지만 거기에 함몰되어서 새로운 사회적 가치, 새로운 사회가치 측정지표가 무엇일지 고민하는 혜안을 준비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정훈 약력

前 삼정회계법인

외환/하나은행 근무

現 삼지회계법인 이사

現 한국심장재단 감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내부감사사

IFRS Mana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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