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 칼럼] 노블레스 오블리주
[김진혁 칼럼] 노블레스 오블리주
  • 김진혁
  • 승인 2023.07.2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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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1347년, 영국과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프랑스 항구도시 칼레시(市)는 영국의 집중 공격을 받아 항복하게 된다. 영국 국왕은 오랫동안 전쟁을 끌어온 칼레시민 전체를 죽이려고 했다. 그러나 칼레 측의 사절과 측근들의 조언으로 그 말을 취소하는 대신 다른 조건을 내걸었다.

모든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겠지만 시민 중 6명을 전체를 대신하여 처형하겠다. 그때 상위 부유층 중 한 사람인 '외스타슈 드 생 피에르(Eustache de Saint Pierre)'가 죽음을 자청하고 나섰다. 그 뒤로 고위관료, 상류층 등등이 직접 나서서 영국의 요구대로 목에 밧줄을 매고 자루 옷을 입고 나온다.

잉글랜드 왕비였던 에노의 필리파(Philippa of Hainault)가 이들을 처형한다면 임신 중인 아이에게 불길한 일이 닥칠 것이라고 설득하여 극적으로 풀려나게 된다. 결국 이들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인해 모든 칼레의 시민들은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대표 사례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No pains, no gains(수고 없이 얻는 것도 없다)’ 속담은 계층 간 통합을 이루는 수단으로 여긴다. 실제로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영국의 고위층 자제가 다니던 이튼칼리지 출신 중 2,000여 명이 전사했다.

6·25전쟁 때에도 미군 장성의 아들 35명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었다. 중국 지도자 마오쩌둥이 6·25전쟁에 참전한 아들의 전사 소식을 듣고 시신 수습을 포기하도록 지시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미국의 작가 리플리가 쓴 ‘믿거나 말거나’라는 책에 이런 글이 있다. “5달러짜리 쇠 한 덩이로 말굽을 만들면 50달러에 팔 수 있고, 바늘을 만들면 5천 달러어치를 만들 수 있으며, 시계를 만든다면 5만 달러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동일한 상황이라도 어떤 생각과 노력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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